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수문장 교대의식 오전 10시, 오후 2시
광화문 파수의식 오전 11시, 오후 1시
수문군 공개훈련 오전 9시 35분, 오후 1시 35분, 매주 화요일 휴무
경복궁 흥례문 앞(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
안내 :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www.kh.or.kr)
2025년 새해를 앞둔 주말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은 색색의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에 갓을 쓴 남성부터 선비 복장을 한 남성, 고운 한복에 댕기까지 ‘풀착장’한 여성도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영하 10℃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 일대를 누비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요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복 체험과 고궁 관람은 필수 코스가 됐다. K-드라마, K-팝 등 K-콘텐츠로 접하던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색다른 추억을 사진에 담아간다. 경복궁은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이자 인근에 한복 대여점이 몰려 있어 연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경복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유는 또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에 두 번씩,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진행되는 수문장 교대의식을 보기 위해서다. 조선시대 수문장은 흥인지문, 숭례문 등 도성문과 경복궁 등 왕이 생활하는 궁궐의 문을 지키는 책임자였다. 수문장은 광화문을 여닫고 국왕과 왕실을 호위함으로써 나라의 안정에 기여했다. 수문장 교대의식은 경복궁을 지키는 수문장과 수문군의 근무교대 모습을 문헌 기록을 기반으로 재현한 것으로 조선시대 왕실 호위문화와 의례를 보여준다. 수문장과 수문군의 복식과 무기는 조선 전기 군인들의 모습을 복원한 것이다.
이날도 수문장 교대의식 시간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미리 행사 시간을 찾아보고 온 듯 자리를 지킨 채 교대의식을 지켜봤다. 절도 있게 움직이는 수문장과 수문군의 움직임이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교대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교대의식이 끝난 뒤 수문장, 수문군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타임엔 외국인 관광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취타대가 연주하는 전통음악과 함께 전통복식을 갖춘 수문장과 수문군이 화려한 의장기와 무기를 착용한 채 교대의식을 하는 모습은 이제 ‘K-관광’의 대표 상품이 됐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운영하는 국가유산진흥원 궁능진흥팀 이태행 파트장은 “수문장 교대의식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외국인들에게 경복궁과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로 기획됐고 2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며 “지금은 경복궁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고 외국인들에게 K-콘텐츠와 국가유산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18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경복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에 참여하는 재현 배우들도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수문장 교대의식에는 매년 공개모집으로 선발된 70여 명의 수문군과 15명의 취타대가 출연한다. 이날 경복궁에서 만난 김민성(수문장·37)·김준섭(종사관·44)·노세영(갑사·38)·지형욱(기수·42) 씨 등 네 명의 출연진은 “K-관광을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완벽한 행사를 위해 연습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했다. 2025년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맞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는 ‘K-관광’의 수문장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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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교대의식에는 언제부터 출연했나요?
김민성, 이하 민성 : 2011년부터 출연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군대를 전역하고 수문장 교대의식 출연자 모집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경복궁을 무대로 사극 배우처럼 멋지게 꾸미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서 계속 출연하고 있어요.
김준섭, 이하 준섭 : 저도 2011년부터 시작했어요. 육군 헌병대 출신이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노세영, 이하 세영 : 2015년부터 시작했어요. 성격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게 어려운 편이라 놀이공원의 인형탈처럼 자신을 숨기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수문장 교대의식을 알게 됐어요. 전통복장에 수염을 붙이고 내가 아닌 조선시대의 병사로 변신해 연기를 하고 관람객과 만나 소통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지형욱, 이하 형욱 : 여기서 제가 경력이 가장 많네요(웃음). 저는 2006년부터 시작했어요. 갑사, 종사관, 기수, 정병 등 거의 모든 역할을 해봤습니다. 수문장 교대의식 출연진을 선발할 때 군 의장대 출신을 우대하는데 제가 의장대 출신이에요.
각자의 역할을 위해 따로 연습을 하나요?
민성 : 수문장이란 배역을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습실을 따로 빌려 수문장 구령을 수없이 연습했어요.
준섭 수문장 역할을 할 때 구령소리가 작다는 얘기를 초반에 많이 들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밤에 성산대교를 왔다 갔다 하면서 혼자 구령연습을 했어요.
세영 : 교대의식은 정해진 박자에 맞춰 이동하고 움직여야 하기에 평소에도 노래를 들으며 일정한 간격과 리듬으로 걷는 것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형욱 :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다 보니 출연진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체력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에 참여하면서 이 행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민성 : 처음에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배역에 변화가 생기고 선망했던 수문장 역할을 하게 되니 책임감도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고요. 외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기분 좋은 부담감을 느끼며 열심히 하고 있어요.
준섭 : 경복궁 하면 수문장 교대의식을 먼저 떠올릴 만큼 중요한 행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교대의식을 지켜보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좋은 행사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영 : 처음엔 관람객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지금은 경복궁과 수문장 교대의식을 편안하게 느끼길 바라며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형욱 : 경복궁을 대표하는 행사고 많은 관람객을 만나다보니 책임감도 느끼고 직업의식도 생겼어요. 경복궁을 찾은 분들이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행사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민성 : 수문장과 수문군이 행진할 때 수많은 관람객이 우리의 움직임에 집중해요. 그럴 땐 잠시나마 스타가 된 기분이 듭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는 분들도 많아요. 그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준섭 : 교대의식이 끝나고 퇴장하는 순간 관람객들이 먼저 박수를 쳐줄 때가 아닐까요. 광화문에서 입직 근무를 서고 있을 때 사진을 찍으면서 멋지다는 칭찬을 할 때도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세영 : 2019년 여름 입직 근무 때 키 큰 외국인이 저와 사진을 찍었어요. 주변에 경호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는 농구선수 러셀 웨스트브룩이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를 만난 게 너무 신기했어요.
형욱 : 조선시대 왕이 직접 궁궐 호위군을 사열하는 의식인 ‘첩종’ 행사에 참여했을 땝니다. 행사를 마치고 수문장의 구령에 맞춰 퇴장할 때 관객석에서 큰 환호가 들렸어요. 한 달 넘은 훈련으로 힘들었던게 한순간에 날아갔어요.
수문장 교대의식의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민성 : 수문장 교대의식은 눈과 귀로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교대의식을 알리는 큰 북소리와 취타대의 음악을 청각으로 즐기고 철저한 고증에 따라 복원한 형형색색의 복식과 의장기, 무기 등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출연진들과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겁니다.
준섭 : 취타대의 연주와 함께 행렬이 이동하고 수문장의 우렁찬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문군들의 모습이요!
세영 : 제가 맡은 ‘갑사’라는 보직은 대도(언월도)라는 무기 외에도 동개, 시복 등 다양한 장구류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나름의 쓰임새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에는 여러 보직의 수문군이 등장하는데 보직별로 착용하고 있는 장구류나 의상의 차이를 눈여겨보면 더 재밌고 의미있는 관람이 될 겁니다.
형욱 : 장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휘(전루군의 깃발)를 보면서 행사를 관람하는 것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사 내내 휘가 내리고 올리는 모습에 따라 수문군들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을 관람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습니다.
준섭 : 최근 들어 한복을 입고 관람하는 외국인 관람객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국적도 다양해졌고요. 그만큼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세영 : 코로나19 이전에 경복궁을 찾던 외국인 관람객은 중국인이 대다수였습니다. 지금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국가의 외국인이 한복을 입고 찾아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객이 유창하진 않더라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기본적인 한국어 인사를 할 줄 압니다. 이런 걸 보면 새삼 K-컬처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이 어떤 행사가 되길 바라나요?
민성 : 경복궁은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유산입니다. 이곳을 지키는 수문장 교대의식이 영국 런던 버킹엄궁전의 근위대 교대식 이상으로 유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을 보기 위해 경복궁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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