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삼릉비경>은 경주 삼릉의 소나무숲을 그린 작품입니다. 삼릉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승천하는 용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신비스러운 장소입니다. 삼릉의 소나무들은 신라 때부터 한 자리를 지키며 궁궐지와 왕릉, 불상들을 수호하는 듯합니다. 그곳에 햇볕이 쏟아지거나 안개가 낄 때면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득한 고대 신화의 세계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그런데 <삼릉비경>에서는 황금빛 만월이 내려앉았습니다. 황금빛 달빛은 신라를 상징하는 석탑과 석등과 괴석 위를 골고루 비춰줍니다. 천년 고도의 역사와 시간을 지켜온 신라의 달밤입니다. 웅장하고 장대한 실경산수를 그린 작가의 손에서 이렇게 부드럽고 섬세한 풍경이 나오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붓질입니다. 작가는 낙관에 박대성이라는 이름 대신 ‘天地人(천지인)’이라는 단어를 새겼습니다. 천지인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뜻하니 자연의 뜻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작가의 겸허함이 담겨 있습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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