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대부분 잎보다 꽃이 먼저 매달립니다. 매화가 그렇고 진달래가 그렇고 목련, 복숭아, 산수유가 그렇습니다. 살구나무, 자두나무, 개나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꽃들보다 세상에 먼저 나와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아직 으스스한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늦겨울인데 깃털보다 가볍고 연약한 꽃이 겁 없이 피어납니다.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 여린 꽃잎을 무기 삼아 춥고 칼바람 부는 세상을 향해 무턱대고 돌진한 그 패기가 말입니다. 하기야 서슬 푸른 결기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그 추위를 뚫고 필 수 있었겠습니까. 매화꽃의 조바심에 찬사를 보냅니다. 송필용의 ‘달빛매화’는 푸르른 달빛에 물든 늙은 매화를 그린 작품입니다. 파란 하늘과 달빛까지도 긁어놓은 잔가지들은 오랜 세월을 버텨낸 풍상을 보여줍니다. 매화는 특히 고목에서 꽃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2023년은 달빛매화처럼 거침없이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워봅시다. 나이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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