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야생화를 얘기할 때 노루귀를 빠뜨릴 수 없다. 봄이 도착한 산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야생화로 잎이 나기 전에 올라온 꽃줄기에서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피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그래서 노루귀를 보아야 새봄이 온 것 같다고 하는 ‘꽃쟁이’들도 많다.
노루귀는 숲속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빗과 여러해살이풀이다. 3~4월 잎이 나기 전에 먼저 꽃줄기가 올라와 줄기 끝마다 꽃이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핀다. 전국 어디서나 홀로, 때로는 서너 송이가 묶음으로 피거나 줄지어 피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숲속에서는 양지바른 산비탈이 노루귀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인근에선 북한산, 청계산, 수리산, 안산 구봉도 등에서 노루귀를 만날 수 있다.
꽃은 흰색·분홍색·보라색 등 삼색으로 핀다. 그중에서도 보라색(또는 청색)을 ‘꽃쟁이’들은 흔히 청노루귀라고 부르는데 흰색·분홍색 노루귀에 비해 귀한 편이다.
노루귀라는 귀여운 이름은 깔때기처럼 말려서 나오는 잎 모양, 꽃싸개잎과 줄기에 털이 많이 난 모양이 꼭 노루의 귀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그래서 노루귀를 카메라에 담을 때는 역광 등을 이용해 이 털이 잘 나오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야 노루귀 특징이 잘 살고 예쁘게 나온다.
노루귀를 예찬하는 시도 많다. 그중에서 ‘봄이 오는 소리/ 민감하게 듣는 귀 있어/ 쌓인 낙엽 비집고/ 쫑긋쫑긋 노루귀 핀다’고 노래한 최두석 시인의 시가 노루귀의 특징을 가장 잘 잡은 것 같다.
우리나라엔 노루귀 말고도 울릉도 특산인 섬노루귀, 제주도와 남해에서 자라는 새끼노루귀도 있다. 노루귀는 꽃이 피고 잎이 나오지만 섬노루귀는 전체적으로 크고 잎이 두껍고 꽃은 오히려 작다. 새끼노루귀는 꽃잎이 적고 꽃과 잎이 같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 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