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짙푸른 녹음으로 출렁이던 여름이었습니다. 엄마는 두 딸을 데리고 가까운 절에 가서 시각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딸이 온전해지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엄마가 무릎이 닳도록 절을 하던 대웅전 안은 어슴푸레한 어둠이 깔려 있었고 마당에는 한여름의 태양빛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습니다. 문지영의 <엄마의 신전>은 작가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절에 갔던 추억을 그린 작품입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처님이든 예수님이든 천지신명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엄마에게 자식은 가장 위대한 종교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엄마가 나이가 들고 병석에 눕자 엄마의 역할은 곧 작가의 차지가 됐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돌봐야 할 병든 엄마와 장애인 동생을 거부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이름으로 상징되는 이 땅의 모든 힘없는 존재들을 향해 한없는 연민과 애정을 담아 붓으로 그려냅니다. 우리보다 여린 생명도 우리와 똑같이 성스러운 생명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서 말입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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