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누구나 달콤한 와인은 거절하지 않는 법. 인생의 쓴맛은 너 혼자 마셔야 한다. 즐거움의 복도는 널찍해서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 우리는 모두 한 줄로 지나가야 한다.’ 미국의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의 ‘고독’이라는 시의 부분이다.
누군가 어두운 실패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잠시 상대를 위한 짧은 위로와 동정은 할 수 있지만 곁에 두고 오랫동안 슬픔의 짐을 함께 나누기는 힘들다. 오히려 상대의 실패와 불행이 나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경계하며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상대가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면 성공의 후광이 자신에게도 비추기를 원하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윌콕스의 ‘고독’은 이용가치에 따라 상대를 다르게 대하는 기회주의적인 관계의 쓸쓸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상대를 그렇게 대한다면 상대 역시 나를 같은 식으로 대할 것이다. 쓸모없어지는 순간 내쳐질 걸 안다면 깊은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깊이 다가가지 못해 겉도는 관계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윌콕스의 시를 읽으며 스치듯 지나갔던 ‘고독한 관계’가 떠올랐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첫 책의 인연으로 알게 된 A씨였다.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초청 강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낯선 사람들과 식사 자리가 빈번해진다. A씨는 지방의 한 강연에서 알게 된 사업가였다. 마음이 힘들 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자주 연락해왔다. A씨의 친화력 때문인지 친한 사이가 됐다. A씨는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나를 소개했고 회사 홍보물에 들어갈 글을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의 빛나는 시간이 지나자 A씨는 가장 먼저 곁을 떠났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관계란 상대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자기애’에 불과한 것이라는 회의가 든다. 그래서 타인과 관계가 깊어질수록 고독하고 쓸쓸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상황이 언제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쓸모를 추구하는 마음은 쓸모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박한 삶을 알게 해준다. 기회주의자의 마음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본능을 깨우쳐준다. 이런 앎이 있을 때 타인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 돌이켜보면 A씨 역시 성취의 기쁨에 공감해주던 좋은 친구였다. 그리고 혼자 있어야 할 때 혼자 있게 해준, 그때의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마음에 대한 공감이 있을 때 이기적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생긴다. 윌콕스의 시를 다시 읽으며 나라면 고독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웃어라, 온 세상이 나와 함께 웃어서 행복할 것이다. 울어라, 마음껏 혼자 우는 만큼 삶은 깊어질 것이다.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 달콤한 와인은 함께 마실 수 있어 즐겁고 혼자 맛봐야 하는 인생의 쓴맛은 나만의 것이어서 소중하다. 널찍한 즐거움의 복도는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어, 아름답고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한 줄로 지나야 해서 애틋하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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