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임신 초기에 유산·사산하는 경우 부여받는 휴가일수가 5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난자가 채취되지 않아 난임시술이 중단되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시술횟수 차감 없이 시술비를 지원하도록 하며 일·가정 양립 우수 중소기업에는 정기세무조사를 유예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10월 30일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임신·출산 가구 지원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한 추가 보완 과제를 논의했다. 이는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논의된 현장 의견 등을 반영한 것으로 앞서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점검·보완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구체화된 다섯 가지 지원과제가 우선 추진된다. ▲유산·사산 휴가 제도 개선 ▲임산부 이동편의 제고 ▲산후조리원 서비스 질 향상 및 접근성 제고 ▲난임시술 의료비 지원 강화 ▲출산 맞춤형 정보제공 강화 등이다.
난자 채취 실패해도 시술횟수 차감 안해
먼저 유산·사산 휴가 기간을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 현재 11주 이내 임신 초기에 유산·사산하는 경우 5일의 휴가를 주지만 여성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더불어 배우자의 유산·사산 휴가도 새로 도입한다. 배우자는 최대 3일까지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급여를 지원한다.
다음으로 임산부의 이동편의 증진 차원에서 광역버스 내 임산부 배려석(교통약자 지정석)의 이용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출퇴근 등을 위해 서울~경기 지역 간 장거리를 광역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임산부의 경우 어려움이 큰 만큼 임산부 배려석을 탑승이 용이한 곳에 설치하고 유색시트로 좌석이 한눈에 잘 보이도록 한다. 이와 함께 영유아 동반가족과 임산부가 주차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주차장법을 개정해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산후조리원은 서비스 질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산후조리원의 안전·위생·서비스 등에 대한 평가를 의무화하고 평가결과도 공표한다. 우수기관에는 인증마크를 부여함으로써 이용자가 안심하고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출산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은 공공산후조리원을 확대한다. 저고위는 “2개 이상 지자체가 협력해 공공산후원조리원 설립을 추진하는 경우 지방소멸대응기금(광역지원계정)을 활용해 이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한 의료비 지원도 더 커진다. 대표적으로 난자 미채취, 수정가능 난자 미확보 등으로 시술이 중단된 경우 지자체도 시술횟수 차감 없이 시술비를 지원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지난 2월 이 같은 이유로 난임시술이 중단되면 건강보험급여 지원횟수에서 차감하지 않고 지원금도 환수하지 않도록 개선한 내용을 지자체 지원 분야로 넓힌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11월부터 시행된다.
한편 그간 정부 정책이 정보를 찾기 어렵고 신청 기준 및 방법이 복잡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것과 관련, 임신·출산 등 생애주기별로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민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정책정보를 안내할 방침이다. 이용자의 자격요건 등에 따라 자동으로 관련 정책을 안내·추천하는 통합정보제공서비스 ‘혜택알리미’는 현재 구축 중이다. 2025년 1분기부터 이를 활용해 출산 분야 공공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고 향후 영유아·초등·결혼 등 여타 공공서비스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저고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한 기업 등의 인센티브 강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일·가정 양립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한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매진한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가족친화기업 또는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인증된 약 4300곳 가운데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대상인 중소기업은 조사 착수 예정일로부터 최대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받을 수 있다. 2025년 1월부터 2년간 시행한다.
단기 육아휴직은 기업과 근로자가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한다. 단기 육아휴직 도입에 관해 의견을 모은 결과 기존 ‘연 1회 2주 단위 사용’에서 ‘연 1회 1주 단위, 최대 2주 사용’으로 향후 제도를 보완해나가기로 했다.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 공개는 민간기업으로 확대한다. 현재 공공기관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 중인데 앞으로는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기업공시 서식을 개정(11월 중),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 공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올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2025년 3월부터 사업보고서 공시(DART)를 통해 이를 공개해야 한다.
총 151개 과제 중 141개 차질 없이 이행
이번 회의를 통해 10월 말까지의 임신·출산 가구 지원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한 과제를 점검한 결과 총 151개 중 141개가 차질 없이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고위는 “특히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분야 기준으로는 108개 과제 중 99개가 조치 완료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서는 육아휴직·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했다. 양육·돌봄 지원과 관련해서는 (가칭)영·유아학교 시범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거 지원의 경우 출산·신혼가구 대상 주택공급 확대와 청약요건 완화 등을 위한 하위법령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6월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관계부처가 추가로 보완·발굴한 과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란우산공제 무이자 대출 및 공제금 납부유예 인정사유에 ‘출산한 경우’ 추가(10월 1일부터) ▲가족친화인증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금 보증료 할인(0.2%포인트) 지원 신설(10월 23일부터) ▲대학(원)생이 ‘육아휴학’ 사용할 수 있는 자녀 연령범위 전체 초등학생 기간으로 확대 등이다.
저고위는 이 같은 정책이 저출생 추세 반전에 실직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를 신속히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출산과 혼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나고 있어 반가운 일이긴 하나 아직 본격적이고 구조적인 출산율 반등이라고 예단하긴 이르다”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출산율 상승을 이어나가기 위해 철저한 대책 이행 점검과 추가 보완과제 발굴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