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0곳서 완강기 교육 체험
8월 22일 경기 부천시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호텔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중 2명은 8층에서 소방대가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내렸으나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목숨을 잃었다. 5층 이상의 고층인 경우는 에어매트보다 완강기를 통해 탈출하는 것이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강기는 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높은 층에서 땅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만든 비상용 기구다. 현행법상 완강기는 모든 건물의 3~10층에 층마다 설치해야 한다. 숙박시설은 객실마다 일반 완강기나 2개 이상의 간이 완강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완강기의 존재를 모르거나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화재가 난 호텔에도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이를 이용해 탈출하거나 대피를 시도한 투숙객은 없었다.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이후 완강기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화재 사고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생명줄인 완강기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선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둬야 한다.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완강기 사용 체험은 전국 13개 안전체험관과 소방서 77곳에서 할 수 있다.
화재 시 생명줄, 최대 150㎏까지 견뎌
9월 4일 경기 오산시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을 찾았다. 직접 완강기 사용법을 익히고 체험해보기 위해서다.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에선 화재 시 대피 및 탈출, 산업재해, 교통사고 등 각종 재난을 체험하고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체험은 지하 1층 복합안전체험장에서 진행됐다. 교육을 맡은 윤성용 교수위원(소방위)은 완강기 구성품부터 설명했다. 완강기는 크게 지지대와 완강기 박스로 구성된다. 완강기 박스에는 지지대에 걸 고정고리(후크), 몸을 고정할 가슴벨트, 속도조절기, 창밖으로 내려뜨릴 로프릴(밧줄 얼레)이 담겨 있다. 또 로프릴의 길이가 표시돼 있다. 만약 7층에 산다면 그에 맞는 길이가 표시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층당 필요한 길이는 3m다. 7층에 산다면 21m 길이의 완강기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완강기 사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선 속도조절기에 달린 고정고리를 지지대에 연결하고 잠금장치를 돌려 단단하게 채워준다. 지지대는 대체로 벽에 고정돼 팔을 창밖으로 펼칠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탈출 가능한 창문 근처에 설치돼 있다. 고정고리를 연결한 지지대를 창밖으로 밀어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지지대가 안정적으로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홈에 정확히 걸렸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속도조절기에 달린 로프릴을 창밖으로 던진다. 이때 로프릴이 장애물에 걸리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돌돌 말려 있던 로프릴이 다 풀리면 가슴벨트가 나온다. 가슴벨트는 겨드랑이 바로 아래 가슴에 착용하고 빠지지 않게 끈을 꽉 조여준다. 여기까지가 하강 준비 단계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1분 안에 충분히 마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이제 내려갈 차례다. 상체보다 하반신이 먼저 내려가게끔 창문 쪽에 걸터앉는 자세를 취한다. 이어 벽을 바라본 채로 한 발씩 떼면서 내려와야 한다. 윤 교수위원은 “몸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슴벨트를 겨드랑이 쪽에 단단히 조인 뒤 팔을 ‘W’ 자로 유지한 채 내려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팔을 위로 높게 들 경우 안전벨트가 벗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위원은 “벽에 혹시나 위험한 구조물이 있는 경우에는 손을 뻗어 짚으면서 내려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강 속도는 속도조절기가 스스로 조절한다. 체중이 가벼울수록 속도는 느려지고 무거울수록 빨라진다. 완강기는 최대 체중 150㎏까지 버틸 정도로 튼튼하다. 완강기 줄 안쪽은 철사로 돼 있어 불길로 인해 줄이 끊어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하강 뒤엔 가슴벨트를 벗은 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완강기 사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걸GO: 지지대 고리에 완강기 고정고리를 걸고 잠근다 ②던지GO: 지지대를 창밖으로 밀고 로프릴을 아래 바닥으로 던진다 ③조이GO: 가슴벨트를 가슴 높이까지 걸고 조인다 ④내리GO: 다리부터 창밖으로 내밀어 바깥으로 나간 후 벽을 짚으며 안전하게 내려간다.
완강기는 ‘최후의 수단’
교육을 마친 윤 교수위원이 시범을 보였다. 윤 교수위원은 높이 6m, 아파트 2층 높이에서 완강기를 타고 순식간에 바닥까지 내려가더니 외쳤다.
“한 명씩 내려오세요.”
2층 높이도 아찔했다. 직접 뛰어내릴 차례다. 윤 교수위원의 지도에 따라 안전모를 쓰고 가슴벨트를 착용했다. 그다음 양손으로 난간 손잡이를 잡은 뒤 한 발 한 발 계단을 밟고 내려가 하강 준비를 마쳤다. 평소 놀이기구와 번지점프를 즐기고 고소공포증도 없지만 막상 가슴벨트와 줄에만 의지해 뛰어내리려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에 이보다 높은 곳에서 완강기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교육과 체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숨을 고른 뒤 안내에 따라 왼발, 오른발 순서대로 발을 내렸다. 이어 두 팔을 ‘W’ 자로 만들었다. 그 순간 몸이 바닥으로 ‘주욱’ 내려갔다. 속도는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다만 너무 긴장해서인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무릎을 꿇은 채로 바닥에 착지하고 말았다. 두 번째 실습에선 발 대신 손을 먼저 떼버렸다. 이 경우 반동으로 벽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세 번째부턴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네 번째 실습 전 윤 교수위원은 하강 시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면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는 팁을 줬다. 드디어 다섯 번째 실습. 완벽한 자세로 하강을 마쳤다. 주위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천양지차다. 완강기를 직접 체험하고 나니 위급 상황에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 체험운영팀 원승재 소방경은 “화재가 발생하면 비상구나 안전한 곳으로 빠르게 대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완강기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에서는 완강기 체험 외에도 소화기 사용과 연기 대피 체험, 119 화재신고 등 화재 시 필요한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완강기 체험은 어디서?
13개 안전체험관, 77개 소방서 체험시설 등 전국 90곳
완강기 사용법을 배우고 싶은데 어디에서 하는지 모른다? 화재 시 생명줄 역할을 하는 완강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 90곳(13개 안전체험관, 소방서 체험시설 77개)의 목록이 소방청 누리집(www.nfa.go.kr)에 공개됐다. 소방청은 9월 4일 완강기를 사용해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전국 체험시설 90곳을 소방청 누리집에 공개했다.
완강기 사용법을 알기 쉽게 담아낸 그림과 영상은 소방청 누리집과 공식 유튜브 채널 ‘소방청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에는 광나루안전체험관, 보라매안전체험관, 광진소방서 등 25곳, 이외 지역은 부산119안전체험관, 대전119시민체험센터, 전라북도청체험장 등에서 완강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완강기 사용 체험은 가까운 소방서 또는 안전체험관에 체험 가능 일정을 직접 문의하면 된다.
소방청은 향후 숙박 관련 단체 및 숙박 예약 플랫폼, 아파트 관련 업체 등과 협력해 승강기, 객실 TV, 업체 누리집 등에도 완강기 사용법에 대한 그림과 영상을 게시할 계획이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위기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민 누구나 올바른 대피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홍보 방식을 다각화하는 적극행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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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