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대 국정과제에 거는 기대
윤석열정부의 국정 비전과 목표에 따른 110대 과제가 발표됐다. 국정과제를 통해 본 윤석열정부의 열쇳말은 상식, 민간, 자율이다. 그 맥락과 정책기조를 보면 영미 자유주의 정부의 작은 정부, 시장주의, 성과관리의 특성이 보인다.
국정과제는 일종의 계획이며 이를 집행하고 앞으로 정부의 성과에 따라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5년간의 P·D·S(Plan-Do-See) 과정이다. 앞으로 집행 결과를 보고 다시 계획이 수정되는 피드백(Check)도 거칠 것이다.
원래 국정과제는 정책목표와 방향성, 달성 기간이 정해진 비전을 어떤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룰 것인가 하는 설계다. 그 비전은 정책 키워드나 슬로건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명박정부의 기업가형 정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정부의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이 그런 예다. 이러한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집행되기를 기대하며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국정과제 성공적 집행 위한 길
첫째, 자유주의는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며 민간의 활력을 이용한다. 그 같은 기조는 이미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중심으로 한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을 통해 시장에 의존하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30년간 세계를 지배했다. 그 결과 방만한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정부의 실패를 보완하며 민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다만 많은 민간 영역으로 정부의 기능이 이전되며 효율성은 가져왔지만 정작 국민이 행복한 나라, 즉 효과성을 달성했느냐는 문제로 남았다. 따라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항목에 포함된 32개 과제가 이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둘째, 정책환경에 대한 반영이다. 현재의 횡적으로 나열된 110개 국정과제 간의 우선순위와 가중치, 난도 등에 따른 추진 이행안이 필요하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정책 옹호 집단은 진영 대립으로 양분돼 중간지대가 적어지고 극단화되는 쌍봉형 사회로 바뀌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는 밀어붙이는 집행 전략으로도 족했지만 윤석열정부는 이 같은 정책환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해 갈등이 적고 쉽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과제부터 추진해 정책 옹호 집단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후변화 대응으로 ESG 경영을 내세웠다. 이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셰일가스와 원유 채굴 규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유권자 텃밭을 공격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원유와 가스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근원이 되고 있으며 주식시장의 급락과 스테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의 우려를 낳고 있다. 수출지향적인 우리나라는 ESG의 착한 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방향타를 잘 잡아야 한다.
넷째, 공약 사항과 정책과제 달성도에 대한 평가체계다. 윤석열정부가 임기를 마칠 때 처음 제시한 비전의 달성도와 중장기 정책과제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제시될지 판단해야 한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사가(史家)의 몫이지만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의 효과성은 5년 뒤 선거로 판단될 것이다. 혁신이 어려운 것은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며 체계 없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핵심 영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 필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까지 이 대분류의 정책과제 가운데 윤석열정부의 임기가 종료될 때 과연 어떤 정책이 성공했다고 각인될 것인가?
무엇보다 국정과제를 집행하는 가운데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핵심 영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를 구해야 한다. 프랑스혁명의 기치는 자유, 평등, 박애다. 박애란 똘레랑스, 즉 다른 쪽의 주장에 대한 관용이다.
여영현 선문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지방공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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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