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좋아하는 한식 요리를 제공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레스토랑 ‘카페 인 더 시티’의 음식들 | 하이브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본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영화 <기생충>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콘텐츠의 위상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성공 이후 세계인이 K-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4관왕,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연속 석권을 두고 세계시장의 변방에 있는 한국이 어쩌다 거머쥔 행운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 모두가 좋아하고 모두를 기다리게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나라가 된 한국이 당당히 쟁취한 결과라고 인정받고 있으며 2021년에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연이은 세계적 성공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런 위상의 변화는 그동안 K-콘텐츠를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전 세계 이용자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콘텐츠 특유의 연관효과로 관광, 푸드,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K-콘텐츠는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세계시장에서 ‘메인스트림(주류) 문화’로 대접받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류 문화로 대접받는 K-콘텐츠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프레데릭 마르텔은 ‘모든 사람의 문화’라는 맥락에서 메인스트림 문화라는 표현이 엘리트주의적이지 않은 문화라는 긍정적 의미와 상업적이고 규격화돼 있으며 단일화된 문화라는 부정적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가 이제까지 이해했던 대중문화의 특징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인터넷 기술과 모바일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문화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특징까지 설명하고 있진 못하다.
<기생충>이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아성을 깨뜨린 것, 아시아계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국적과 상관없이 폭발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것, <오징어 게임> 속 우리나라의 놀이문화가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 시대의 대중문화가 다양성과 개성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메인스트림 문화는 다양성을 갖춘 문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엘리트주의적이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갖춘 메인스트림 문화. 현시점에서 우리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인에게 이렇게 인식된다면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큰 자산을 가진 것이 아닐 수 없다.
소프트파워 잠재성 큰 우리나라
“문화는 강요가 아니라 매혹이다.”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 개념을 처음으로 주장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소프트파워의 핵심 요소인 문화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 문구다. 국제사회의 역학 속에서 강제적 수단이 아닌 특정 국가의 매력에 의해 설득돼 자발적으로 우호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힘이 소프트파워라면 적어도 현시점에서 세계를 향해 매혹적인 문화를 꽃피우고 있는 우리나라는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가질 잠재성이 큰 나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 잠재성을 현실화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국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이 배출될 수 있도록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하고 제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원을 꾸준히 제공해야 하며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K-콘텐츠 기업들이 적응하고 버틸 수 있게 지원하는 다양한 기반시설(인프라)이 준비돼야 한다.
또한 새로운 시대적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한 국제 포럼에서 “한국은 소프트파워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으며 해외에서 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탄소년단이 더 빛나는 것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는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이제 메인스트림 문화를 가진 나라로서 우리는 국제적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최근 게임산업을 중심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의 노력으로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나타날 새로운 시대에 문화로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