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컴퍼니(artisfanclub.com)’는 2008년 정지연 대표가 온라인에 개설한 카페 ‘아티스트 팬클럽’에서 출발했다. 미술 애호가였던 정 대표가 ‘영화를 보고 서점에 가듯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을 즐길 수는 없을까?’,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듯이 미술작가를 응원하는 팬클럽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을 안고 시작한 일이었다.
이후 매월 한 번씩 직접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쓰는 탐방기사, ‘작가와의 인터뷰’는 회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여간해서는 대중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힘내라”는 팬들의 ‘댓글’은 더없이 큰 응원이었다.
회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당시 직장인이던 정지연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아티스트 팬클럽’에 매달렸다. 우선 2010년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한 이후 첫 작품으로 ‘반짝쇼’를 기획했다.
미술과 대중 간의 거리 좁히기를 고민하던 정 대표는 설문조사를 통해 “그림을 보러 갤러리에 가고 싶지만 퇴근 후에는 모두 문을 닫아 관람이 어렵다”, “막상 들어가도 근엄한 분위기에 위축될 때가 많다”, “작품이 너무 비싸다”는 직장인들의 불만을 알게 되었다. 젊은 작가들은 작가들대로 “어렵게 전시회를 열어도 지인들을 빼면 일반 관람객은 50명도 채 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양쪽의 의견을 조합해 평일 저녁 7시30분, 전시회를 열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운영진은 재능기부 형태로 모았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인디밴드의 공연도 곁들였고, 간단한 다과도 준비했다.
그림이 전시된 10명의 작가가 직접 현장에 나와 관람객들과 만나 그림을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입장료로 1만원을 받았지만, 티켓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당초 50명으로 예상한 관람객이 1백명에 가까울 정도로 색다른 이 전시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반짝쇼’는 이제 에이컴퍼니의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반짝쇼’의 성공 이후 가능성을 확신한 정 대표는 2011년 에이컴퍼니를 설립, 그해 서울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에이컴퍼니는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나의 첫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작품전시 기회를 주는가 하면, 일상에서 편안하게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몇몇 카페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카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선별된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브리즈 아트페어’나 미술작품 구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오운 아트(own art) 캠페인’도 에이컴퍼니의 야심작이다.
이 중 ‘오운 아트(own art) 캠페인’은 미술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 한해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영국의 ‘오운 아트 론(own art loan)’을 벤치마킹한 것. 에이컴퍼니는 ‘브리즈 아트페어’에 전시된 작품의 경우 10개월 할부를 권장하고 할부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의미로 작품가격의 10%를 고객에게 지급한다. 이 비용은 에이컴퍼니와 작가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에이컴퍼니가 1년에 두 번 여는 ‘브리즈 아트 페어’는 신진 작가와 신진 컬렉터를 발굴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규모 미술축제. 작가 공모를 통해 중저가의 선별된 작품만을 소개해 인기가 높다. 정 대표는 “몇 십만원 대의 그림도 많아 한 달에 몇 만원으로 멋진 작품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며, “일반인들의 미술품 구입을 늘리기 위해 우리도 ‘오운 아트 론(own art loan)’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술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버스미술관도 기획 중이다. 미술관이 없어 그림 전시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갤러리’를 계획한 것. 이를 위해 1인당 만원의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수업료가 비싸 미술학원 한 번 가 보지 못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에이컴퍼니의 수익모델은 작품판매, 기업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디자인 소품제작 등 세 가지. 아직 큰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직원들은 희망을 갖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직장 다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정 대표는 “혼자, 집에서 취미로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번듯한 사무실에서 6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가 된 것이 꿈만 같다”며 웃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미술작품을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에이컴퍼니는 작품을 소유하는 기쁨을 안겨 준다. 작가와 직접 만나는 잊지 못할 경험도 선물한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작가들과 미술작품과의 새로운 사랑에 빠진 관람객들이 보내 오는 감사 이메일에서 정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보람과 힘을 얻는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언젠가는 글로벌한 회사로 키워 우리 작가들의 세계시장 진출을 돕고 싶다는 에이컴퍼니. 미술시장이 활성화돼 많은 작가가 걱정 없이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이 미술과 가까워져 우리의 문화예술 토양이 비옥해지는 그날까지 에이컴퍼니의 질주는 계속될 것이다.
글·최선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