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 김영식 이사장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 김영식 이사장은 몇 해 전 뜻밖의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저는 서울에 사는 연년생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얼마 전 셋째 임신을 확인했습니다. 계획하지 않았던 셋째가 생겨 고민 끝에 임신 6주에 중절수술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술 약속까지 잡아놓았고 남편과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대표님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경제적·육체적 이유로 뻔히 보이는 고생길이 싫어 아이를 지우러 가는 길에 ‘아~는 생기는 대로 낳아라’라는 말이 제 가슴을 파고들었고 마치 신의 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김 이사장은 틈날 때마다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로 안부차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휴대폰 번호가 바뀌는 바람에 변경 안내 문자를 보내면서 늘 하던 대로 말미에 ‘아~는 생기는 대로 낳아라’라는 인사말을 보탰는데 마침 임신중절수술을 결심한 한 부부에게 닿았던 모양이다. 문자의 주인공은 수술실 입구까지 갔다가 병원을 뛰쳐나와 주차장에서 엉엉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셋째를 낳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이사장은 부부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대단한 결심을 했다”며 출산 축하금 200만 원과 출산 후 두 차례에 걸쳐 300만 원을 지원했다. 지금도 김 이사장은 부부의 셋째 아들을 특별히 아끼면서 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 누리집에는 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이들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 줄을 잇는다. “비록 지금은 삶이 빠듯하지만 꼭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지금 받은 행복에 대해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잘 키우겠습니다”라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이들로 게시판이 훈훈하다.
김 이사장이 만든 세자녀출산지원재단은 재단 이름처럼 셋째 출산 시 출산 축하금을 지원한다. 국내 최초로 개인이 운영하는 출산장려 재단이기도 하다. 2018년 재단이 설립돼 2024년 6월까지 765명에게 출산 축하금 총 15억 5760만 원이 전달됐다. ‘출산장려 민간 전도사’로 통하는 김 이사장은 부산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과 함께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씩 세 자녀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는 등 우리나라의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뛰고 있다.
재단이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먼저 출산 축하금 지원이다. 다자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셋째를 출산하는 세대에 각 200만 원의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연 2회 공개추첨을 통해 선정한 50~60명이 대상이다.
두 번째는 미래 출산세대를 위한 저출생 극복 교육프로젝트다. 재단에서 제작한 영상과 출산 전문 강사들의 출장교육을 통해 중·고등학교에서 출산 홍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출산 관심 유도 및 조기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다.
세 번째는 출산 친화기업 인증 프로젝트다. 기업의 출산 친화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출산 친화기업을 발굴해 회식비를 지원한다. 연간 1회 네 곳의 회사를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들싱나커 프로젝트’다. ‘들어올 때는 싱글이지만 나갈 때는 커플이 되는 놀라운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미혼남녀의 만남과 결혼을 유도해 출산율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분기별로 1회 진행해 결혼적령기 미혼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의 탄생은 선물이고 축복이다”라고 말하는 김 이사장은 어쩌다 출산장려 전도사가 됐을까?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7년 전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던 중 저출생 문제를 다룬 신문기사를 봤다.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나부터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나 하나쯤이야’보다 ‘내가 먼저 해보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당시 건강식품 회사를 운영 중이었는데 우리 회사 직원부터 도와주자는 생각에 첫째를 출산하는 직원에게 100만 원, 둘째를 출산하면 200만 원, 셋째를 출산하면 몇 해에 걸쳐 총 1220만 원을 지급했다. 그게 시작이다. 2009년부터 재단 설립 전까지 개인적으로 455명에게 9억 1000만 원의 출산 축하금을 전달했다.

30년 넘게 운영하던 건강식품 회사를 접고 재단을 세우기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동안 내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았다. 돈도 많이 벌어봤고 망해도 봤다. 사람은 돈 벌 나이가 있고 돈 쓸 나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받는 기쁨은 하나요, 나누는 기쁨은 두 배라고 했다. 남은 평생은 주변에 나누며 살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2018년 3월 사비 20억 원을 출자해 재단을 설립했다. 마침 내가 쓴 책 ‘10미터만 더 뛰어봐!’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인세가 지급됐다. 책을 계기로 강의도 들어왔다. 책으로 번 돈은 모두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쓰자고 결심했다. 내가 모범을 보이면 누군가도 따라올 것이라 믿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는 물론 기업에서도 후원하고 있다. 보람을 느낀다.

기업 후원을 많이 받고 있다. 후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재단은 플랫폼 역할을 담당한다. 후원금이 모이면 산모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월 1만 원부터 후원할 수 있는데 제일 많이 후원한 분이 2억 2000만 원이다. 지금까지 15억 4000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들어왔다. 후원 통장에 돈이 모이면 매년 6월과 12월, 1명당 200만 원을 전달한다. 후원 금액에 따라 50명에서 60명까지 전달하고 있다. 물론 후원금만으로는 부족해 재단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을 운영하며 힘든 점은 뭔가?
재단이 홍보가 많이 되다보니 올 6월의 경우 신청자가 많았다. 50명 선정하는 데 무려 300여 명이 신청했다. 낙첨된 사람이 많아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강의료나 개인적인 이득으로 취해진 돈을 재단에 쏟아붓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다.

출산 축하금 전달뿐만 아니라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들싱나커 프로젝트’라고 결혼적령기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고 결혼을 유도해 출산율 제고에 기여하고자 기획했다. 분기별로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34명이 참가해 두 커플이 탄생했다. 결혼이 성사되면 내가 무료로 주례를 서고 신혼여행 경비 2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가을에 한 커플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주례를 서면 어떤 말을 해주나?
말다툼이나 가치관이 다르면 헤어질 수 있다. 연애할 때와 다르게 부부가 되면 언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경청해라. 중간에 말을 끊지 마라. 틀린 말을 하더라도 끝까지 다 듣고 난 뒤에 ‘당신 말도 맞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하라고 한다. 말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경청하는 데는 60년이 걸린다. 말다툼에서 이겨도 남는 건 상처뿐이다. 져주고 살면 더 좋다.

출산율 제고와 양육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2060년대 말까지 인구가 3500만 명 미만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통계청 발표 자료도 있다.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필요하다. 정부는 조기 결혼을 유도하고 저출생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이를 낳는 가정에는 다양한 혜택과 더불어 지원금을 주고 신혼부부에게 무상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 혜택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아기 우는 소리가 많이 들리길 바란다.

젊은 부부 혹은 청년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 응집력도 생기고 힘이 덜 든다.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조기 결혼해 아기 둘은 낳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기의 울음소리에는 기쁨이 있다. 행복이 있다. 아이 둘을 나으면 행복은 10배가 된다. 안 낳아 보면 모른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웃음).

서경리 기자

박스기사
저출생 정책 발굴 ‘국민WE원회’ 출범
저출생 대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국민모니터링단 ‘국민WE원회’가 출범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을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하고 체감도 높은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2030미혼청년, 신혼·무자녀 부부, 난임부부, 1자녀 부부, 2자녀 이상 부부 등 200여 명이 참여한다.
국민WE원회는 10월 6일 열린 출범식에서 정책 수요자별 다양한 관점에서 저출생 반전 대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인구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인식 개선, 자녀를 갖고 키우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깊게 토론했다. 이날 출범식을 시작으로 연말 성과보고회까지 국민WE원회는 저출생 대책의 효과성과 체감도 평가, 정책 보완사항 발굴 및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 제시 등 온·오프라인 정책소통 활동을 할 예정이다.
한편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는 국민WE원회의 활동과정과 성과를 현장 스케치, 쇼트폼 콘텐츠, 파워블로거 블로그 등의 형태로 제작해 누리소통망 등을 통해 소개하고 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주형환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민WE원회는 국민과 정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로 더 나은 정책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해줄 것”을 강조하며 “초저출생, 초고령사회, 초인구절벽의 ‘3초(超)’ 위기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길어 올린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잘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