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박미이 씨(왼쪽)와 복혜원 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곽윤섭 기자
“ㅇㅇ로 #빵지순례다녀왔어요!”
빵 좋아하는 20~30대의 SNS를 보면 전국 각지의 빵집을 다녀온 인증 사진이 올라온다. 이런 일련의 행동을 마치 성지순례 하듯 빵집을 찾아다닌다 하여 ‘빵지순례’라고 부른다. 2013년경부터 불기 시작한 빵지순례 열풍은 이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박미이(31) 씨와 복혜원(33) 씨는 지금의 빵지순례 열풍이 불기 전부터 자칭타칭 ‘빵덕후’로 불린 인물들이다. 오래전부터 빵을 주제로 블로그도 운영하고, 책도 쓰는 등 빵 관련 활동으로 활발하다. 3월 16일 빵지순례자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꼽혀 ‘빵남동’으로 불리기도 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빵자매’라고 불러주세요.”(웃음) 인사를 건네자 빵덕후다운 통성명이 돌아왔다. 사실 박 씨를 소개하는 직업은 여러 개다. 파워 블로거, 작가, 제과회사 직원 등. 모두 그의 남다른 빵 사랑으로 쌓아 올린 ‘빵 자취’이기도 하다. 박 씨는 2010년부터 빵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린 덕에 파워 블로거가 됐고, 그 경력으로 유명 베이커리 마케팅팀에서도 근무했다. 처음부터 빵 관련 일에 종사한 건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교육 콘텐츠 회사에 다닌 박 씨는 “좋아하는 일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직업이 바뀌어 있었다”며 웃었다. 자신만의 ‘빵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 <멋진 어른 여자>도 낸 바 있다. 2018년부터는 유명 제과회사 마케팅팀에서 파이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건강 빵·이색 빵 관심이 빵지순례 불러”
박 씨가 빵 관련 콘텐츠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2010년만 하더라도 ‘빵지순례’라는 단어는 없었다. 박 씨는 “지금의 빵지순례와 같은 형식의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도 소수였다”며 “SNS의 확산과 더불어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좀 더 좋은 재료로 만든 디저트를 찾는 문화가 생겼고, 빵지순례를 다니는 빵덕후도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마트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빵보다는 특정한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강 빵, 이색 빵에 대한 소비가 빵지순례 문화를 확산한 것 같아요. 이는 제과회사에 다니며 제품 개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제 고민과도 맞닿아 있죠.”
그의 지인인 복혜원 씨 역시 빵 관련 콘텐츠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다. 그는 어릴 때부터 빵 냄새를 유독 좋아했고, 빵집에 갈 때면 거의 쓸어오다시피 빵을 한가득 사왔다고 했다. 복 씨는 빵 관련 블로그의 시작에 대해 “어릴 때는 빵을 좋아해 무조건 많이 샀어요. 그러다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일이 많아지니 아깝더라고요. 이후 내 입맛에 맞는 빵을 찾아 골라 사면서 블로그 빵 리뷰도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 씨는 최근 빵지순례가 주목받으면서 빵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위부터) 게티이미지뱅크/ 복혜원씨 블로그/ 블랑제리 인스타그램/ 박미이 씨 블로그
“인증 사진보다 정성과 철학에 관심을”
두 사람은 빵에 대한 오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복 씨는 “빵은 살이 찐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등 건강에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박 씨 또한 “저는 달지 않은 건강 빵에 관심이 많은데, 최근 빵 출시 경향도 유기농 밀가루 등 좋은 재료를 쓴 빵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건강을 고려한 빵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
복 씨는 최근 빵지순례 열풍에 대해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론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들인 정성과 맛보다는 ‘인증’ 사진에만 치우친 일부 현상은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경쟁하듯 빵집을 투어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빵 만든 사람의 철학, 그 빵을 만든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빵지순례’가 건강한 하나의 문화로 길게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빵지순례 관련 책을 함께 준비 중이다. 박 씨는 “10여 년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유럽 등 많은 나라로 빵지순례를 다녀왔다”며 “나라별 기억에 남는 빵집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빵자매’의 첫 번째 빵지순례 책은 ‘유럽’ 편이다.
강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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