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레바논 티르에서 동명부대 장병들이 소형전술차량을 활용해 기동 정찰을 하고 있다.│준비기획단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서은지 준비기획단장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가 12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분야 최대 규모(155개국), 최고위급(외교·국방부 장관) 정례 협의체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는 2016년 9월 영국에서 처음 열렸다. 2017년 11월 캐나다, 2019년 9월 유엔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4차 회의가 개최된다.
11월 16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장관회의 준비기획단 사무실에서 만난 서은지 준비기획단장은 “국제 안보·평화 분야에서 최고위급이자 최대 규모의 회의를 우리나라가 개최한다는 것은 평화유지활동 분야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제고할 기회”라며 “국제평화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지와 각국의 기여를 결집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마스코트 세평이

▶서은지 준비기획단장
아시아 최초 개최… 우리나라 리더십 인정
2015년 9월 유엔 평화유지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을 비롯해 지금까지 장관회의가 열렸던 영국과 캐나다는 평화유지활동에 재정기여도가 높은 나라들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4차 회의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서은지 단장은 “우리나라는 재정기여도 10위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기여도가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고 평화유지활동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낙점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장관회의의 중요성에 견줘 국민의 관심은 아직 낮다. 준비기획단이 2021년 7월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도 조사에서 장관회의에 대해 모른다는 사람이 87%였다. 유엔 평화유지 요원 임무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는 답변도 83%에 달했다.
서 단장은 “장관회의까지 개최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평화유지활동 기여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정작 우리 국민은 평화유지활동 자체도 잘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평화유지활동은 적대행위가 종식돼 평화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는 국가에서 이뤄지는 정전 감시, 무장 해제, 분쟁 재발 방지, 치안유지, 전후 복구 등 유엔 주도의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 활동이다. 유엔이 1948년 첫 평화유지활동을 시작한 이래 125개국 100만 명 이상의 요원이 참여해 각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고 시민을 보호해왔다.

▶2016년 남수단에서 한빛부대 장병이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준비기획단
치안유지 외에 주민 친화적 활동도
우리나라는 유엔 가입 2년 만인 1992년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해 그동안 1만 8000여 명이 넘는 국군장병과 경찰 등이 소말리아 등 분쟁지역에서 파란색 베레모를 쓰고 복무했다. 2021년 11월 현재는 5개 임무단에 569명의 병력이 파견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유엔이 부여한 기본적 감시정찰, 치안유지 업무 말고도 한국어·태권도 교실 운영, 의료지원 등으로 현지 주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남수단에 파견된 한빛부대는 ‘생존이 곧 작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261㎞에 달하는 남수단 주 보급로 보수공사를 완료했다. 또 한빛직업학교를 열어 현지인의 자립 기반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전기·용접 기술 등을 가르쳐 현지인에게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2021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취약해진 의료 인프라 개척을 위해 다양한 의료 물자와 앰뷸런스 등을 지원했다.
레바논에 파견된 동명부대도 완벽한 작전 수행과 현지인에게 감동을 주는 민사작전 등을 통해 레바논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동명부대 서포터즈’를 구성해 운영하는 등 현지 주민의 호응도가 높다. 서 단장은 “한류가 워낙 뜨겁다 보니까 현지 주민들이 태권도라든지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군인들을 편안해한다는 소식을 유엔 본부도 접하고 있다”며 “주민 친화적 활동뿐만 아니라 정전감시, 치안유지 능력에서도 과감하고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는 평가를 국제사회에서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레바논 티르에서 동명부대 장병들이 주둔지 인근을 정찰하고 있다.│준비기획단
PKO·인도 지원 파병 맡아 현장 실사
서 단장은 외교부 유엔과에 근무하던 2007년 동명부대 최초 파병 업무를 담당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사이 격전 뒤 평화협정을 통해 휴지기였던 국면이라 국내에선 ‘왜 그렇게 위험한 곳에 우리 군인을 보내느냐’는 반대가 많았다. 그는 “전쟁이 금방 끝난 곳이기 때문에 분쟁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지역은 맞지만 양쪽이 합의했던 정전협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기 위해선 유엔 평화유지활동이 꼭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의 주둔지를 결정하기 위해 유엔과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레바논 남부 티르 지역을 실사했던 그는 “우리 국민이 파병될 곳이기 때문에 가급적 덜 위험한 지역을 고르려고 했다”며 “티르는 헤즈볼라가 많이 있는 지역이지만 지역 정부가 우리 평화유지활동 파병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표시했고 기대가 컸다”고 했다.
서 단장은 평화유지활동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인도 지원 파병이었던 2013년 필리핀 아라우부대 파병과 우리나라 최초 감염병(에볼라바이러스) 대응 인도 지원이었던 2015년 시에라리온 보건 인력 파견 업무도 맡아 현지를 다녀왔다. 그는 “태풍 피해로 필리핀 타클로반 전역이 휩쓸려 나가 집과 건물이 다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며 “6·25전쟁 참전국인 필리핀에 보은한다는 차원에서 인도 지원 파병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라리온 보건 인력 파견 때는 우리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볼라는 코로나19보다 감염률은 떨어지지만 치사율은 70% 정도로 굉장히 높다.
“에볼라가 치사율이 높고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에 파견되는데도 긴급 구호대에 민간과 군 의료진이 굉장히 많이 지원해줘 저희가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시에라리온 실사에서는 파견한 의료진이 감염될 경우를 대비해 후송 작전을 세우는 게 중요한 임무였다. 서 단장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가 한 번에 갈 수 없는 지역이어서 후송 작전이 중요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군과 협력해 긴밀하게 계획을 세웠던 덕분에 나중에 의사 한 명이 바늘에 찔렸을 때 독일로 후송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메타버스·캐릭터 ‘세계평화’ 홍보
서 단장은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장으로 재직할 때 정책 홍보에 대한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고 적용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장관회의를 알리는 홍보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누리집과 누리소통망(SNS) 채널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물론 엠블럼, 슬로건, 캐릭터, 테마송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장관회의 100일을 앞둔 8월 27일 ‘D-100 기념행사 및 청년 피스키퍼 발대식’은 비대면 시대 새로운 소통 방식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했다. 서 단장은 “외교부 최초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발대식을 열고 공식 캐릭터 ‘세평이(세계 평화 지킴이)’를 만들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모티콘과 팬 상품(굿즈)을 배포하는 등 차별화된 홍보를 통해 국민이 쉽게 평화유지활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회의를 계기로 많은 외교·국방부 장관들이 우리나라에 올 건데 한반도에서 평화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알릴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계인은 한반도의 평화를 한 번 더 느껴보고 우리 국민이 한반도 평화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평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원낙연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기술·의료 역량 강화’ 주 테마
여성 PKO 역량 강화도 논의
국방부와 외교부가 공동 개최하는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는 세계 각국의 평화유지활동(PKO) 당면 과제를 논의하고 이에 기여하는 공약을 발굴·점검하는 국제행사다. 12월 7일 첫날 개회식과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8일 둘째 날에는 본회의와 폐회식이 이어진다.
본회의는 ‘기술 및 의료 역량 강화’를 주 테마로 ▲평화의 지속화 ▲파트너십·훈련·역량 강화 ▲임무 수행 능력 ▲민간인 보호·안전 등 4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평화유지활동 전시관과 스마트 캠프 전시관 운영, 여성 평화유지활동 세미나 개최 등의 부대 행사도 이틀 동안 펼쳐진다.
회의 주 테마인 ‘기술 및 의료 역량 강화’는 유엔 사무국과 12개 공동의장국이 함께 선정했다. 서은지 준비기획단장은 “우리 국방부에서는 이번 장관회의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스마트 캠프’라고 하는 미래 평화유지활동 캠프의 비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평화유지활동 캠프가 설치된 곳들은 통신시설이 열악하거나 환경오염이 심각한 곳이 많기 때문에 캠프의 기술적 향상 없이는 효과적 임무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술적 향상에 투자해 좀 더 스마트한 캠프로 발전해나가자는 비전을 제시하게 된다.
여성 평화유지활동 역량 강화도 이번 회의를 관통하는 주 의제다. 현재 분쟁지역에 파견되는 유엔 평화유지 요원 가운데 여성 요원은 현지 여성의 권익 증대 실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 분쟁해결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12월 7일 열리는 ‘평화유지활동에서의 여성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는 여성의 평화유지활동 참여율 제고와 이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