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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의 집무실은 깨끗하고 넓어 보였다. 책상 위에는 흔한 결재 폴더 하나도 구경하기 어려웠다. 오 장관과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3월11일 정부중앙청사 12층 그의 집무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등을 돌린 채 컴퓨터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무얼 하셨느냐"고 묻자 그는 "결재하던 중이었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행자부는 지난 3월 초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들기 위해 각 실·과의 서류 캐비닛 70% 가량을 치워 버렸다. 이는 전면적인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을 위한 신호탄이었다. 관행적인 수직 결재라인을 없애 낭비적 업무요소를 줄이는 대신 직원들이 정책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처방전이었다. 오 장관은 집무실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인트라넷을 통해 결재한다"고 했다.
그의 텅 빈듯한 집무실 모퉁이에는 천장에 닿은 책장이 놓여 있다. 그 책장 중간쯤에는 2003년 말 그가 출간한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는 책이 한 칸 가득 채워져 있다. KOTRA 사장 재임 시절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위기에 빠진 회사를 최우수 공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성공사례를 묶어낸 것으로, 공직사회와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책이다. 그 책이 벌써 "8쇄 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오 장관은 1시간여 인터뷰 내내 정부혁신의 당위론을 역설했다. 그는 정부혁신 중추기관의 수장으로서 "오는 6월까지 통합혁신 시스템과 평가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면서 "모든 정부 부처와 기업·지자체의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모델 하우스'를 짓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 장관으로 취임하신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보고 느끼신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공무원의 일 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효율이나 성과 면에서 민간부문에 비해 많이 뒤지는 것 같아요. 일한 성과가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공무원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약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행자부가 참여정부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정부혁신'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혁신과 관련해 어떤 타임스케줄을 갖고 계십니까?
"정부가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할 때, 서비스의 질을 높여 그 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혁신입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행자부의 기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주 중으로 행자부 조직을 팀제로 개편하는 대대적 변화가 있을 계획입니다. 그러고 나면 조직 변화에 따라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고, 인사 이후에는 팀제에 따른 조직별 업무 배분 및 목표 부여가 있을 것입니다. 6월 말까지 이 같은 혁신을 통합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통합혁신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이 통합혁신 시스템은 업무처리 시스템과 고객관리 시스템(CRM), 그리고 이 둘을 종합해 평가하는 평가 시스템으로(BSC) 구성됩니다."
[B]"공무원 업무성과 실시간 평가 시스템 구축"[/B]
-KOTRA 사장 재임 중에는 KOTRA 조직을 현장과 성과 중심으로 혁신하셨습니다. KOTRA의 혁신 사례를 정부 조직에 적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보십니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KOTRA에서 했던 것은 기업의 해외 마케팅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서비스 제공이었습니다. 직접 수출하는 것이 아니었죠. 정부도 정부의 기능을 통해 국민한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저는 기업이 물건을 파는 것과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업무의 내용이 정책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이죠."
-그러나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들의 성적이나 성과를 계량화한다는 데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어느 정도면 성과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지 압니다. 담당자는 알 수 있어요. 때문에 업무 개념을 정리하고, 그 지표를 무엇으로 할 것이지 본인이 업무에 대한 성과지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평가에서 업무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 지표를 정하는 것이 어렵지, 어떤 일을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공무원사회에 민간기업의 경쟁 시스템을 작동시키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공무원들이 하는 일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중입니다. 공무원이 한 일이 객관적 지표에 의해 집계돼 지금 어느 수준으로 일하는지, 쉽게 말해 현재 몇 등을 하는지까지도 평가가 가능하게 됩니다. 업무관리 및 업무처리 시스템, 고객관리 시스템, 평가 시스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평가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자연히 공무원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행자부에 연봉제를 도입할 생각이십니까?
"저는 추진할 것입니다. 보상하지 않는다면 평가가 필요 없죠. 반대로 보상하려면 반드시 객관적 평가가 있어야 하고요. 인사에 반영하거나 돈에 의한 보상 두 가지입니다. 돈으로 보상해 주는 방법이 연봉제입니다. 기본급과 상여금제로 바꾸고, 상여금적 요소는 인센티브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봉제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행자부에서 올해 말 총액인건비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합니다. 총액인건비제는 인건비의 총액을 정해주고, 그것을 해당 부처 장관이 융통성을 가지고 재량껏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총액인건비제라는 틀 속에서 지금의 봉급 구조를 바꿔 보는 방향에서 실시하려고 합니다."
[B]"고객·성과 중심 세계 최고 행정기관 만들 터"[/B]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그동안 정부의 혁신 마인드를 전파하시면서 느낀 공직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일반 공무원 사이에도 변화해야 한다,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꽤 확산된 것 같습니다. 행자부에서 팀제를 도입한다고 하자 타 부처에서는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두려움을 갖고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행자부의 혁신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행자부를 혁신의 '모델 하우스'로 만들려는 겁니다. 다른 부처에서 혁신을 하다 난관에 부닥쳤을 때 행자부를 모델로 삼아 어려움을 극복할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정부조직의 생산성이 민간의 4분의 1수준이라고 말씀했는데, 너무 가혹한 평가 아닙니까?
"업무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속도 면에서 공무원 조직은 민간 기업에 비해 몇 배 느립니다. KOTRA는 기안 작성에서 사장 결재까지 하루를 넘기지 않습니다. 팀장과 본부장을 거치면 바로 사장한테 오거든요. 그런데 행자부는 빨라야 1주일, 보통 열흘 걸립니다. 그런 면에서 우선 생산성이 떨어지죠. 인력투입 측면에서도 정부 부처에서는 하나의 일에 담당자·사무관·과장·국장·1급 등 여러 사람이 겹쳐 있습니다. KOTRA에서는 팀장이 결재하면 사실상 끝이거든요. 정확히 계산하면 4분의 1이라고 한 것도 많이 신경을 써 준 것이에요."(웃음)
-그동안 파악하신 행자부의 혁신 과제는 무엇입니까?
"각 부처가 공통 과제로 추진하는 17개 과제 외에 행자부 내부적 개별과제 두 개를 선정했습니다. 그 첫째는 성과관리가 가능한 조직, 그러면서 민간과 똑같이 능률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팀제를 실시하려는 것입니다. 둘째는 팀제를 바탕으로 통합 성과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행자부 혁신의 최종 목표라고 할까요, 행자부의 비전을 어떻게 설정하고 계십니까?
"행자부의 비전은 고객과 성과 중심의 세계 최고 행정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행자부의 모든 업무는 성과 창출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 결과가 고객만족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입니다. 패러다임에서 큰 변화가 오는 것이죠."
-국민은 공무원 하면 '철밥통' '복지부동' 같은 부정적 단어를 떠올립니다. 더구나 과거 행자부는 '아전(衙前)문화'의 산실처럼 여겨졌고요. 이러한 공무원들의 부정적 체질 개선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가 조직의 경직성입니다. 이는 행자부만이 아닌 공무원 전체의 문제입니다. 철저하게 뿌리박힌 계급제 속에서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경직돼 움직입니다. 둘째는 정책이나 제도 등을 만들 때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이라는 겁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다분히 주어진 여건 속에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국민에게 베푼다는 태도로 일합니다. 그래서 고객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지금 공무원들의 일 하는 방식에는 낭비와 비효율적 요소가 많습니다. 현재 방식으로는 정책 개발을 위해 연구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의사결정·보고·업무처리 방식 등 모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행자부가 결재 시스템을 전자결재로 바꾸면서 사무실의 캐비닛을 없앤 것도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서 아닙니까? 반응은 어떻습니까?
"직원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단순히 서류를 없애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결재 방식도 바꾸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무관이 정책 하나를 만들어 결재받으려면 과장·국장·1급·차관·장관을 차례로 거쳐야 했습니다. 보통 1주일에서 열흘이 걸립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정책조정회의를 도입했습니다. 정책조정회의에는 장·차관과 1급 3명이 참여하고, 여기에 부서장과 담당 국장이 배석합니다. 과장의 브리핑을 듣고 그 자리에서 동의하면 결재가 끝납니다. 신속한 의사결정은 물론, 충분한 검토가 가능하고 또 다른 부서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협조가 가능합니다. 일석다조의 효과입니다."
[B]"지휘관이 아닌 경영자로 인정받고 싶어"[/B]
-전자정부 시스템은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입니까?
"전자정부 시스템이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혁신을 위한 모든 시스템의 기본이 전자정부 시스템입니다. 지금까지는 오프라인에 의해 일하면서 전자정부가 보완하는 형식으로 운영됐는데, 앞으로는 모든 사고의 흐름이 전자정부적, 온라인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의사결정 및 커뮤니케이션의 전 과정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전자정부 기능은 각 부처의 모든 혁신 시스템의 인프라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론 보도에서는 공무원들의 '혁신 피로감'을 제기하기도 하는데요. 정부혁신에 대한 공직자, 특히 하위 공무원들의 자세는 어떻습니까?
"처음 도입 과정에서는 긴장과 피로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혁신은 추가 업무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업무 방식을 바꿔 더욱 쉽고 능률적으로 일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혁신의 성과가 창출돼 국민이 만족하면 정책 담당자로서 보람도 느끼게 되고, 그 결과 인센티브도 받고, 승진도 하게 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혁신입니다."
-행자부의 팀제 운영과 관련해 직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팀제는 전반적으로 직원들이 거의 수용했고요. 만들었던 안으로 부서별로 의견수렴을 거쳤거든요. 다 수용된 것 같습니다."
-직급파괴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공무원의 생각과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계급으로 일하고, 고참은 주요 보직을 맡는다는 공식은 타파해야 해요. 자신의 능력과 실적으로 정당하게 대접받는 조직이 돼야죠. 민간기업이 효율이 높은 것도 성과중심 때문 아닙니까?"
-혁신 시스템 정착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자기계발도 중요한데, 공무원들의 능력 개발을 위해서는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현재 개발중인 평가 시스템의 평가요소가 성과·프로세스·고객·성장 등 4가지입니다. 여기서 성장은 고객과 개인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부처 전체를 위한 프로그램에서부터 개인의 능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CEO형 장관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행정부처에도 경영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감독하고 통제하고 지휘나 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부처라는 회사를 경영하는 능력을 가진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경영자의 모델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RIGHT]김홍균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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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