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회장직을 3년 연임한 전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 회장, 법률사무소 김&장의 금융 전문 변호사, 한국인 아내를 맞아 네 살 된 아들을 둔 아버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미국인-. 올해로 한국생활 33년째를 맞는 제프리 존스(Jeffrey D. Jones)의 이력서다. 그는 지금의 한국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지난 8일 오후 서울 내자동에 위치한 김&장법률사무소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한국 언론사 기자들 사이에서 제프리 존스(Jeffrey D. Jones)는 ‘국제’와 ‘경제’라는 공통분모를 갖는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코멘트’를 들어야 할 주요 취재원 중 한 사람이다.
경제와 국제 문제에 관한 한 그의 시각은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인터뷰에 앞서 “이번 미국 대선을 전후해서도 언론사 인터뷰와 기자들의 전화가 쏟아져 들어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선거 결과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했다. 역시 같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테지만, 사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봅니다. 지난 4년 임기 동안 부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너무 잘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나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부시가 당선되고 난 뒤 미국의 주식가격이 오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봅니다. 지금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테러입니다. 많은 사람이 케리 후보가 됐다면 안정감을 느꼈을 수 있었겠지만, 정작 테러리스트들은 케리든 부시든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B]“남 잘될 때 배 아픈 것은 사회 투명성 부족 탓”[/B]
그는 인터뷰 내내 미국을 ‘미국’이라고 하면서 한국을 일컬을 때는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 30여 년 동안 바라본 한국에 대한 느낌을 물었을 때도 그는 ‘우리 한국사람들은’이라는 말로 입을 뗐다. ‘한국사람’에 자신을 포함시키는 대신 평가만큼은 신랄했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사람들입니다. 남이 잘되는 걸 왜 못 참습니까? 민족성이 나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그 이유를 사회의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사회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혁명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광화문 네거리에 탱크가 다니는 모습도 봤고, 12.22사태와 6.29선언 무렵의 민주화 시위 광경도 확인했습니다. 굳이 그때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가 많이 없어졌고 투명해졌습니다. 정부도, 기업도 모든 절차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얘기는 반기업 정서와 연관되는 비유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요. 반기업 정서는 부패로 인한 투명성 상실이 얼마나 큰 사회의 적(敵)인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업들이 ‘돈 벌기가 겁난다’는 말들을 곧잘 하는데, 왜 기업이 돈 벌기 어려운 풍토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부패했기 때문이죠. 사회가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돈 벌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걸 보면 배가 아픈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사회가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을 ‘혁명’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능력대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로 체질을 바꿔가는 것이죠. 쉽게 생각해 보세요. 1년 전만 해도 기업은 정치자금 문제로 골치를 앓았는데 이제 그런 말은 거의 안 나오지 않습니까? 사회가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증거죠.”
- 지금의 한국경제는 어떤 상황이라고 평가하시겠습니까?
“현재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훌륭합니다. 수출도 잘되고 있고 경제지표도 튼튼합니다. 다만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경기보다 (경제가) 안 좋다는 생각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니 내수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결국 문제는 내수인데, 내수가 안 되는 데는 인건비가 싸고 시장이 넓은 중국과의 경쟁 문제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 기업도 중국에 가서 그만큼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내부에서 원인을 찾자면, 노사관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사관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데, 물론 노사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겠지만 나는 그 원인이 경영 쪽에 먼저 있다고 봅니다. 노조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대해야 합니다. 사람이 없으면 기업도 없는 겁니다. 경영쪽이 먼저 개혁해야죠. 노조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우리 한국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무시당하면 못 사는 겁니다.”
그는 얼마 전 전경련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한국경제 회복을 위해 시급한 해결 과제로 노사문제 안정을 꼽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비정규직 문제”라고 털어놨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B]“노사관계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B]
- 노사 문제에 대한 견해를 좀더 들려 주십시오.
“사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사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근로자의 60%가 비정규직 노동자예요.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죠. 기업 사정에 따라 정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정규직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상의 규정이 명확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수를)늘리거나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근로자가 한번 입사하면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용보장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내수가 침체될 수밖에 없지요. 전경련 포럼에서 정말 하려던 말도 이것이었어요.”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 주한 미 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을 3년 동안 역임하셨는데, 한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몇 년 전에 암참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아지역에 본부를 둔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서울에 아시아지역 본부를 두겠느냐’고 물었는데 ‘두지 않겠다’는 기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첫째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꼽았고, 둘째로 외화 반입 반출이 까다로워서, 셋째로는 영어 구사 인구의 부족을 들었어요. 한국사람들은 정부의 규제가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실제로 외국기업이 한국기업에 투자하려 할 때 우려하는 것은 노사관계의 경직성입니다. 오히려 정부 규제는 무조건 완화하는 데 해법이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집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B]“규제완화보다 투명하고 공평한 집행이 중요”[/B]
그는 지난해 4월부터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그가 맡은 이들 직함 속에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각종 규제를 점검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도 함께 담겨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보니 공무원들은 우선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특히 고위 당국자일수록 더하죠. 하지만 저는 규제가 생겨난 원인부터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제가 생겨난 것은 국민의 민원에서 기인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규제개혁위원으로 있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어떤 정부기관이든 새로운 규제 가운데 75% 정도가 국민의 민원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시장원칙에 따라가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해 정부에 규제를 요구하기 일쑤입니다. 규제를 완화하려면 근본적으로 우리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한국이 외국에 비해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엄청나게 많다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국에 있는 외국 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규제에 대한 단속과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가 주로 접하는 미국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미국기업과 한국기업에 대한 정부의 법 집행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외국기업이 국내에 와서 법이나 규제를 안 지키면 언론은 물론 회사의 한국 직원들까지 나서서 비난하지만, 한국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너그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기업이나 국내기업이나 정부가 똑같이 규제한다면 지금의 규제 수준은 경제활동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 한국의 내수 경기에 대한 외국의 시각은 어떤가요?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 오는 것은 결국 국내 시장을 보고 오는 겁니다. 내수가 저조하다면 외국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입니다.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특소세 인하 등의 정책에 대해서는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외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정부가 나서서 자신감을 심어줬으면 한다는 것이죠. 외국에서 보는 한국경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막상 한국인들의 경제 자신감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자신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는 최근 IMF가 발행한 보고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IMF가 지난 10월 말 “내년 초쯤이면 한국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보고서다.
[B]“경제 자신감 위해 정책 일관성 중요”[/B]
“저 역시 IMF의 전망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는 제도적인 데 있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는 기본체력이 튼튼합니다. 자신감만 되찾으면 금방 회복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정부가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죠.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가 자신감을 찾는 것과 각 경제 구성원들의 상호 신뢰를 통해 경제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부시 대통령 얘기를 했지만, 경제에서 미래를 일정부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민이 믿고 따라오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하지만 IMF가 전망하는 낙관론과 서민들이 느끼는 민생경기는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거시경제지표가 미시경제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현재 한국의 수출은 큰 호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 호황은 대기업의 매출액을 늘어나게 할 뿐 동대문시장의 상인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한국경제가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실물경제에서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달리 말하면 거시경제지표는 탄탄하다는 증거이고,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을 통해 내수가 살아난다면 곧 다시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 정부가 ‘종합투자계획’이라는 내수 진작책을 준비중입니다. 이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민간자본을 투자해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일단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봅니다. 아직도 개발이 안 된 지역에 사회적 토대가 약한 곳이 많기 때문이죠. 문제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돈을 벌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중은행의 계좌에 예치되어 있는 돈이 300조 원을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돈을 은행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이 사업의 관건이 될 겁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질문에는 없었지만 최근 논쟁이 일고 있는 ‘성장과 분배’와 관련된 견해를 덧붙였다.
“요즘 성장과 분배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저는 사실 정부가 분배 정책을 제대로 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분배’라는 개념은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정부는 부자의 돈을 강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지는 않았잖아요? 정부가 생각하는 분배는 돈을 나누겠다는 것이 아니라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 주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특정 몇몇 사람에게만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죠. 그건 기회의 균등이지 분배가 아닙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