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찐센터 근무 모습.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정부·사회혁신 및 적극행정 등 문재인정부의 주요 제도혁신 성과를 수혜 현장과 수혜자의 말을 통해 소개합니다. 이번 호는 보이스피싱 감별 센터를 만들어 범죄 예방에 나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민원제도 혁신 사례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보이스피싱 예방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요?” 보이스피싱을 당한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가짜 검사 김민수’를 잡아달라고 한 국민청원이 2020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전북 순창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20대 청년은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돈을 뜯기고 사흘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호소 글을 올리면서 알려진 사연은 끔찍했다. 검사와 수사관이라고 사칭한 이들은 번갈아가며 11시간 동안 피해자를 압박했다. 미리 만들어놓은 가짜 검사 신분증을 보내 믿게 만들었다. 조직적이고 정교한 범행 수법에 피해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보이스피싱에 당한 줄 모르고 혼자 괴로워하다 생을 마감했다. 당시 보이스피싱 일당이 보낸 검사 신분증이 진짜인지 감별해주는 장치가 있었다면 청년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2021 정부혁신 우수사례 통합 경진대회 왕중왕전’ 발표 모습
‘찐센터’ 통해 365일 24시간 피해 접수
2020년 한 해 기소된 보이스피싱 가운데 약 40%가 검찰을 사칭한 범죄였다. 처음에는 검사 이름만 사칭하더니 가짜 신분증, 가짜 재직증명서, 가짜 구속영장까지 등장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가짜 서류임을 쉽게 판별할 수 있지만 검찰 서류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국민은 이를 진짜 서류라고 믿고 피해를 입게 된다. 검사, 수사관 등을 사칭하며 범죄에 연루돼 예금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돈을 요구하는 형태다.
이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보이스피싱이 피해 규모가 크고 회복이 어려운 심각한 범죄인 만큼 피해 방지를 위해 수사기관 사칭 여부를 신속히 상담하는 국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9월 인권 감독관 산하에 ‘보이스피싱 서류 “진짜인지 알려줘” 콜센터(찐센터)’를 설치해 업무를 시작했다. 찐센터 직통번호 010-3570-8242(빨리사기)를 통해 365일, 24시간 담당 수사관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검찰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진위 여부와 검찰 소환, 조사 여부를 안내하고 있다.
2021년 12월까지 총 7421건의 신고가 찐센터에 접수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찐센터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서울중앙지검은 ‘2021 정부혁신 우수사례 통합 경진대회 왕중왕전’ 민원제도 분야에서 찐센터 사례로 대통령상인 금상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억에 남는 피해 방지 사례를 두 가지 소개했다. A씨는 검사라고 신분을 밝힌 남성과 4시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 남성은 A씨에게 “금감원에 재산을 등록해서 조사해야 하니 돈을 계좌에서 인출하라”고 요구했다. 수사 공문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은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요구대로 정기예금을 해지해 1000만 원을 인출했다. A씨는 다행히 돈을 전달하기 전에 찐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찐센터에서 남성이 보내준 공문이 위조임을 확인해 금전적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B씨는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가짜 공무원증과 구속영장을 전달받고 보이스피싱범의 지시에 따라 현금을 인출해 보이스피싱범이 지정한 장소로 가던 중에 찐센터에 연락했다. 허위 사실을 파악한 찐센터에서 112에 대신 신고해 피해를 방지했다.
신고 땐 타인 휴대전화 또는 유선전화 사용해야 안전
국내에 보이스피싱 피해가 처음 발생한 건 2006년으로 알려져 있다. 범인들은 늘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고 법망을 피해갔다. 말단 조직원을 잡아들이면 그뿐 해외에 있는 총책임자는 또 다른 조직원을 모집해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실제 존재하는 검찰 서류를 위조해 보이스피싱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하고 발신 번호를 검찰청 전화번호로 조작하는 사례도 많다”며 수법의 정교함을 설명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나날이 지능화되고 고도화되는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에 누구도 방심할 수 없다. 의심스러운 번호로부터 받은 검찰 관련 서류가 있다면 365일 24시간 ‘보이스피싱 서류 “진짜인지 알려줘” 콜센터(찐센터)’로 주저 말고 연락하기를 권한다. 받은 서류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내면 더욱 신속한 확인이 가능하다.
이때 주의 사항이 한 가지 있다. 보이스피싱범과 연락했을 경우 악성 앱이 휴대전화에 설치돼 있으면 찐센터로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나 유선전화를 사용해 연락하는 것이 안전하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서울중앙지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검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현금을 인출해 오도록 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전화를 끊고 다시 걸겠다고 해도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습니다.
-검찰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서류를 보내거나 길에서 만나 서류를 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