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는 11월 24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아 즉시 임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백신·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6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루에 50만 명씩 추가되고 사망자도 거의 1만 명에 이른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봉쇄에 가까운 조처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겨울이 다가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하루 300명 이상씩 늘자 정부는 11월 24일 0시를 기해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로 인한 피로감이 짙어지는 가운데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전해져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커지고 있다. 백신이나 신약 개발은 일반적으로 상업화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요즘처럼 예외적 상황에서 각국의 긴급 허가 아래 제약사들의 임상 연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도록 최종 승인했고, 국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등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긍정적 임상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르면 2020년 말부터 백신 보급이 기대되고 있다.
국내에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11월 23일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30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8건이 종료됐고 현재 2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백신 임상은 3건이고 치료제 임상은 19건에 이른다.
“조금 늦어도 안전성 검증된 백신 만드는 게 목표”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은 초기 개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백신연구소의 ‘INO-4800’과 제넥신의 ‘GX-19’가 6월 1/2a상 단계를 승인받았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NBP2001’이 11월 23일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임상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안전성을 평가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임상 2상은 대상 환자들에게 투여해 치료 효과를 탐색하고, 임상 3상은 많은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확증하는 단계다.
INO-4800과 제넥신의 GX-19는 ‘DNA 백신’에 해당한다. 독성을 약화한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전자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GX-19’를 개발 중인 제넥신은 최근 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상 진입이 임박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의 INO-4800은 미국과 국내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다가 중단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NBP2001은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투여하는 ‘재조합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영장류 대상으로 한 효력시험에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보다 약 10배 높은 중화항체를 유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글로벌 백신보다 조금 늦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히 검증된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 3종은 2020년 안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1월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국산 백신 2종이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르면 연내에 3종의 백신 후보 모두가 임상에 착수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합성 재조합 백신은 2021년 하반기, DNA 백신은 2022년에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예방 백신. 모더나사는 11월 16일(현지 시간) 3상 임상시험 예비 분석 결과 예방률이 94.5%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연합
치료제는 조기 상용화 기대감 높아
백신 개발이 늦은 반면 치료제의 조기 상용화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치료제는 실제 환자에게 투여하면서 바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효능과 장기적인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백신보다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CT-P59’는 9월 식약처로부터 2상과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뒤 순조롭게 환자 모집에 성공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300명의 환자를 목표로 진행 중인 임상 2상 시험에 11월 23일까지 292명이 등록했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유전자 재조합 등의 방식으로 대량 생산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환자 모집이 끝나면 2상 임상시험을 거쳐 긴급 또는 조건부 사용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 2상 시험이 다음 주(11월 23일 시작되는 주)에 끝나면,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는 데 한 달 남짓 걸린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바로 시판할 수 있는데, 2021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혈장분획치료제) ‘GC5131’도 국내 임상 2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식약처로부터 치료목적승인을 받아 대중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치료목적사용은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사용하는 제도다. 정식 치료제로 허가받지 않았지만 치료제로서 기능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의미다.
녹십자의 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유효 면역항체를 뽑아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고면역글로불린’ 의약품이다.
일부 치료제 2021년 1월 긴급사용승인 목표
부광약품은 4월 레보비르캡슐(성분명 클레부딘)을 코로나19에 사용하는 내용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2007년 출시한 B형간염 치료제로 항바이러스제다. 엔지켐생명과학의 면역조절 작용기전 EC-18은 코로나19 감염 때 과도한 염증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소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풍제약은 5월부터 말라리아신약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피라맥스는 주성분인 ‘피로나리딘’이 코로나19 치료 후보 약물로 한때 거론됐던 클로로퀸과 화학구조가 유사하다고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종근당은 6월부터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혈액 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나파벨탄의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대웅제약이 임상시험 중인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도 임상 2상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이번 임상은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웅제약은 연내 임상 결과를 확보해 2021년 1월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11월 23일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DW2008S의 2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DW2008S는 천식치료제 신약으로 개발 중인 천연물 의약품이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새로운 항바이러스 효과 탐색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찬영 기자
해외선 백신·치료제 개발 속도 이르면 12월 중순 첫 백신 접종
코로나19의 재확산에도 세계는 잇따른 백신과 치료제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2020년 12월 중순 첫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최고책임자 몬세프 슬라위는 최근
에 출연해 “백신이 승인을 받고 이튿날인 12월 11일이나 12일에는 미국 전역에 걸쳐서 첫 번째 사람들이 접종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에는 매달 3000만 명씩 접종을 받아 2021년 5월이면 미국에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11월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영국 역시 조만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최근 “3상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효과가 90% 이상”이라 밝혔고,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평균 70%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에 대해 동반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반심사는 비상 상황에서 임상시험용 의약품이나 백신에 대한 평가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절차로, 동반심사 결과 2020년 말이나 2021년 초에 코로나19 관련 첫 백신을 승인할 수도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RNA 형식으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즉 유전물질을 합성해 우리 몸속에 주사하면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화이자-바이오테크 백신은 영하 70℃,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 이하의 초저온 냉동상태로 유통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투여하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2~8℃에서 보관이 가능하다. 다만 임상시험에서 평균 70% 유효성을 보여 다른 백신보다는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제들도 속속 정식 승인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10월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했고, 최근에는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REGN-COV2를 긴급사용 승인했다. 리제네론 치료제는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투여받은 약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