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앞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절차가 한결 간편해질 전망이다. 10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그동안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직접 병·의원과 약국을 방문해 진단서와 영수증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은 뒤 보험사에 우편이나 팩스, 이메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직접 제출해야 했다. 법안이 시행되는 2024년 10월부터는 이런 번거로운 절차가 사라지면서 쉽고 간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종이 서류 없이 원스톱 청구
금융위원회는 10월 6일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고 밝혔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청구 과정을 간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이후 14년 만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실손보험 청구를 전자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험금 청구 시 필요한 서류를 가입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온라인으로 서류를 전송하게 된다. 보험 가입자는 각종 종이 서류를 일일이 뗄 필요 없이 의료기관에 요청만 하면 원스톱으로 보험금이 청구되는 것이다.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은 전송 대행기관(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운영 의무는 보험회사에 부여하고 시스템 구축 비용도 보험회사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또 시스템 구축·운영 업무를 위탁받는 전송 대행기관은 공공성·보안성·전문성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으로 정하도록 했다. 의료·보험업계가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원활한 운영방안 등을 협의·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운영 업무를 위탁받는 전송 대행기관은 실손보험 청구자료를 목적 외에 사용·보관하거나 누설하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 등을 거쳐 2024년 10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요양기관(병·의원, 약국)은 보험금 청구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직접 전송해야 한다. 다만 병상 30개 미만의 의원과 약국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전산 관련 시스템 준비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2년 후인 2025년 10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하위법령 개정, 의료·보험 공동위원회 구성·운영방안 마련,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없이 준비해나갈 예정”이라며 “보건복지부, 의료계,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지속 소통함으로써 청구 전산화 서비스가 원활하게 구축되고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귀찮아서 포기한 보험금 사라질까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만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2022년 말 기준 약 4000만 명의 국민이 가입한 상태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할 만큼 가입자 수가 많다. 보험금 청구 건수는 연간 1억 건 이상이다. 그러나 일일이 서류를 발급받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등 청구 절차가 복잡한 탓에 보험금 청구액이 소액인 경우 청구를 포기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따른 청구 포기액은 연간 3000억 원에 달한다.
2021년 5월 소비자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3개 시민단체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만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 원 이하의 소액 청구건이 95.2%에 달했다.
실손보험금 미청구 이유로는 ▲적은 진료금액(51.3%) ▲증명서류 발급 위한 병원 방문시간 부족(46.6%) ▲보험회사에 증빙서류 보내기가 귀찮음(23.5%) 등을 들었다. 상당수 가입자가 불편한 청구 절차 때문에 보험금을 포기한 것이다. 현재의 실손보험 청구가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로 현저히 낮았다.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78.6%에 달했다. 또 본인 동의 시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시행으로 가입자가 종이 서류를 뗄 필요가 없어지면서 앞으로는 종이뿐 아니라 관련 업무에 투입되는 인적 자원까지 아낄 수 있게 됐다. 서류 발급 등의 불편함으로 청구를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게 돼 많은 수의 가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복잡한 병원비 청구 절차로 어려움을 겪던 노년층 및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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