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제도혁신 방안 및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결과 발표
낡은 연구개발(R&D) 관행과 비효율이 선도형 R&D로 새롭게 거듭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22일 ‘제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열어 ‘정부R&D제도혁신 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과학기술 철학을 ‘R&D를 R&D답게’로 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실력으로 경쟁하는 연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함께하는 연구를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에는 국정철학에 맞춰 R&D 예산 배분부터 집행·평가 전 단계까지 심도 있게 검토했다.
특히 과감한 구조조정이 눈길을 끈다. 그간 중소기업 뿌려주기식 사업, 단기현안 대응 등 관행처럼 이어온 사업을 혁파하고 필수 R&D를 중심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제도혁신 방안은 ▲글로벌 공동연구 제도 정비 ▲R&D 입구부터 출구(과제 기획·선정·집행·평가)까지 전문성·투명성·신뢰성 확보 ▲순수 R&D 사업의 예비타당성 요건 완화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핵심임무별 통합 예산 도입 ▲매년 사업 재정집행 점검 등이 골자다.
먼저 글로벌 공동연구 제도는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과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비됐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우리 R&D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연구성과 소유와 활용 등 국제공동연구 추진에 필요한 내용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낡은 R&D 관행을 선도형 R&D로 전환
정부R&D 지원시스템도 혁신한다. 정부는 연구시설·장비 구축, 체계개발 사업 등을 제외한 순수 R&D 사업은 조사 기준 및 절차를 대폭 완화하고 도전·혁신적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산을 배분·조정할 때도 부처별 예산 상한인 지출한도에 기계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국가적 임무 달성에 꼭 필요한 분야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처 고유임무에 대한 계속사업을 확대해 R&D 사업의 파편화를 방지한다.
투명하고 전문적인 R&D 관리를 위해 평가제도를 혁신하고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한다. 연구관리 과제 기획·선정·집행·평가까지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17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의 역량을 점검하고 ‘범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 혁신방안’을 마련한다.
2023년 하반기부터 해마다 재정집행 점검단을 통해 성과 저조 사업, 국회 등 외부 지적 사업 등 낭비적 요소가 있는 사업을 면밀히 살펴 누수되는 예산을 철저히 막기로 했다. 그간 온정적으로 이뤄졌던 R&D 사업평가에 상대평가를 전면 도입해 하위 20% 사업은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결과에는 윤석열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주요 연구개발사업 예산 21조 5000억 원이 반영됐다.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성과부진 사업 등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 결과 108개 사업을 통폐합하고 3조 4000억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다.
2024년 예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적 R&D 집중투자,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세대 육성 강화 사업에 집중됐다.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혁신 R&D에도 10조 원이 투자된다. 특히 국가전략 기술은 2023년 4조 7000억 원보다 6.3% 증가한 5조 원을 투자하고 이중 양자(20.1%), 이차전지(19.7%), 첨단바이오(16.1%), 사이버보안(14.5%), 우주(11.5%), 반도체(5.5%), 인공지능(4.5%) 등 7대 핵심 분야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연대를 통한 초일류 경쟁력 확보와 인재양성에는 2조 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첨단바이오·양자 등 국가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한 미래전략기술 분야에도 2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모빌리티 등 주력분야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3조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인공지능(AI)반도체, 전고체 배터리 등 민간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등 7대 핵심 분야 집중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역량 확보와 디지털 융합에 1조 6000억 원을 투자한다. 6G(6세대 이동통신), 초거대AI, 사이버보안 등 차세대 디지털 기술에도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가임무수행에 필요한 필수 R&D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방분야에서 무기체계 기술개발 고도화와 필수요소 기술을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 R&D 분야는 국가적 문제로 부상한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약 탐지·추적부터 중독 예방·치료까지 전주기 R&D를 지원하는 등 일선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에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탄소중립은 철강과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과 수소기술 등 핵심 R&D 중심으로 투자한다.
기초연구는 수월성 중심으로 재구조화해 2023년보다 6.2% 감소한 2조 4000억 원을 투자한다. 출연연 예산은 2조 1000억 원으로 2023년보다 10.8% 줄었다. 이는 전체 R&D 감소율 13.9%보다 낮은 수준으로 연구기관 운영에 필수인 인건비와 경상비는 2023년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출연연 전체에 별도 통합재원 1000억 원을 조성해 혁신적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출연연 연구협력단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연구협력단은 출연연 간 경쟁을 통해 선별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통해 R&D 투자의 비효율을 꾸준히 개선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예산 급증에 따라 나타난 비효율과 부작용들이 전반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