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율이 2027년까지 40% 이상으로 늘어난다. 환자안전 문제의 개선을 위한 국가 지원체계가 강화된다. 또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자안전 활동 참여 프로그램도 생긴다.

보건복지부는 12월 14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2023~2027)’을 심의·의결해 확정했다. 환자안전사고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신체·정신 등에 위해를 끼친 사고를 통칭한다. 2021년 국내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추정 사망 건수는 약 3만 8201건으로 같은 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건수(약 2916건)보다 12배 이상 많다. 이는 의료서비스 시스템에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환자안전 관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요구되는 이유다. 주요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해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예방해오고 있다.

복지부는 환자안전사고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5년마다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2018~2022)’은 환자안전사고 정보 수집과 의료기관 내 전담인력 배치 등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면 2차 종합계획은 인프라를 강화하고 환자안전문화를 확산·정착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환자안전정책에 대한 전 세계적 기조에 발맞춰 국내 보건의료 실정과 환자안전 수준을 반영한 7대 핵심과제를 수립했다. 추진 전략의 큰 틀은 ▲국민참여 활성화 ▲보건의료기관 역량 강화 ▲지원체계 확충으로 나눌 수 있다.

2차 종합계획에 따라 복지부는 환자와 보호자, 일반 국민이 환자안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홍보 사업을 추진한다. 국민이 참여하는 환자안전주간 행사를 개최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공익광고를 송출하는 등의 방안이다. 환자안전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캠페인도 전개한다. 참여 인원은 2022년 기준 4300명에서 2027년 1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국제기구,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네트워크를 다져 환자안전 관리체계의 내실화를 도모한다.

현장에서 환자안전사고 감소를 위한 보건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노력한다. 코로나19와 같이 범국가적 재난이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자체적인 위험 관리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환자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도화해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리더십을 향상하고 자주 발생하는 오류에 관한 관리지침을 마련한다. 특히 의약품·혈액제제 사용 및 관리, 감염·의료기기 관련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사례분석은 더욱 강화한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사안별로 사례분석 태스크포스(TF)를 운영, 국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 아울러 환자안전 필수교육을 이수한 병의원, 약국 등 중소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신설해 환자안전활동 참여를 유도한다.

환자안전 정보시스템 통합관리
실질적인 환자안전사고 예방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확충한다. 2022년 25% 수준인 병원급 의료기관의 전담인력 배치율을 2027년 4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현재는 200병상 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 또는 100병상 이상인 종합병원에 전담인력을 1명 이상 두도록 규정하나 앞으로는 전담인력 배치 대상기관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전담인력은 환자안전사고 정보 수집 및 분석,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을 담당한다.

보다 탄탄해진 국가 지원체계도 볼 수 있다. 복지부는 중앙환자안전센터의 역할을 늘리고 국가 의료안전망 구축을 위한 필수인력을 확보하는 등 환자안전 컨트롤타워를 정비한다. 환자안전사고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정해 환자안전 분야의 투자 활성화 근거를 마련하고 의료질 평가 시 환자안전 영역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으며 환자안전 강화를 위한 인증기준을 손본다.

관련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 유관기관·정보시스템을 연계하고 통합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의 고도화를 추진한다. 환자안전 실태조사에 쓰이는 실증자료를 수집하는 의료기관은 2022년 기준 15곳에서 2027년 75곳으로 늘려 데이터를 풍부하게 확보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 확대,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환자안전의 날’ 법정기념일 지정,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환자안전 수준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은 환자안전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관건”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 환경 변화 및 국민 수요를 고려해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실적 점검을 통해 종합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이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