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라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따라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74년 만에 청와대 경내를 전면 개방했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청와대 방문객은 5개월 만에 200만 명을 넘어섰고 인근 관광지·상권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치며 한국 랜드마크의 가능성을 보였다.
10월 18일 ‘청와대 개방, 문화·예술·역사가 공존하는 복합 랜드마크로’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채수희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장, 김영준 문화관광연구원 관광본부장, 이범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참석했다. 이번 대담은 문체부 국민중심 소통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대담 참석자들은 청와대의 역사적 가치는 물론 문화·예술 콘텐츠와 자연경관, 인근 지역과의 연계 등 복합적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청와대의 역사성·상징성·정체성을 보존하는 가운데 활용 방안을 고민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의 배경과 의미는?
=(채 단장)권력의 공간이던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정치적 결단과 공약의 실천이라는 의미가 있다. 개방 후 약 5개월여 지났고 국민 관심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윤 실장)이승만 정부부터 청와대가 ‘구중궁궐 느낌이 있다’고 해 국민소통 차원에서 부분 개방 했다. 하지만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건 등을 거치면서 전면 통제됐고, 노태우 정부가 다시 부분 개방했다. 그럼에도 제왕적 정치 문화가 강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권위주의와의 결별 차원에서 과감한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가 내재된 청와대의 완전한 개방은 우리 역사의 새로운 경험이고 문화번영 시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청와대 개방 이후 방문객 수와 주요 성과는?
=(김 본부장)5개월 만에 약 220만 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서울 대표 관광지 국립중앙박물관에 127만 명, 경복궁에 108만 명이 각각 방문했다. 청와대에 연 480만 명이 온다면 서울의 어떤 문화관광지보다 많은 관광객이 오는 셈이다. 관광효과 외에, 청와대 개방 후 광화문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새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문화·예술·역사 랜드마크로서의 청와대에 대한 구상은?
=(윤 실장)크게 네 가지 구상이 있다. 우선 본관과 관저 중심으로 대통령의 삶과 리더십,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적 상징을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청와대의 소장품과 야외 공연 가능 공간을 활용해 전시·공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세 번째는 각종 문화재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5만여 그루의 나무와 수목, 산책로 등을 통해 자연경관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청와대의 문화예술, 콘텐츠 측면에서 잠재적 가치는?
=(이 회장)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내는 클러스터로서는 전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통치자의 역사적 궤적을 담는 동시에, 고려부터 조선을 거치는 입지적 궤적과 주변 삶의 문화도 관련 있다. 조선시대 중인계급의 전문직과 예술가들은 서촌, 사대부는 북촌을 중심으로 살았다. 동선도 청와대가 중심이기 때문에 단순히 청와대 개방이 아닌 지역 골목 골목을 하나의 랜드마크로 연결할 수 있다.
-향후 청와대의 활용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채 단장)관람객들이 주말이나 명절 때에도 청와대를 찾는 의미를 증폭시킬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 문화예술 행사들을 기획해서 운영하고 있다. 각 공간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행사를 운영해야 할 것 같다. 또 여름에는 ‘한여름밤의 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호응이 높았고 가을에도 종로구의 문화재 야외 프로그램을 청와대와 서촌을 연결해서 10월에 개최한다. 이런 것들도 청와대와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특별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청와대가 보유한 다양한 미술품, 문화재도 있다.
=(이 회장)청와대가 보유한 예술소장품이 약 600여 점이다. 청와대의 역사적 보존 가치를 유지하면서 예술 콘텐츠가 살아 숨 쉬며 활용될 공간을 고민해야 한다. 콘텐츠에만 집착해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부여해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줄 전문 도슨트(전시 해설가)도 필요하다.

-청와대 관광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김 본부장)시민의 여가·관광공간 제공, 관광객 유치를 통한 상권활성화, 관광객의 이동 분산, 도심 환경 정비 등이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외국인 관광 유치를 통한 국격 상승 등이 예상된다. 주변 지역에 파급되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기존 유사한 사례연구에 따라 1인당 2만 3000원 소비효과 추정데이터를 연간 480만 명 방문객에 대입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1100억 원에 달한다.
=(윤 실장)청와대 인근의 경복궁은 지난 5개월간 이전 대비 관광객이 약 네 배 늘었다. 지난해 관광객이 108만 명이었는데 올해 9월 말까지 213만 명으로 두 배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지난해 93만 명이었는데 벌써 179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주변 상권도 북적대는 걸 볼 수 있다. 역사문화 클러스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가능성과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이 있나?
=(김 본부장)서울 주요 관광지들은 관광객 5~27% 정도가 외국인이다. 청와대 방문 내국인을 연 480만 명 규모로 잡고 10~20% 외국인이 추가로 온다고 가정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코로나19 환경이 좋아지면 유입 가능성이 있는데 미리 준비해야 한다. 브랜딩 작업 등 홍보에 노력한다면 대한민국 대표 명소로서 위상을 가질 수도 있다.
글 권중혁 <국민일보> 기자, 사진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