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상징인 학전 소극장(이하 학전)이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며 탈바꿈하고 있다. 가수 김민기가 세상을 떠나고 한 달여, 그가 33년간 이끈 학전은 어린이·청소년 관객을 위한 공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출발을 선언했다. 이를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는 학전의 정체성을 계승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미래의 꿈을 키우는 꿈의 극장으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다지고 있다.
7월 아르코꿈밭극장 개관식
대학로 작은 골목에 위치한 학전 건물. 외관은 그대로지만 ‘아르코꿈밭극장’이라고 적힌 새 현판이 붙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5월부터 예술위원회가 전개한 대국민 이름짓기 공모전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 이름이다. ‘배움의 밭(學田)’이라는 뜻의 옛 학전이 어린이들의 꿈이 자라는 공간으로 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7월 17일 열린 개관식에서 예술위원회는 아르코꿈밭극장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렸다. 먼저 흥겨운 길놀이와 신명나는 축하공연으로 어우러진 축제의 장을 펼쳐 아르코꿈밭극장의 개관을 빛냈다. 김민기 대표가 연출한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와 2024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연극 ‘뜀뛰는 여관’에 나오는 노래가 메들리로 연주됐다.
이날 앞마당과 공연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정병국 위원장을 비롯한 어린이 참가자 및 공연단체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현판 제막식, 축사가 이어졌고 2층 꽃밭라운지에서도 특별행사가 열렸다. 아르코꿈밭극장의 주요 관객이자 미래세대의 주역인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손바닥 찍기 행사였다. 또 개관 특별공연으로 판소리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를 선보여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 공연은 어린이와 청소년 중심의 공연장으로서 개관의 의미를 더했다.
위원장은 “아르코꿈밭극장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미래의 꿈을 키우는 꿈의 극장이 되길 바란다”며 “향후 안정적인 공연장 운영을 위해 5억 원 규모의 자금(후원금과 펀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김민기 대표가 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처럼 관객들에게 공연의 즐거움을 선사할 우수 공연작품의 공모·제작을 지원해 대학로 어린이극을 대표할 만한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예술위원회는 이곳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극장과 관련한 전문기술과 어린이·청소년 지원사업 등 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모든 역량과 연계, 안정적인 극장 운영과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한 학전이 지켜온 김민기 대표의 철학을 담아내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등 실력 있는 뮤지션의 등용문 역할로서 신인 뮤지션을 발굴·지원하는 공연장으로도 활용된다.
어린이 관객 참여형 교육부터 독서까지
아르코꿈밭극장은 총면적 236㎡에 텃밭스튜디오(3층), 꽃밭라운지(2층), 공연장(지하 2층)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공연장은 169석 규모의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으로 운영되며 개관 특별공연을 시작으로 ‘2024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를 비롯한 대관공연과 기획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기획프로그램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축제’, ‘전국어린이 연극잔치’, ‘2024 아시테지 국제겨울축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텃밭스튜디오’와 ‘꽃밭라운지’는 아르코꿈밭극장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텃밭스튜디오에서는 공연 연습과 어린이 관객 참여형 교육이 이뤄지고 꽃밭라운지에서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이곳에는 김종규 삼성출판사 회장이 기증한 도서 300권이 비치돼 어린이 관객이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한편 예술위원회는 아르코꿈밭극장의 활성화를 위해 8월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수시대관 공모를 진행했다. 공연을 희망하는 예술단체나 예술인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던 이번 공모에선 영유아·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창제작 공연이 우선으로 선정된다. 1차 서류를 거친 후 필요에 따라 2차 인터뷰 심사를 진행해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언영 기자
학전 소극장
고 김민기가 1991년 3월 15일 개관했다. 33년 동안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총 359개 작품을 기획 및 제작하며 동시대 삶과 시대정신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문화창조공간으로서 역할을 했다.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하고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개똥이’, ‘의형제’ 등 공연을 기획·제작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성장을 이끌었다.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등 많은 배우가 학전에서 존재감을 키웠고 고 김광석은 1000회 이상 라이브 공연을 열었다. 경영난이 이어진 데다 김민기 대표가 위암 판정을 받으면서 2024년 3월 15일 폐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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