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밀양시에 있는 조선시대 후기의 대표 목조 건축물인 ‘밀양 영남루(密陽 嶺南樓)’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밀양 영남루는 일반 누각과 달리 본루 양쪽에 날개처럼 보조 누각을 거느리고 있어 웅장함이 더하다. 밀양시를 관통하는 낙동강 지류 밀양강이 한눈에 보이는 절벽 위에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당대 문필가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수많은 명사가 이곳에 시문을 남겼는데 조선 선조 때 영남루에 걸린 시판이 300여 개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등의 시판 12개만 남아 있다.
밀양 영남루는 신라 35대 경덕왕(742~765년) 때 신라 5대 사찰 중 하나였던 영남사의 부속 누각으로 세워졌다. 화재와 전쟁으로 몇 차례 소실됐다가 1844년 밀양부사 이인재가 중건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국보(1955년)에서 보물(1963년)로 강등됐다가 2023년 60여 년 만에 국보로 재승격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몰려오는 밀양 영남루에 야간 조명이 들어오면 더 화려해진 누각이 은밀하게 밀양강을 만난다. 고려 충목왕 때의 학자 성원도는 1344년 봄, 밀양을 지나는 길에 영남루에 들러 이런 글을 남겼다.
‘넓은 들이 아득하고 평편하기가 바둑판 같은데 큰 숲이 그 가운데에 무성하여 흐리고 맑고 아침 해 뜨고 저무는 사시의 경치가 무궁해서 시로는 다 기록할 수 없고 그림으로도 다 그려낼 수 없으니 남방산수의 신령한 기운이 밀양에 다 모여서 이 다락이 껴안고 있구나.’

강형원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했다. UCLA를 졸업한 뒤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에서 33년간 사진기자로 근무했고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2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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