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월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주택시장 안정대책(2·20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경기도 남부 일부 지역을 부동산 규제 대상 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동시에 규제지역의 대출과 청약 요건 등을 더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2019년 12월 16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종합대책(12·16 대책)을 보완하는 후속 조치로, 수도권 집값 불안 지역의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수요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 국토교통부에 신설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 5곳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2·20 대책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지역은 경기도 수원시 3구(권선·영통·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 등 5곳이다. 조정대상지역이란, 자가주택 비율이 전국 평균 이하인 기초자치단체 지역이나 택지개발지구 가운데 신규 분양주택의 청약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거나 2개월 이상 집값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세제·청약 등 제도 전반에 걸쳐 규제를 강화하는 지역이다. 조정대상지역보다 집값 불안과 청약 과열이 심하고 장기화할 경우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더욱 강한 규제를 받게 된다. 서울은 이미 전역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여 있다. 경기도는 성남시 분당을 비롯한 4곳이 투기과열지구, 용인시 수지를 비롯한 19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가 2·20 대책에 따라 5곳이 추가됐다.
2020년 들어 2월 중순까지 수도권 집값은 누적 평균 상승률이 1.12%를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2·16 대책의 시행으로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의 집값이 보합 또는 일부 약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반면 규제지역이 아닌 수원 영통 등 5곳의 집값은 수도권 평균보다 1.5배를 넘을 만큼 단기에 급등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경우 광역 교통망 등 개발 호재로 인한 추가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며, 단기 차익을 위한 투기 수요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 조정대상지역에 넣었다.
조정대상지역 대출, 청약 규제 강화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과 함께 수도권 전체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의 규제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60%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했으나, 2·20 대책 이후에는 시가 9억 원 이하와 초과 구간을 나눠 각각 50%와 30%로 하향 조정됐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에서 시가 10억 원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종전에는 6억 원(10억 원×6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4억 8000만 원(9억 원×50%+1억 원×30%)으로 줄어든다. 다만 무주택 세대, 주택 가격 5억 원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서민·실수요자’는 60%의 LTV가 적용된다. 서민을 위한 내 집 마련 지원 상품인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도 최대 70%의 LTV를 그대로 유지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금융기관이 집을 한 채 보유한 세대(1주택 세대)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실수요 요건’도 더 엄격해진다. 종전에는 1주택 세대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산 경우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조건을 갖춰야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2월 20일 이후에는 대출을 받은 뒤 2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할 뿐 아니라 새로 산 집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신규 주택 전입’ 의무가 추가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금융기관이 대출을 회수한다. 아울러 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 전매 제한도 강화된다. 일부 조정대상지역에서는 공동주택 분양 청약자가 당첨을 받은 뒤 1년(민간택지는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2·20 대책 시행 이후에는 공공택지와 민간택지를 가리지 않고 수도권 전체 조정대상지역에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발족
부동산 투기와 탈법, 불법 거래 행위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대응도 시작됐다. 이미 국세청은 최근 주택 거래 과열 현상이 발생한 지역에 대해 다주택자의 고가 거래를 전수 분석해 탈세 혐의가 있는 경우 예외 없이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국토부는 2월 21일부터 발효된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과 공인중개사 법률의 개정안을 근거로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이란 전담 기구를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토부 토지정책관을 반장으로 하는 대응반은 국토부 내 특별사법경찰 7명과 검찰·경찰·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감정원의 파견 인력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도 국토부 대응반과 업무협약을 맺어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국감정원에는 40명 규모의 ‘실거래 상설조사팀’과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가 설치돼 정부의 조사 및 단속 활동을 지원한다. 부동산 거래 신고법을 위반하면 500만 원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집값 담합 같은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정부는 국토부 대응반 출범을 계기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는 3억 원 이상 주택 구입자의 자금조달 계획서와 실거래 정보 분석을 통해 투기나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정밀 기획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불법 혐의가 짙은 거래를 포착하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현장 점검과 수사를 시작하고 적발한 불법행위는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다. 주요 단속 및 처벌 대상은 당사자 간 실제 계약 의사가 없는데도 허위로 실거래 신고를 하는 행위, 계약 취소나 해제 뒤 30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 특정 중개사의 중개 의뢰를 제한하거나 유도하는 행위, 특정 지역 입주민과 중개사 등의 집값 담합 행위 등이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