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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페이지 내용 : 78 ‘키아프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한국국제아트페어 ’ 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큰 미술시장이다. ‘프리즈 Frieze ’ 는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개최된 아트페어. 스위스 ‘아트 바젤 Art Basel ’, 프랑스 ‘피악 FIAC ’과 더불어 세계 3대 아트페 어로 손꼽힌다. 9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키아프와 프리즈 Frieze Seoul 가 동시에 열렸다. 아시아 국가에서 프리즈가 열린 건 이번 서울전이 처음이다. 그만큼 서울이 글로벌 미술시장의 주요 도시로 부상했음을 방증하는 기회였다. 작가는 생산자, 컬렉터는 최종 소비자다. 미술시장이 그 사이 에서 매개자 노릇을 한다. 미술시장은 크게 세 단계 영역으로 나 뉜다. 갤러리 화랑 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1차 시장. 여러 화랑이 한곳에 모여 장터를 여는 아트페어 미술장터 가 2차 시장이다. 그리고 소더비, 크리스티, 서울옥션 같은 경매 회사가 3차 시장 으로 일컬어진다. 작품을 둘러싼 돈의 규모가 갤러리→아트페어 →경매 순서로 점점 커지는 꼴이다. 갤러리에서 데뷔한 신진 작 가가 아트페어에서 검증받고 경매에서 그 가치를 확고히 인정받 는 시스템이다. 국제무대서 상업성과 예술성 모두 인정 값비싼 작품과 예술성 높은 작품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다. 그래도 미술시장의 평가는 냉철하고 엄격하다. 예술성을 지 니지 못한 작품은 시장에서 살아나기 쉽지 않다. 지금처럼 우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 한국인이 사랑한 한국 작가 • 53 화가 홍경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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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페이지 내용 : 79 로 사용했다. 아크릴물감과 비교해 훨씬 번거롭지만 깊은 색채 감이 두드러진다. 노동집약적인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데 오히 려 더 효과적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선 ‘팝아트 Pop Art ’적인 성격이 짙다. 그는 종교, 철학, 정치처럼 신성하고 권위적인 주제를 드러내는 고급 예술의 허위의식을 거부한다. 대신 싸구려 플라스틱이 지닌 변 화무쌍한 함의 含意 를 표현한다. 홍경택이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때는 서울예고 시 절. 그때부터 그로테스크한 기괴한 작품 세계를 일관되게 추구 한다. 고전적 의미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현실의 색채와 이미지 로 번안하는 고난의 여정이다. 나라 미술시장이 급성장하기 이전 이미 국제무대에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가가 있다. 홍경택이다. 벌써 9년이 지났다. 2013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홍경 택 작품 ‘연필 1’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2007년 같 은 경매에서 7억 7760만 원에 팔렸다. 그런데 6년이 지나 다시 9억 6000만 원에 낙찰되면서 경매 기록가를 새로 경신한 것이 다. 2007년에 이어 2013년 낙찰가 역시 당시 우리나라 현대미술 품 경매 최고액이었다. 2022년 9월 현재, 우리나라 현대미술품 경매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의 ‘우주’. 2019년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 원에 팔렸다. 아무튼 1968년 태어난 홍경택은 서울예고와 경원대 현 가천 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없이 학부만 졸업 하고 줄곧 전업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연필 1’은 대학을 졸업한 해인 1995년 처음 그리기 시작해 1998년 완성했다. ‘연필 2’ 역시 1995년 시작해 1999년이 돼서야 붓을 뗐다. 그 리고 2000년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처음 선보 였다. 그때 작품 가격을 3000만 원으로 책정하긴 했지만 정작 전시 기간 중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에선 특히 젊은 신진 작가가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기가 지금 같 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홍경택 작품은 강렬하고 섬세하다. 현란한 패턴과 사실적인 묘사가 어우러진다. 화려한 색채와 엄격한 화면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는 초현실적이다. 초기작 ‘연필 1, 2’처럼 홍경택의 모든 그림엔 빈틈이 없다. 동 양화 여백처럼 일부러 물감을 칠하지 않아 바탕 화면을 그대로 남겨두는 법이 절대 없다. 구체적인 형상이나 기하학적 문양의 패턴으로 화면을 빈틈없이 빼곡히 가득 메운다. 강박적으로 보 일 만큼 꼼꼼하고 치밀한 작업 방식이다. 대중문화 스타와 유명인 얼굴 등 결합 그래서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허다 하다. 초기작에 주로 등장하는 요소는 필기구, 컵, 깡통, 책, 화분 같은 일상 사물이다. 여기에 국내외 대중문화 스타와 유명인 얼 굴, 알파벳 등이 결합된다. 초기작일수록 매끄러운 재질의 플라스틱 공산품을 화려한 색 채로 바꿔놓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 작품들은 유화물감을 주 ●이준희 건국대 현대미술학과 겸임교수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창작에서 전향해 몇 년간 큐 레이터로 일했고, 미술 전문지 월간미술 기자로 입 사해 편집장까지 맡아 18년 8개월 동안 근무했다. ‘저 널리스트’로 불리는 것보다 여전히 아티스트에 가까 운 ‘미술인’으로 불리기 원한다. 2 1 홍경택, ‘연필 1’, 캔버스에 유채, 259×581cm, 19951998 2 홍경택, ‘도서관 2’, 캔버스에 유채, 227×181cm,1995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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