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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1 정기 차량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냥 지나치던 일상적인 풍경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2021년 12월 31일. 나는 마흔셋에 대학을 졸업했다. 나이만 놓고 보면 남들보다 늦었다고 어쩌면 빨 랐다고 말할 수도 있다. 누구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기와 장면, 공간이 있다. 내게는 대학이 그렇 다. 그것은 시절이면서 장소이고 공식적 인 기록이면서 개별적인 추억이다. 대놓 고 자랑할 만한 명문대를 입학한 것도 아 니고 첫사랑과 이어진 것도 아니고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대학을 빼놓 고 내 삶을 말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내가 대학과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학 원 진학을 포함한 진로상담을 하며 교수 님이 물었다. “우 군, 혹시 학문에 뜻이 있나?” “없습니다.” “그래, 자네 뜻을 존중하네. 졸업 잘 하게.”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학점은 알파 벳에 불과한 것일까?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주로 강의실 밖에서 진리를 탐구 하던 나는 이타주의를 몸소 실천하며 학 우들의 장학금 수혜를 돕는 디딤돌이 됐 다. 나보다 잘나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 다는 걸 알게 됐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을 버리고 낮은 자세와 겸손함을 배웠다. 그저 학사경고 기준보다 높은 학 점으로 졸업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여전히 대학을 빼놓고 내 삶을 말할 수 없다. 그런 내가 대학 교직원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스스로 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기자를 준비하 던 나는, 일간지에 필기시험 보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던 나는, 시험 과목이 비슷하 다는 이유로 응시한 대학에 얼떨결에 붙 고 말았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와 15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대학원을 다 닐 때는 일하는 곳도 대학, 사는 곳도 대 학 기숙사 , 공부하는 곳도 대학이었다. 삶 자체가 대학이었다. 2021년 12월 31일. 나는 마흔셋에 대 학을 졸업했다. 두 번째 대학 졸업. 교직 원을 그만두었다. 실상을 알고 보면 남들 보다 빨랐다고 어쩌면 늦었다고 말할 수 도 있다. 나이를 떠나 나는 처음부터 대 학과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이었기 때 문이다. 내가 살던 도시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 으로 가기로 했다. 제주. 사람들이 잘 모 르는 제주 시골 마을. 제주행 선박에 차 를 싣기 위해 완도로 출발했다. 그냥 지나치던 일상적인 풍경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학교 후문 주차 게이 트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나 를 환송했다. 정기 차량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  우희덕 코미디 소설가 장편소설 러블로그 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벗어나 본 적 없는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마흔셋, 대학 졸업 내가 살던 서울에 서 470km 떨어진 제주집│우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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