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훈·포장을 받은 이태근 전라남도 소방본부장 등 86명은 소방공무원 처우개선, 효율적인 화재지원, 소방정책 제고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엑스코는 대구 국제소방박람회를 진행한 공로이며, 순천소방서는 여수 엑스포와 F1 등 국제 행사를 안전하게 진행한 공로를 평가받았다.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김성연 과장은 “순수한 명예로 훈장과 시계 등 포상물이 지급되지만 상금은 없다”고 말했다. 대표수상자 16명 중 5명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해 4~5월 한 달 만에 동료 소방공무원 3명이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숨졌습니다. 근무 초기부터 알고 지낸 직원들이었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직도 가슴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인력확충, 장비개선, 안전사고 방지 및 교육개선을 추진한 점을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이태근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전라남도 소방본부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상 위험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음에도,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 본부장이 ‘소방공무원 처우개선 관련 법령’을 추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소방전문치료센터를 지정·운영하고 국가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관련 예산을 지원하며, 소방서에 소방공무원 건강관리를 위한 소방보건의를 의무적으로 배치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소방공무원 3교대 인력을 확보, 대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밖에 현장안전관리 특별교육, 안전센터를 순회하는 교육 등 대원들의 안전사고 방지교육도 실시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수상소감을 묻자 이 본부장은 “이 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방관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소방조직이 더 발전하고 소방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으로 32년간 일하면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죠.” 녹조근정훈장을 받게 된 서울시 종로소방서장 유건철씨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올해 8월 국립현대미술관 화재현장이 기억나네요. 3분 만에 출동해 가보니 검뿌연 연기가 건물 주변을 에워싸 건물로 진입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지하 1~3층의 연 면적만 약 1만평이 되는 큰 곳이었고, 폴리우레탄 폼 같은 가연성 물질도 있어 자칫하면 시민들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13시간 동안 5차례에 걸친 인명검색을 한 끝에 시민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 서장은 지난 30여 년간, 각종 재난현장을 진두지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초동 우면산 산사태 현장도 그가 직접 지휘했다.
“당시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아파트 2~3층까지 바위, 토사가 들어차서 인명피해도 컸습니다. 1백73명의 대원들이 줄을 매고 일일이 토사를 제거해야 했어요. 저는 현장지휘하느라 핸드마이크를 썼는데, 사흘 내내 외치다 보니 나중에는 목이 쉬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고마워하는 시민들 표정을 보면 어디서 힘이 나는지….”
유 서장은 겨울철 소방안전에 대해 “불조심 캠페인 등 여러 가지 홍보활동도 있지만, 좀더 적극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담당한 종로소방서는 노인, 저소득층에 소화기를 보급하는 등 기초 소방시설을 제공하고, 1천5백여 소방서에 특별 소방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펼쳐, 지난해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추진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최진 한국소방시설협회장은 국내 최초로 스프링클러 소화장비를 도입했다. 10층 이상의 고층건물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섭씨 72도 이상의 열을 감지하면, 퓨즈가 녹아내리면서 자동으로 물을 쏟는 장치다.
더 큰 화재로 번지지 않는 데 이 장비가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최 회장은 초고층 건물에 대한 소방기술과 성능위주 설계기법을 개발하는 등 신기술을 보급해 초고층 건물과 지하공간의 소방기술을 향상시켰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목련장을 수상했다.
최 회장은 2004년부터 소방관련학과에 다니는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는 쑥스러워하면서 “많은 돈도 아닌데…”라며 말을 열었다.
“전국 70여 개의 대학에 소방안전학과가 있지만 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소방대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보탬이 돼 훗날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훌륭한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은 소감에 대해 그는 “남들이 잘 알아주지 않았지만 40년 동안 꾸준히 소방관련 일을 해왔다”며 “과분한 상이지만 더 열심히 일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불조심 캠페인, 화재예방 안전교구 이용 등 화재예방 홍보를 활발히 하면서 시민들의 소방의식이 생활화됐지만 소방산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근정포장을 받은 소방공무원 이창화 소방정의 말이다.
이 소방정은 소방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소방연구기능 확대 방안을 마련해 소방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이 소방정은 소방안전 관련 신기술과 첨단 장비를 보여주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를 총괄·관리했다. 지난해엔 업체의 참가가 저조했지만 올해는 20개국 2백23개 업체가 참가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참가기업과 구매자가 현장에서 직접 상담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한 배경에도 그의 기여가 있었다.
이 소방정은 “개인적으로 소방 R&D(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한 것이 보람 있었다”고 했다. 이 소방정은 고층건물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구조를 위한 ‘복합굴절차’를 개발하는 소방관련 연구팀에도 참여했었다.
“30년 가까이 일하며 동료들이 크게 다치거나 순직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방대원을 지킬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했습니다.
아직은 시연 단계에 있지만, 소방 진압현장에서 대원들이 자신의 생리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지능형 소방진압복’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진압복이 개발되면 소방관들이 자신의 몸 상태를 미리 점검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포장을 받은 김효금씨는 고양소방서 고양여성의용소방대장이다. 여성의용소방대는 화재·구조·구급활동 지원, 주요 행사장 자원봉사활동, 사랑의 119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안정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단체다.
김 회장은 화재진압 2백80여 회, 구조·구급 활동 1백80회 등 수많은 화재 현장과 수해복구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김 회장은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가장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사망자만 5백여 명, 부상은 1천명 가까이 되는 큰 사고였죠. 백화점 앞에 응급처치소를 세우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일을 도왔어요.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절박하게 외치는데, 제 마음이 다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김 회장은 재능나눔 운동과 지역사회 기부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매주 장애우와 독거노인을 위한 이동목욕 및 푸드마켓을 열고, 소외된 저소득층 가정에 밑반찬을 배달하는 등 꾸준한 봉사활동을 펴왔다.
김 회장은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좀더 향상됐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도로나 주택가에 주차해놓은 자동차 때문에 위급한 상황인데도 구급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사이렌을 울려도 비켜주지 않는 시민들도 있고요. 그럴 땐 정말 답답합니다. 작은 배려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양보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지 않을까요?”
글·이범진 기자 / 정소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