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에 바쁜 서민들 위하여

2013.11.22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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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융 관련 고민을 무료로 상담 중입니다.’ 이렇게 쓰인 커다란 글씨와 함께 그려진 서민 캐릭터들의 모습이 친근하다. 11월 15일 서울역 맞은편의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쪽방상담소 앞길에 주차된 금융사랑방버스다.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버스 외부에 친절하게 다 적혀 있다. 상담용 휴대폰 번호도 크고 선명하다.

금융사랑방버스는 전통시장, 시골 읍·면, 다문화가정 밀집지역 등 금융소외지역의 생업 현장을 직접 찾아 서민들의 금융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 6월부터 금융감독원 주관으로 운영 중인 ‘움직이는 금융종합상담소’다.

금감원 전문가들과 상담 수요가 많은 신용회복위원회, 은행 상담전문가는 상시 탑승하고 그 밖의 상담전문가는 방문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따라 교대로 탑승하고 있다.

골목에 부는 바람이 싸해진 늦은 오후 금융사랑방버스에 70대 어르신이 들어섰다.

“5년 전쯤부터 카드대금 200만원이 연체돼 왔는데, 혼자 사는 내가 이자까지 한번에 어떻게 갚나. 얼마 전부터 채권회사로 넘어갔다고 독촉이 얼마나 심해졌는지. 에휴….”

동자동에서 혼자 산다는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했다. 채무조정으로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개인회생·개인파산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지부의 이수일 선임심사역이 상담을 맡았다. “할아버님은 기초생활수급자이신 데다 70세가 넘으셔서 이자는 전액, 원금은 60퍼센트까지 채무조정으로 탕감받으실 수 있어요.”

마침 길 하나 건너에 신용회복위원회 사무실이 있으니 오늘 가서 접수하면 된다는 설명에 동자동 어르신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표정으로 버스를 나섰다.

이날 금융사랑방버스에 접수된 상담은 27건. 동자동 어르신과 같은 채무조정·신용불량 상담이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여성(60대)도 “국민은행, 농협, 저축은행 등에 4천만원 정도의 부채가 있다”며 해결 방안을 상담하러 버스에 올랐다.

상담 결과 개인회생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설명을 듣고 상세한 안내를 받은 그는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시간 내기가 힘들었는데, 여기까지 나와 이것저것 다 안내해주니 정말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현장에서 만난 금감원의 김창덕 금융교육국 부국장은 “금융사랑방버스의 또 다른 장점은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보험, 신용회복 따로따로 갈 필요 없습니다. 사랑방버스에서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리만 옮기면 다른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금융사랑방버스 차량 내부는 34인용 중형버스를 개조해 작지만 아늑했다. 상담테이블 4개 주변으로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커튼 칸막이를 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와이파이 송·수신 기능이 있는 팩스·스캔·복사·프린터복합기, 금융교육용으로 영상기기(DVD, TV 등) 등을 구비하고 있다.

김창덕 부국장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누군가 찾아간 줄 알았던 보험금 1,779만원을 되찾은 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전주(11월 둘째주) 영등포역 앞 쪽방촌 상담 중에 있었던 일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남자가 “오래 전 납부를 중단한 보험금이 있어 보험회사에 문의하니 누군가 찾아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상담을 해 왔는데, 금감원 상담전문가가 보험회사에 확인하니 휴면계좌로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보험회사에 지급 요청을 해 생각지도 않게 큰돈을 되찾은 그는 춤이라도 출 듯 기뻐했다는 것이다.

금융사랑방버스를 잘 활용하기 위해 가능하면 자신의 채무상황을 파악하고 오는 것이 좋다고 이수일 선임심사역은 조언했다. “아무 준비 없이 기억만으로 상담을 하는 것보다 독촉장이라도 가져오면 상담이 더 수월하고 더 도움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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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금융소외지역 400여 곳 찾아 5,200여 명 상담

금융사랑방버스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도권과 지방의 전통시장, 군부대, 탈북주민센터, 소상공인 밀집지역, 임대아파트 등 전국의 금융소외지역 400여 곳을 방문했다. 모두 5,200여 명을 대상으로 각종 금융상담과 개인워크아웃, 햇살론,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지원제도에 대한 안내를 해 왔다.

방문 지역에 따라 금융교육도 병행했다.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거나 금감원 대학생봉사단 등이 나서기도 했다. 금융사랑방버스 내부에는 각종 금융교육 자료들이 비치되어 있다.

방문 지역은 금감원이 주도적으로 선정하기도 하지만 군부대나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의 요청을 받아 나가기도 한다.

김창덕 부국장은 “최근에는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방문 요청을 많이 해 온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금융고민을 해소하고 누군가에게 기쁜 소식을 안겨주기도 한 금융사랑방버스, 어디에선가 확성기 안내 소리가 들린다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 보자. 금융문제에 관한 모든 고민과 궁금증을 무료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오상민 기자 2013.11.25

금융사랑방버스 운행 요청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운영팀 ☎ 02-3145-5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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