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한겨레
코로나19 방역 조치 연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해야 하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방역체계 보강을 위한 재정 수요도 추가 발생한 게 이번 추가경정예산의 배경이다.
2022년 첫 추경 주요 내용
2022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이 16조 9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14조 원 추경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2조 9000억 원 늘어나 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연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해야 하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방역체계 보강을 위한 재정 수요도 추가 발생한 게 이번 추경의 배경이다.
또 강한 경제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더 늘어난 2021년 초과 세수를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에 신속히 공급할 필요성도 생겼다. 추경을 반영하면 2022년 재정지출 총예산은 607조 7000억 원에서 624조 3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2021년 본예산 대비 11.9% 증가한 규모다.
손실보상금 보정률 80%→90%로 상향
유례없이 이른 추경을 긴급 편성하게 된 것은 소상공인 지원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1년 12월 이후 코로나19 환자 급증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 강화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해 중층적 지원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경제활력을 유지하면서 ‘방역과 민생을 함께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약 320만 소상공인에게 1인당 100만 원씩의 방역지원금을 2021년 12월 27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해 2022년 2월 14일 기준 약 303만 명에게 3조여 원을 지원했다.
또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대상 소상공인·소기업 사업체 약 41만 곳에는 방역 조치로 발생한 매출 감소를 보정해주는 손실보상금을 1월 19일부터 2월 11일까지 업체당 500만 원씩, 모두 2조여 원을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지원했다.
이에 더해 추경 편성을 통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 많이 늘어났다. 이번 추경에서 소상공인과 사각지대 지원 예산은 13조 5000억 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소상공인 2차 방역지원금이 10조 원에 이르러 가장 크다. 1차 방역지원금보다 대상과 금액, 범위 등이 대폭 확대된다.
우선 2차 방역지원금 대상은 1차의 320만 소상공인·소기업 사업자와 함께 그동안 과세 자료 부족으로 매출 감소를 증빙하기 어려운 간이과세 영세사업체 10만 개, 연평균 매출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의 숙박·음식점업과 학원,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2만 개 사업체가 추가된다.
또 고강도 방역 조치가 연장됨에 따라 기존에 지급했던 1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300만 원으로 인상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방역지원금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2월 23일부터 온라인 신청 접수 및 지급 개시를 시작했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지원법)에 근거한 손실보상 지원 강화 예산은 이번 추경에서 2조 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방역 조치로 발생한 손실을 산정하는 기준 개념인 보정률은 기존 80%에서 90%로 상향 조정됐다. 또 2022년 본예산에서 반영되지 않아 보상금을 받지 못했던 식당이나 카페 등 ‘인원 제한 조치 이행시설’도 이번 추경으로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인원 제한 시설과 2022년 1월 이후 영업시간 제한을 이행해 손실보상 대상으로 추가되는 소상공인 업체는 3월 3일부터 2021년 4분기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2022년 1분기 손실에 대해서는 선지급금 250만 원을 신청할 수 있다.
특고 100만 원 등 사각지대 지원 확대
소상공인 지원과는 별개로 코로나19 피해가 지속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 68만 명에게도 1인당 최대 100만 원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는 예산 4000억 원이 이번 추경에 포함됐다. 방과후강사, 방문교사, 문화공연종사원, 여가관광종사원, 대리운전기사 등의 직종에 종사하면서 고용보험에 상시근로자로 가입된 경우가 아니라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법인택시 소속 기사 약 7만 6000명, 전세버스 및 비공영제 노선버스 기사 약 8만 6000명에게는 1인당 100만 원의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맞춤형 종합지원 예산 1300억 원도 마련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저소득 예술인의 안정적 창작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활동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100만 원씩 4만 명에게 추경으로 지급한다. 소규모 대중음악 공연 및 인디밴드 공연 333건을 개최할 수 있는 지원금 100억 원, 한국영화 개봉 지원 82억 원, 예술공연단체 대관료 지원을 위한 기금 변경 재원 40억 원도 추경에 담겼다.
전국 소규모 공연장 512곳에 대한 ‘방역 지킴이’ 지원(55억 원), 여행업계 휴직자나 실직자 3000여 명을 활용한 관광지 방역 지원(396억 원)도 이뤄진다.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인력 1000명과 영화 제작·배급 인력 1000명에게는 콘텐츠 제작 지원비가 각각 110억 원씩 투입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방역 및 의료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2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중증 환자 병상을 1만 4000개로 늘린다는 방침에 따라 2022년 본예산에 1조 1000억 원을 편성했는데 이를 최대 2만 5000개로 확충한다는 병상 확보 비상계획에 따라 추경을 통해 4000억 원을 더 늘려 1조 5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또 재택치료 확대 등에 대비해 먹는 치료제 40만 명분을 추가 구매하는 데 4000억 원, 중증·경증 환자를 위한 주사용 치료제도 10만 명분을 더 구매해 총 16만 명분을 확보하는 데 약 2300억 원의 추경이 반영됐다.
오미크론 대비 방역 보강 1.3조 원 증액
코로나19 환자의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원 재원으로 2022년 본예산에는 2400억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과 확산 속도, 방역·의료 대응체계의 개편 방향 등을 고려하면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의 대폭 확충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에서는 본예산 대비 7배 가까이 증가한 1조 7000억 원으로 관련 예산을 늘렸다.
또 전국 선별진료소에 1452억 원을 투입해 하루 100만 건의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하도록 자가검사키트를 확충한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어린이집 영유아 등 감염취약계층 약 600만 명에게는 2개월 동안 자가검사키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 580억 원이 투입된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관리하는 일선 보건의료 인력 2만 명에게 ‘감염관리수당’(하루 5만 원)을 지원하는 기간과 선별·임시검사소의 검사 인력 1만 4000명에게 활동 여유 지원비(하루 1만 원) 지원 기간을 2022년 9월까지 연장하기 위한 추경도 660억 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추경에 따른 추가 소요 재원은 국채 발행 11조 3000억 원과 특별회계의 세계잉여금, 공공기금의 여유자금 등을 활용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2년 본예산 기준 54조 1000억 원이었던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은 70조 8000억 원으로 증가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5%에서 3.2%로 높아진다.
정부는 2022년 국가채무(정부부채+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본예산에서 1064조 4000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추경 편성에 따라 1075조 7000억 원으로 11조 3000억 원 증가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1%로 본예산에서 추정치(50.0%)와 거의 변동이 없다.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 총량이 증가했지만 정부가 추경안에서 명목 GDP 기준 2022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4.2%에서 4.6%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에 채무 비율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이다.
특별회계 기금 여유자금 등 활용 재원 마련
2020년 이후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해 국가채무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국제 비교에서 여전히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2022년 주요 7개국(G7) 국가채무 비율은 평균 139%, 주요 20개국(G20) 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10개국의 평균은 132.8%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정 적자 폭이나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속도 또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적고 느리다. 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부터 세계 각국은 예외 없이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경제권일수록 두 자릿수의 재정적자 비율을 감수하며 과감한 확장 재정을 펼쳤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재정지출 증가 폭이 적었다. IMF의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별 재정정책 대응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비중이 13.6%로 G20 내 10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심지어 1인당 GDP가 우리나라보다 적은 스페인(18.5%)보다도 지출 비중이 낮았고 지출 총액도 가장 적었다. 이 때문에 IMF는 “한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해 선택적 지원을 늘리고 공공투자를 가속화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재정지출 증가 폭이 적다 보니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린 것은 당연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2년 예상치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 증가 폭은 12.4%포인트인데 이는 같은 기간 분석이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평균 증가 폭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제회복과 함께 균형재정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른 미래 재정지출의 증가 요인을 고려할 때 재정의 건전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재정의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경제의 성장 동력도 키워 세수 증가, 재정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재정 운용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