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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니 왜 이렇게 졸립지?”
겨울이 되니 잠이 많아졌다고 푸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충분한 시간 잘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낮이 되면 졸음이 몰려오는데요. 겨울에 유독 잠이 많아지는 이유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생체리듬이 깨질 뿐만 아니라 햇빛에 노출되는 양이 줄면서 수면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꼽는데요. 이럴 땐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충분히 쬐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되도록 밤 11시에는 잠자리에 들고 수면 시간은 7시간가량을 지켜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졸립다’는 바른 표현일까요? 위 사례처럼 “졸립지”와 같이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잠이 오는 느낌이 들다’라고 표현할 때는 ‘졸리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에 따라 ‘졸립다’의 활용형인 ‘졸립고, 졸립지, 졸립네, 졸리워, 졸리운’ 등도 모두 잘못된 말임을 알 수 있는데요. 각각 ‘졸리고, 졸리지, 졸리네, 졸려, 졸린’ 등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일부에선 동사 ‘놀라다’는 형용사인 ‘놀랍다’로, 동사 ‘그리다’는 형용사인 ‘그립다’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졸리다’는 동사로, ‘졸립다’는 형용사로 인정하자고 주장하는데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졸립다’는 ‘졸리다’의 잘못된 표기라며 ‘자고 싶은 느낌이 들다’라는 동사와 ‘자고 싶은 느낌이 있다’라는 형용사 모두 ‘졸리다’를 표준어로 올려놓았습니다.
손은 시려울 수 없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면 떠오르는 동요 ‘겨울바람’의 한 구절입니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려워”라고 말하는데요. 그런데 이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시려워’는 ‘어렵다→어려워, 가렵다→가려워, 두렵다→두려워’처럼 ‘시렵다’를 활용한 것인데 이는 우리말에는 없는 말로 ‘시리다’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시려워’라는 동요 속 가사는 시적 표현을 허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시리다는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 또는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시렵다’가 활용된 형태인 ‘시렵고, 시렵도록, 시려워, 시렵지, 시려운, 시려우니, 시려우면’으로 쓰면 안되고 ‘시리고, 시리도록, 시리어(시려), 시리지, 시린, 시리니, 시리면’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시리다’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발목이 시리다”처럼 쓰는 것이 대표 사례인데요. 앞서 설명한 대로 ‘시리다’는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사례에선 ‘관절 따위가 삐었을 때처럼 거북하게 저리다’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시리다가 아닌 ‘시다’를 써야 맞습니다. 사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일을 열심히 해 발목에 통증이 왔다면 ‘시리다’로도 쓸 수 있는데요. 이렇게 헷갈린 땐 ‘시리다’는 차갑거나 찬 기운과 관련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 같습니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났습니다. 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묵은해의 액운은 멀리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의미로 글귀를 써서 대문에 붙이는 풍습이 있는데요. 이를 입춘서(立春書) 또는 입춘축(入春祝)이라고 합니다. 입춘서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대표적인데요. ‘새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올 한해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백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