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얽힌 이야기
민족 고유의 명절 설(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이번 설은 2022년 가장 긴 황금연휴라는 반가운 소식에 여느 때보다 기다려지는데요. 여러분은 설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오늘은 설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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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유래는?
먼저 ‘낯설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곳이며 낯선 사람일 텐데요. 따라서 설은 새해라는 정신·문화적 낯섦의 의미로 생각돼 ‘낯 설은 날’로 여겨졌고 ‘설은 날’이 ‘설날’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선날’ 즉 개시(開始)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선날’이 시간이 지나면서 설날로 와전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력 정월 초하루를 원단(元旦) 정조(正朝) 세초(歲初) 등으로도 부릅니다.
‘설’은 또 ‘삼가다’라는 뜻을 지닌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를 말할 때 몇 살이라고 한다는데요. 각종 세시풍속 기록을 보면 설을 신일(愼日)이라고 해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돼 있는데요.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어원을 지닌 설은 한때 우여곡절도 겪었는데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음력설에 따라 생활했는데요. 일제강점기 때 태양력(양력)을 사용하는 일본이 음력설을 옛것이라고 폄하해 ‘구정’이라 칭하고 새로운 양력설을 ‘신정’이라 부른 것입니다. 이후 1985년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지정해 공휴일로 정했는데요. 그러다 1989년 비로소 음력설을 ‘설’이라 명명하고 3일간 공휴일로 정했습니다.
까치설날은 왜 어저께일까?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이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동요인데요. 여기서 ‘까치설’ ‘까치설날’은 표준어로 사전에 올라 있는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설날 하루 전날을 ‘까치설’이라고 부를까요? <한국문화상징사전>에 따르면 ‘까치설’은 ‘아치설’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설 하루 앞의 날, 즉 섣달 그믐날을 ‘작은설’이라 하는데요. 지방에 따라 ‘작은’을 뜻하는 순우리말 ‘아치’에 ‘설’을 붙여 ‘아치설’로 불렀습니다.
후에 ‘작은’의 뜻으로 ‘아치’가 쓰이지 않으면서 점점 사라지다가 발음이 비슷한 ‘까치설’로 불리게 됐다는 건데요. 이 설명대로라면 사실 새 ‘까치’는 설날과 별 관계가 없는 동물인 셈입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도 ‘아치설’이 ‘까치설’로 이어지는 원형을 문헌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구어로 썼던 말이 변형됐다고 보면 ‘아치설’의 개연성이 가장 높다고 말합니다.
설날 떡국은 왜 먹을까?
설날 하면 빠지지 않는 음식이 있죠. 바로 ‘떡국’인데요. 이는 하얀 떡과 국물로 지난해 안 좋았던 일들을 모두 잊고 새 출발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흰 가래떡을 길게 뽑는 이유는 ‘장수’와 ‘집안의 번창’을 의미하고 가래떡을 둥글게 써는 이유는 엽전 모양을 연상시켜 물질적 풍요를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고요.
그리고 새해 첫날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가 한 살 늘어난다고 해 ‘첨세병(添歲餠·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떡)’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꿩 대신 닭’이란 말도 설날 떡국에서 나온 속담인데요. 원래 떡국에는 꿩고기가 주재료였으나 꿩고기를 구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닭고기를 사용해 그 맛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설과 함께 쓰는 서술어는 ‘쇠다’라는 것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데요. 설을 쉬다/세다/쇄다 등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요. 새해를 맞이하는 명절 설은 ‘쇠는’ 것입니다. 쇠다는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따라서 추석, 대보름, 단오, 동짓날, 환갑 등을 맞아 지낼 때에도 ‘쇠다’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이제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리운 가족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서로의 평안을 위해 덕담을 건네는 그 마음만은 잊지 않고 즐거운 설 쇠시길 바랍니다.
백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