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위원회 임성진 공정전환분과위원장│임성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임성진 공정전환분과위원장
우리나라의 에너지 구조는 화석연료 중심이다. 산업 구조도 탄소집약적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비판까지 받고 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정전환분과위원장을 맡은 임성진 전주대 교수는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에서는 석탄발전이나 원자력을 옹호하는 기득권층의 힘이 워낙 강해 에너지전환 정책이 큰 저항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중대한 결단이었으며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2050 탄소중립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지구평균 온도 1.5℃ 상승 억제를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과제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 또한 많지 않다. 임성진 위원장은 “기후변화 위기의 절박함을 생각할 때 지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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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시대… 국민의 참여·협력 필요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이기도 한 임성진 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아직 미흡하고 정책적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에 대해 “일리가 있지만 국내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잘 활용해 변화를 끌어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법적 근거가 될 기본법도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행정 권한이 모호한 탄소중립위가 사회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얼마나 해낼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탈탄소 사회로 전환은 그동안의 산업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며 탄소중립위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사회적 합의는 다방면의 참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은 탄소중립위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 대신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 그리고 생산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탈탄소 사회를 향한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의 도입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집단이나 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합적이고 세심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임성진 위원장은 “모두가 새로운 사회 전환에 함께 참여해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길을 찾는 것이 공정전환분과의 역할”이라며 “우리의 대결문화구조를 볼 때 결코 쉬운 과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정전환분과는 탄소중립으로 정책 전환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주체로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단기적 대응책이 아닌 긴 호흡을 갖고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체계적 정책 보고서도 준비하고 있다.
독일 30년 전 결단으로 변화·혁신 일궈
임성진 위원장은 정의로운 전환의 모범 사례로 독일을 들었다. 독일 정부는 약 30년 전인 1990년에 2005년까지 25~30%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당시 독일은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49%를 차지할 만큼 강력한 화석에너지 구조였다. 재생에너지 비중도 수력을 제외하면 겨우 0.6%에 불과했다.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세계 3위에 이르고 1인당 배출량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임성진 위원장은 “이처럼 후진적 화석에너지 구조와 낮은 수준의 재생에너지 기술과 시장, 그리고 자국 내 석탄산업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독일 정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정치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선도적 기후정책 형성에는 1980년대 후반 높은 환경의식과 발달된 협치(거버넌스)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 뒤 이어진 에너지전환법의 도입과 탈핵 협의에서부터 최근 이뤄진 탈석탄위원회의 석탄발전소 폐쇄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책결정을 사업자와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 등 이해당사자의 사회적 합의와 공감을 바탕으로 이뤄나갔다. 임성진 위원장은 “석탄산업과 노동자의 정치적 영향력도 대단했던 나라에서 석탄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열악한 조건에서 출발한 독일의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정책은 지금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놀라운 성과를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2021년 6월에는 기존 목표를 한 단계 더 높여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55%에서 65%로 상향 조정했다.
2040년 감축목표를 88%로 설정하면서 탄소중립 달성도 2050년에서 2045년으로 5년 앞당겼다. 임성진 위원장은 “독일의 사례는 우리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탈탄소사회로 전환을 늦춰야 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보이지 않는 경제적·기술적 전쟁을 하고 있다. 임성진 위원장은 “탄소중립위가 단순히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 설정 정도의 소극적 정책 수립 역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에너지전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능동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과 다양한 사회 집단의 참여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지금은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중요한 시기”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