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컬렉션 명품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의 전시장 모습. 앞쪽 진열장에 고려초조본대장경과 ‘석보상절’ 등의 고한글 전적이 펼쳐져 있고 안쪽에 대표작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있다.│한겨레
국립중앙박물관
‘인왕제색도’ 등 대표 명품 77점 특별 공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사들여 모았다가 사후 유족을 통해 국가기관에 기증한 우리나라 고미술과 근현대미술 대표작들, 고대 고고학 유물, 고문서와 고서들을 한자리에 공개하는 전시가 7월 21일부터 일제히 시작됐다. 국보 인왕제색도부터 이중섭·박수근의 우리나라 근대 거장들의 명작까지 이번에 출품된 문화재와 미술 작품 등은 총 135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9월 26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2022년 3월 13일까지 서울관 1전시실에서 연다고 7월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전통 문화유산 컬렉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회장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9797건 2만 1600여 점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금속, 도자기와 토기, 전적, 서화, 목가구 등으로 폭넓고 다양하다. 유례없는 대규모 기증으로 높아진 국민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이건희 회장 기증품 중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을 특별 공개했다.
먼저 겸재 정선(1676~1759)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1745~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이 전시돼 기증 명품전의 의미를 높였다.
▶겸재 정선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14세기의 수월관음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설명회가 7월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행사 관계자들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살펴보고 있다.│한겨레
이번 전시에서는 청동기·초기철기시대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토기, 고려시대 전적·사경·불교미술품·청자, 조선시대 전적·회화·도자·목가구 등 이건희 컬렉션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을 발라서 붉은 광택이 아름다운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제255호),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제780호),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제776호),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 제1390호)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이다.
또한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과 ‘월인석보 권11·12’(보물 제935호), ‘월인석보 권17·18’을 전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며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김환기 작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붉은 간토기 항아리
▶이중섭의 1950년대 수작 ‘흰 소’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김환기 등 작가 34명 주요작품 58점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 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였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변관식, 이응노, 권진규 등 우리나라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주축으로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나눴다. 첫 번째는 수용과 변화다.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면서 미술계도 변화를 맞이한다. 서구 매체인 유화가 등장했고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생경한 용어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즈음해 조선의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한다.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이 시기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성의 발현이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는 격동의 시기에도 작가들은 작업을 멈추지 않고 전시를 열고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작가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들의 독창적인 작품은 우리나라 미술의 근간이 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등 이건희 컬렉션에는 특히 이 시기의 작품이 집약돼 있다.
마지막은 정착과 모색이다. 전후 복구 시기에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차츰 정착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한다.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이 고유한 조형세계를 구축하며 우리 미술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1961),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등 이 시기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미술애호가인 배우 유해진의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를 미술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들을 수 있고 전시실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 대여도 가능하다.
한 시간 간격으로 30명씩 입장하며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상설전시 예약과는 별도로 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 전시 세부 일정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도판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