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공주도형 공급이 중요한가?
정부의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하 ‘3080+ 대책’)은 국민의 집 걱정을 덜어주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복합 개발 등으로 2025년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대도시에 모두 83만 가구의 주택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게 대책의 뼈대다.
공공주도형 공급 방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 등으로 장기 정체된 개발사업에 참여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사업도 촉진하는 방식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 방식 및 물량의 파격과 확대만으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집 걱정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최근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 사이에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졌다. 자연스럽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주도형 공급 방식은 많은 매력을 지녔다. 사업 주체인 LH 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지만 정부가 뚝심 있게 정책을 밀어붙여야만 하는 이유다. 정부가 공공 주도로 계획한 사업을 차질없이 밀고 나가야만 용적률 상향에 따른 사업성 제고와 이를 통해 토지주들이 민간 개발사업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게다가 민간 주도로 주택이 공급될 때마다 주변 집값이 들썩이고 투기 세력이 이익을 챙기는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
‘21곳’ 용적률 민간 주도 대비 111%p 높아
우선 도시 규제를 완화해 용적률을 높이고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기부채납 비율을 완화했다. 실제 ‘3080+ 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하 도심복합사업)의 첫 후보 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과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도봉구 창동 준공업 지역, 은평구 녹번동근린공원 인근 등 4개 구 21곳에는 용적률 상향·기부 채납 완화 등을 통해 약 2만 5000여 가구 규모의 주택단지가 공급된다.
이 사업은 역세권과 준공업 지역, 빌라촌 등 저층 주거단지에서 L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얻어 고밀 개발하는 것이다. 우선 21곳의 용적률은 현재 평균 142%에서 이번 사업으로 평균 380%로 껑충 높아진다. 용적률이 최고 700%로 높은 역세권 사업지 9곳을 뺀 12곳의 평균 용적률만 따져도 279%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1~2단계의 용도 지역 상향(종상향) 지원을 통해 용적률이 현행보다 평균 238%p 높아진다.
이에 따라 21곳의 주택 건설 총가구 수는 2만 5105가구로 현재 노후주택 수 1만 2222가구의 2.05배로 증가한다. 민간 재개발을 했을 때에 견줘 1.4배에 이르는 물량이다. 당초 ‘3080+ 대책’에서 예고된 서울 지역 2021년 도심복합사업의 공급물량은 1만 2000가구 규모였으나 용적률 인센티브로 후보지 21곳에서 공급될 물량이 예상 수준의 2배를 뛰어넘은 것이다.
토지주나 주택 소유자로서 주택을 배정받는 조합원이 몇 명이 될지는 유동적이지만 현행 주택 수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21곳에서 약 1만 3000가구가 일반 실수요자에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20~30%는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번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공공개발 시 민간주도 대비 평균 111%p의 용적률이 더 주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확보는 공공이 민간을 압도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만년’ 재건축 후보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17년 8월 ‘최고 층수 49층’으로 재건축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용적률은 299.9%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제시한 공공재건축(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에서 허용하는 최대 500%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토지주 수익률도 민간 대비 30%p 높아
전문가들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들의 사업성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반분양 물량 증가 등에 따른 사업성 개선으로 토지주에게 적용되는 분양가는 시세 대비 평균 63.9%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민간 재개발사업의 평균 조합원 분양가는 시세 대비 75.1%다. 또 토지주 수익률은 ‘시세차익(시세-분양가)/종전자산가액’의 공식으로 계산하는데 이를 적용하면 사업 수익률은 90.5%로 민간 재개발사업(60.9%)보다 29.6%p 높아지는 결과가 정부의 모의실험을 통해 나왔다. 정부는 앞서 ‘3080+ 대책’을 발표하면서 토지주에게 일반 민간 개발사업보다 10~30%p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공언한 추가 수익률이 이들 21개 단지에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도심복합사업 사업지의 토지주 수익률이 민간 재개발 방식보다 30%p 가까이 높아지면서 사업성 전망에는 확실한 청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평가한다. 무엇보다 대부분 강북 지역에 2종 일반 주거 지역, 역세권 등 복합 요건을 갖춘 곳이 선정됐는데 공공성 투입의 당위성과 노후 주거지 개선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 또한 후보지에 도심 역세권과 입지가 골고루 포함된 만큼 주택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공주도형 공급 방식의 장점을 설득해 이른 시일 내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도심복합사업은 토지주 등 10% 동의로 지구지정을 요청하고 예정지구로 지정된 후 1년 내 토지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추진할 수 있다. 그만큼 공공주도 개발이 민간 개발보다 사업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토지주와 지역 주민에게 설득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정부는 후보지 중 2021년 안에 주민 동의를 받아 사업에 착수하는 경우 토지주에게 민간 재개발보다 30%p 높은 최고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제시했다.
지역 주민 참여 여부가 사업 성패 좌우
여기에 공공주도형 공급 방식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신청 지역이 많은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주도형 정비사업 후보지로 최근까지 모두 54곳이 접수됐다.
54곳 중 41곳은 지자체가 제안했고 13곳은 민간 조합이 신청했다. 국토부는 4월 중 이들 후보지 중에서 선도 사업지를 선별해 발표하고 후속 절차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조합원 절반의 동의로 정비 계획 변경을 신청하고 그 후 1년 이내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으면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공공주도형 정비사업은 용도 지역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을 적용해 사업성을 크게 높여주고 조합원 등 수익을 10~30%p 더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사업이다 보니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도 면제된다.
현행 민간 방식으로 재건축했을 때 조합원 부담금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후 중층(10~15층)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공공주도형 정비사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데다 조합원 개인의 수익도 높아져 내야 할 분담금 액수가 줄어드는 게 최대 매력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은 조합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추가로 부담하는 조합원 분담금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국토부가 토지주 352명, 면적 2만 7000㎡ 규모인 역세권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모델의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민간 재개발의 조합원 분담금이 2억 6000만 원인 데 비해 공공개발은 1억 5000만 원으로 1억 원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개발의 경우 공공임대와 같은 공공주택 기부 채납 비율이 높아 조합원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와는 상반된 결과다. 용적률 완화로 인해 전체 공급물량이 40% 가까이 늘어 공공주택 기부 채납 비율을 높여도 조합원 수익으로 돌아오는 일반 분양 물량이 민간 재개발보다 크게 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LH 직원 땅투기 사태로 공공사업자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작은 공공 주도로 하더라도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공공의 공급능력을 확장하더라도 계획된 물량을 모두 공공주도로 이끌어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필요한 지역은 공공 주도로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지역은 민간이 직접 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규제 완화 작업과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공공주도, 민간주도, 민관협력의 모든 모델이 공존해야 한다. 하나의 모델만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순빈 기자, 최종훈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