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가운데)이 3월 31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탄소중립협의회 출범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산업통상자원부
‘탄소 순배출을 영(0)으로 만들자’는 의미의 탄소중립은 전 세계가 우선 과제로 손꼽는 화두다. 우리나라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를 적게 쓰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손을 잡고 탄소중립위원회를 잇따라 꾸렸다. 정부와 산업계의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소통으로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간의 자발적 탄소중립 추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철강, 석유화학업계 및 학계, 분야별 전문가가 산·학·연·관 협의체를 구성해 활동할 계획이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인 철강업계에서 먼저 움직였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세아제강·심팩 등 국내 6대 철강 기업은 2월 2일 ‘그린철강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생산 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 배출 감축 ▲그린철강위원회를 통한 정보와 의견 공유 ▲정부 정책 과제 발굴 및 제언과 미래 지속 가능 경쟁력 향상 ▲국제 협력 강화 등의 실천 과제가 담겼다.
철강업계에 뒤이어 석유화학업계가 동참했다. 석유화학업계는 2월 9일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출범식에는 SK종합화학·한화토탈·롯데케미칼·LG화학·여천 NCC 등이 참석했다. 이날 업체들은 탄소중립 추진 현황을 발표하고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시멘트업계도 2050 탄소중립에 함께했다. 시멘트업계는 2월 17일 ‘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쌍용양회·삼표·한일·아세아 등 시멘트업계 7개 대표 기업은 “혁신 기술 개발과 생산 구조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철강·시멘트 등 11개 분야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4개사가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은 아니지만 그동안 최신 감축 설비 투자, 대체 공정 가스 개발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선제적으로 감소해왔다.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혁신 기술 개발과 사회적 감축 기여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 제어기술, 친환경 공정 가스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공동 과제를 지속 논의하며 ▲세계반도체협의회 및 세계디스플레이 생산국 협의체와 국제 공조 강화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의 주요 실천 과제를 담았다.
비철금속업계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뜻을 모았다. 비철금속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880만 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3%, 산업 부문의 2.3%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에스엔엔씨·영풍·LSNikko 동제련·노벨리스코리아·풍산 등 비철금속 대표 기업 6개사는 탄소중립을 위한 단기(2021∼2030년) 과제로 ▲에너지 공정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용 ▲연료 전환 등을 제시했다. 중장기(2031∼2050년) 과제로 친환경 연·원료를 사용하는 기술공정 및 탄소 포집·전환 기술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중 하나인 정유업계도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정유 산업은 2019년 기준 연간 탄소 배출량이 3200여만 톤으로 전체 산업 배출량의 6%가량 차지한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에 이어 4번째로 많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 도입과 정유 공정상 친환경 원료 활용과 관련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업계 전문가와 별도의 특별팀을 구성해 기술 수준, 품질, 안전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전자·전기·전지업계는 3월 15일 ‘전기·전자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탄소중립 동참 의지를 표명했다. 선언문에는 삼성전자·LG전자·삼성전기·LG이노텍·LS전선·인텍전기전자·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등 8개 대표 기업이 참여했다. 진홍 전자진흥회 부회장은 “전자업계는 생산 공정 개선, 저탄소 원자재 사용,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도 출범 예정
수송업계에선 환경부와 자동차 렌트·리스업계 10개사가 3월 25일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100% 전환하는 ‘2030 무공해차 전환 100’을 선언했다. 이들이 보유한 차량은 전체 렌트·리스업계 보유 차량의 75%에 이른다. 환경부는 민간 수송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이끄는 친환경차 전환에 동참하도록 금융계·제조업계와 함께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자동차업계도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기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업계는 3월 31일 ‘자동차업계 탄소중립협의회’를 출범하고 탄소중립 도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해당 위원회는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이 위원장을 맡으며 향후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전략과 과제를 논의한다.
자동차업계는 단기적으로 내연기관차의 고효율화, 하이브리드화 등을 추구할 예정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수준의 전기차와 수소차 공급, 탄소중립 연료 적용 등을 병행할 방침이다. 다만 급속한 미래차 전환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 관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정부 측에 일자리 기반 유지를 위한 전략 수립을 요청했다. 또 연구·개발 및 보조금 개선 등을 통한 차량 가격 인하, 금융·보증 프로그램 신설, 투자 인센티브와 노사 관계 개선 등을 통한 생산 비용 저감, 환경 규제 비용 과부담 완화, 친환경차 운행 혜택 확대, 충전 인프라 확충 등도 건의했다.
민간 업계의 탄소중립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이행 전략 등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으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탄소중립위는 기존의 관련 정부 위원회인 녹색성장위원회·지속가능발전위원회·국가기후환경회의·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등 4개 조직을 한데 합쳐 만들어진다. 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탄소중립 이행 계획, 중장기 감축 목표 설정과 이행 점검을 맡는다. 또 에너지 기본 계획 수립, 국책 개발사업 대상 기후변화 영향 평가 신설, 기후위기 대응 기금 신설을 맡는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