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평택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모습│롯데마트
친환경 녹색매장 찾아가보니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니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신개념 충전소가 있었다. 매장을 방문한 전기차들이 쇼핑을 마치고 이곳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친환경 녹색매장인 롯데마트 서울 영등포점 옥상의 모습이다.
녹색매장이란 환경에 무해한 녹색제품 보급 촉진과 환경 친화적인 시설 설치나 운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에 기여하는 곳을 뜻한다. 태양광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 시 일반 충전소보다 요금, 피크 전력 수요 절감으로 연간 380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매일 348kg 절감하는 양이다.
옥상을 빠져나와 식품 매장으로 이동했다. 소비자들이 과일 세트를 쇼핑 카트에 담았다. 사과, 배 등 과일은 종이에 담겨 판매됐다. 배송 중 과일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받침대마저 종이 소재 제품으로 개발됐다. 불필요한 포장재 이용을 줄이고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것이다. 포장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버섯·인삼 세트도 마련돼 있었다. 생수 코너에서도 비닐 라벨이 없는 제품이 눈에 띄었다. ‘무(無)라벨 PB생수’다. 생수 용기에 부착된 라벨(상표띠)을 없애 폐기물 발생량을 줄였다. 롯데마트는 자체 생산 브랜드(PB) 생수 전 품목을 무라벨 생수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마련된 친환경 전기차 충전소│롯데마트
▶CU그린스토어 서초점│BGF리테일
편의점도 친환경 점포로 변신
유통업계에서는 제품을 담는 통은 그대로 두고 내용물만 바꿔 쓰자는 독려가 일고 있다. 세제 용기 재사용을 시작한 이마트 서울 성수점을 찾아갔다. 내용물만 바꿔 쓸 수 있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에는 세탁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파는 기계가 놓여 있다. 처음에 500원을 주고 용기를 산 뒤에 세제가 나오는 기계 입구에 통을 갖다 놓으면 흘러나온다. 무인자판기로 운영돼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도 적합했다.
가격을 낮출 수 있어서 경제적이기도 하다. 일반 제품과 비교하면 35%가량 싸다. 세제 리필 기계는 현재 서울 성수점과 트레이더스 경기 안성점에 있다. 향후 이마트는 다른 지점에도 이런 시스템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8개 지점에서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확대 운영할 경우 플라스틱 사용량을 한 해 약 8760kg(환경부 추정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편의점에서도 녹색매장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CU서초그린점을 찾아갔다. 녹색매장 600호점 지정을 받은 CU서초그린점은 점포 시설과 집기에서부터 인테리어,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친환경으로 개발한 도심형 친환경 편의점이다.
해당 점포는 고효율 냉장 진열대, 태양광 등기구, 절전형 콘센트 등을 설치하고 매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력 사용량을 관리할 수 있어 일반 점포 대비 전기 사용량을 최대 20% 절감했다. 또한 자연 냉매를 사용하는 냉동고와 실외기를 사용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9%까지 감축하고 음식물 처리기를 통해 점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대 85%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절수형 수전으로 물 사용량도 20% 아낄 수 있다. 친환경 화장지, 샴푸, 에코지퍼백 등 환경마크를 받은 녹색제품을 판매한다.
▶친환경 포장 과일 세트│ 롯데마트
▶비닐 라벨을 없앤 롯데마트 자체 생산 생수│ 롯데마트
▶세제 내용물만 바꿔 쓸 수 있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 이마트
쓰레기 없는 ‘녹색특화매장’으로 확장
유통업계에서는 녹색매장을 확대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롯데마트는 2025년까지 비닐과 플라스틱을 50% 감축할 계획이다. 또한 매장에서 사용하는 비닐봉투 제로(Zero)화를 위해 단계별 감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친환경 소비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칠성과 함께 비닐 라벨을 없앤 ‘아이시스 8.0 에코’ 상품을 내놔 그린존을 구성해, 친환경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장 내의 식품 폐기물을 2025년까지 30% 줄일 계획이다.
현재 대형마트 중에는 이마트 성수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영등포·일산·울산), 갤러리아백화점(센터시티·타임월드·수원), 이마트(산본·고잔·연수), 홈플러스(부천 여월·영등포·월드컵), 롯데마트(춘천·평택) 등이 녹색매장으로 지정돼 있다.
소비자들은 이 매장에 가면 친환경 제품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환경마크 또는 GR(우수 재활용) 마크 인증 상품에 ‘녹색제품’ 스티커를 부착해 소비자가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비치해놓았다. 별도의 친환경 제품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또 이들 매장은 LED 조명, 태양광 발전, 터보 냉동기, 공조기용 인버터 등 환경친화 시설을 구비해놓았다.
환경부는 녹색매장 개념을 ‘녹색특화매장’으로 확장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문제가 된 1회용품 쓰레기 줄이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녹색특화매장은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일종의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매장이다. 플라스틱 비닐이나 포장재를 최소로 사용한다. 온라인에서도 녹색매장이 번지고 있다. 인터파크는 2020년 하반기에 ‘온라인 녹색매장’을 운영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매장을 찾지 않아도 클릭 한 번으로 녹색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도운 것이다.
친환경 보일러로 미세먼지 유발 방지
녹색매장은 유통업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경동나비엔 또한 녹색매장 인증을 추가로 받으며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최초로 녹색매장으로 지정된 경동나비엔 파주 대리점을 찾아갔다. 기존 대리점과 차별화된 쇼룸 형태로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비롯해 쾌적한 숙면 환경을 조성하는 온수 매트 ‘나비엔메이트’, 환기와 공기 청정 기능을 동시에 갖춘 ‘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경동나비엔이 아시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과 지구온난화 요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인다. 특히 2020년 4월 대기관리권역 내 친환경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주로 백화점, 대형마트, 유기농 제품 전문 판매점 등에 지정되었던 녹색매장 인증이 보일러업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2019년 경동나비엔 파주 대리점이 업계 최초 녹색매장으로 지정된 후, 전국 매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규 녹색매장은 평택, 인천 등 수도권과 세종, 천안, 대구, 익산, 부산 등 전국 거점 지역에 있다.
박유리 기자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해 녹색사회 전환 앞당긴다
환경부는 녹색제품의 생산·유통·소비 확대 방안을 담은 ‘제4차 녹색제품 구매 촉진 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해 2021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 제4차 기본계획에서는 그린 뉴딜, 탄소중립과 같은 다양한 정책 변화에 발맞춰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친환경 소비를 실천할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환경적 가치를 소비하는 친환경 문화 확산’과 ‘지속 가능한 녹색사회를 위한 정책기반 강화’를 목표로 ▲녹색소비 기반(인프라) 강화 ▲수요자 중심 녹색제품 확대 ▲친환경 착한소비 생활화 ▲녹색신시장 창출 등을 추진한다.
먼저 성장 잠재력이 큰 민간 분야 녹색시장 확대를 위해 녹색매장을 확대 지정하고, 온라인 시장에서의 녹색제품 판매 기반을 마련하는 ‘온라인 녹색매장 지정제도’를 도입한다. 포장재 없는 소분 판매,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녹색특화매장’을 적극적으로 확산한다.
녹색구매지원센터를 현재 8곳에서 2025년까지 17곳으로 확대해 지역별 녹색소비 문화 활성화의 거점으로 활용한다.
다음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손쉽게 녹색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의 녹색제품 인증을 확대한다. 개인위생용품, 생활용품 등 생활밀착형 제품에 대한 인증을 확대하고 성인용 기저귀, 방진망 등 국민 체감 가능 품목을 중심으로 인증 기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녹색소비생활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유통·포장, 실내 청소, 여행 등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대상으로 인증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성 인증 취득비용과 사용료를 경감하고, 인증을 원하는 기업이 원활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녹색구매지원센터 등 다양한 교육기관을 활용해 소비자 생애주기별 녹색제품 교육을 강화하고, 녹색소비 아이디어 대회 등 각종 행사로 녹색제품에 대한 국민 인지도를 높인다. 또 온라인 상품을 결제할 때 에코머니 포인트를 적립하는 ‘그린카드’ 발급을 확대하고 제도를 개선한다. 끝으로 공유·구독 경제 등 신(新)경제체제와 녹색제품을 연계해 녹색제품의 민간시장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진출 등 녹색제품의 판로를 지원한다.
김동구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이번에 마련한 제4차 기본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민 일상 속에서 녹색소비문화가 확산해 민간 분야 등 녹색제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