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효과 극대화 방안
정부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하 2·4대책) 추진에 따른 시장 안정 방안으로 ‘우선공급권의 제한적 부여’라는 방침을 세웠다. 우선공급권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토지 소유주(조합원)에게 보장된 입주권과 유사한 개념이다.
하지만 2·4대책에서 새로운 모델로 제시된 주택공급 사업에서는 입주권이 성립할 수 없다. 역세권·도심 저층주거지·준공업지역 등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공공 직접시행 재개발·재건축(정비) 사업’에서는 사업 시행 주체가 공공기관이다. 사업구역의 토지 소유자가 공공 시행자에게 현물 납부 방식으로 소유권을 넘긴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되며, 마무리된 다음에는 이들에게 토지 재산권에 대한 보상에다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의미로 아파트나 상가의 우선공급권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선공급권이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4대책 발표 이후 후보 사업구역 내 부동산 매입 계약을 체결하면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하기로 했다. 부동산의 분할·분리 소유 등 권리 변동이 대책 발표 이후 발생한 경우에도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개발 이익을 노리고 단독주택이나 나대지 등을 급하게 다세대 주택으로 짓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의 효과를 사전에 막겠다는 차원이다.
아울러 우선공급권은 사업구역 내 1세대 1주택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 세대의 여러 구성원이 각각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표 1인에게만 입주권을 주는 기존 재개발 사업의 공급 원칙을 준용하는 것이다. 우선공급권의 전매제한 기간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할 때까지로 설정된다. 또 우선공급 대상 세대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5년 동안 투기과열지구에서 다른 우선공급권에 신청하거나 정비사업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제한할 방침이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감시·단속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투기 수요 억제 방안의 하나로 동원된다. 정부는 공공사업 추진 지역은 사업 신청 단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투자 목적의 부동산 매입을 막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취득 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합당한 취득 목적 및 자금조달계획과 함께 이를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일정 기간 허가 요건에 따른 의무를 지켜야 하고 매매나 임대도 금지된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시장의 과열 양상이 주변으로 퍼질 경우 지정구역 확대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만큼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감시·단속은 더욱 강화된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현재 임시 조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시장 불법 행위 대응반’을 정규 직제인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으로 개편, 오는 3월 말에 출범하기로 했다. 국토부 토지정책관이 단장을 맡는 기획단은 15명 안팎으로 구성된 대응반보다 인력을 최대 2배 늘려 활동하며 국세청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까지 상근으로 참여한다.
정부는 기획단 출범을 통해 기관별로 보유한 정보 연계와 정책 공조 강화, 조사 및 수사 역량 제고, 시장의 특이 거래에 대한 분석 기능 강화 등을 기대한다. 공공사업 예정 구역과 인근 지역에서 벌어지는 투기적 거래와 불법 의심 행위에 대해서는 실거래 기획조사와 현장점검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기획단은 2021년 안에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으로 확대, 개편한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로 2020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 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실상 정부안인 이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국토부 산하에 100명 안팎의 전문인력을 갖춘 조직으로 출범해 특정 지역에서 이상 거래가 포착되면 금융회사에 언제든 대출계좌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국세청에 세금 납부 내역까지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또 부동산 매매와 정보 제공업 등의 신고와 등록을 통합 관리하는 기능도 갖춰, 사실상 전국의 모든 부동산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동산거래분석원에 구축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다주택 보유자와 법인에 대한 과세 강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할 더 큰 요인은 다주택 보유자와 법인에 대한 과세 강화다. 정부는 2020년 ‘7·10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해서는 주택 취득-보유-처분 전 단계에 걸친 과세 강화안을 마련했다. 취득세는 2020년 8월 12일부터 이미 적용했고, 보유세와 처분 단계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 인상은 2021년 6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특히 서울 전역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포함된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세금 부담의 급증을 감수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 주택 취득세율은 종전 1~4%에서 8~12%(3주택 이상)로 올랐고, 공시가격 3억 원 이상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12%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가 매해 6월 1일 기준으로 납부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종전 0.6~3.2%이던 세율이 2021년부터는 1.2%에서 6.0%까지 인상된다. 법인 소유 주택에는 과표 구간을 구분하지 않고 종부세 최고세율(일반지역 3%, 조정대상지역 6%)을 적용하고 기본공제와 세부담 상한 적용은 아예 폐지된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서울에서 공시가격이 20억 원인 주택 두 채를 보유한 경우 2020년에는 4700만 원이던 종부세가 2021년은 1억 500만 원으로 5800만 원이나 증가한다. 양도소득세는 6월 1일부터 다주택은 물론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이나 입주권·분양권에 대해서도 대폭 인상된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서울에서 주택 양도차익이 10억 원 발생한 다주택자를 가정할 경우 6월 1일 이후에는 순증하는 양도세 부담이 약 1억 1000만 원에 이른다. 법인의 주택 양도에 대해서는 기본세율에 추가하는 세율이 이미 1월 1일부터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인상됐다.
편법 증여나 변칙 거래 정밀검증 및 대응
세금 부담을 회피하려는 편법 증여나 변칙 거래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정밀검증과 세금 추징으로 대응한다. 국세청은 2020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전국 지방청에 부동산 관련 특별조사반(부동산거래 탈루대응TF)을 설치, 탈세 행위 차단에 나섰다. 2020년에는 7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모두 1543명의 탈세 혐의자를 찾아내 1252억 원을 추징했다.
또 국세청은 주택 증여 과정에서 변칙적인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1822명을 선정해 2월부터 정밀검증 작업에 착수했다고 최근 밝혔다. 주택 증여는 2020년에 15만 건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다주택 보유자의 주택 증여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다주택자와 고액 자산가의 주택 증여와 관련, 최초 취득 단계의 자금 출처 분석부터 증여와 그 이후까지 전 과정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세금 탈루 여부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택시장 과열과 수급 불안의 또 다른 복병은 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와 사상 최대 규모인 시중 유동성이다. 유동성 과잉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과열은 주거 불안의 심화를 넘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저하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부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기 4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도입
한편,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준수 실태를 지속으로 점검하는 가운데, 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덜고 금융소비자와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해나간다는 목표로 새로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담보 가치보다 상환 능력 위주로 대출 심사 관행을 전환하고,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만기가 최장 40년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2021년 안에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연 이자 2.5%로 3억 원 대출 시 30년 만기의 경우 월 118만 5000원이던 것이 40년 만기시 99만 4000원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또 2019년 5월 이후 유지해온, 청년에게 2%대 금리로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는 상품을 충분히 공급하고 보증료도 인하한다. 이에 따라 총 4조 1000억 원 규모였던 공급 한도를 폐지, 청년층 수요에 맞춰 충분히 공급하고 보증금 7000만 원·월 50만 원 이하이던 1인당 한도의 상향을 검토한다. 보증료도 0.05%에서 0.02%로 인하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금융회사 단위에서 돈을 빌리는 차주의 개인별 적용 방식으로 바뀐다. DSR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신용대출, 카드론 등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의 일정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지표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담보로 하는 신규 대출에 대해 은행은 DSR 40%, 비은행권은 60% 기준을 적용받는다. DSR 규제 적용을 차주 단위로 전환하면 은행 등은 개인의 상환 능력을 더욱 신중하게 심사해 대출을 취급해야 한다. 다만 청년층이나 휴직 등으로 소득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계층에게는 미래 소득까지 고려, DSR 규제가 융통성 있게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고 금리 인하에 맞춰 현행 17.9%인 햇살론17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금리 20%가 넘는 대출을 낮은 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대환 상품이 공급된다. 최고 금리 인하 시행일 이전에 20% 초과 고금리 대출을 1년 이상 이용하고 있거나 만기가 6개월 이내로 임박하고, 정상 상환 중인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최대 2000만 원 한도로 대환 목적 대출을 지원한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