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들이 말하는 K-방역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약 1년. 지난 1년간 국민은 물론이고,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에 힘써왔다.
한국의 선제적인 방역 시스템이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방역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고, 한국 정부와 국민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코로나19와 한국 생활, K-방역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포티마 씨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연세대학교 대학원 한국학협동학과에서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포티마(27)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왔고요. 한국에서 벌써 7년 가까이 유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개발도상국 교육 개선’을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하고 있고, 동시에 대웅제약 웅토링스쿨 대외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지내나요?
=대학원 2~3학기에는 온라인 수업만 했습니다. 처음엔 비대면 강의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빠른 인터넷 시스템, 교수님들의 철저한 안내 덕분에 대면 수업과 큰 차이 없이 공부하고 학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비대면 수업을 하다 보니 개인 시간이 더 많아졌고, 학업 외 대외활동과 취미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연락을 자주 주고받나요?
=한국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있고, 우즈베키스탄도 상황이 좋지 않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자주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하루 100명 이내로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안정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총 7만 6832명에 달합니다. 상황이 안정되면 고향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받은 인상과 지금 한국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다릅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표정, 바쁘게 사는 생활방식, 문화 등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몇 년간 머물며 한국 문화에 적응을 하다 보니 다들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긍정적인 경쟁을 바탕으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권의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았고, 한국인 친구와 선배들 덕분에 여러 문화를 경험했고, 한국어 실력도 빨리 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한국은 ‘도전 정신만 있으면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신비로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유학 중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불안감이 컸을 텐데요. 한국 정부에서는 유학생에게 어떤 지원을 해주었나요?
=코로나19는 감염율이 높아 유학생들도 많이 불안했습니다. 저 역시 혹시나 코로나19에 걸리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까,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도 똑같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는 것을 안 이후 오히려 한국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에게도 현지인과 비슷한 조건으로 격리와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고, 연구 기관에서는 마스크를 지원해주었습니다. 또, 대학교에서는 코로나19 특별장학금 등을 지원해줬고요. 2020년 가장 감동적이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을 마치 국민처럼 감싸주고 배려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마음이 멋지고,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뉴스 등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한국 국민의 노력이 있다면요.
=모두 불안해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의 완벽한 방역 조치와 노력만이 이 고난을 이겨낼 유일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습한 여름에 방호복을 입고 정성껏 환자들을 치료한 의료진, 간호사분들이 진정한 영웅처럼 보였습니다.
-정부의 국내 코로나19 대응 중 기억나는 건 무엇인가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것, 지역 곳곳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모두 어려움 없이 검사받을 수 있게 한 것이 획기적인 방역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정보무늬(QR코드) 인증과 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확진자의 방문 장소와 시간까지 일일이 대중에게 공유해 감염 확산을 줄이는 전략도 신기했습니다. 코로나19로 한국 정부가 재난에 얼마나 빠르게 대처하고,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K-방역’ 등 한국 정부를 향한 국제사회의 칭찬도 있었는데요.
=2020년은 ‘K-방역’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방역 체계를 구축한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우즈베키스탄도 K-방역 코이카(KOICA) 긴급대응팀의 도움으로 많은 국민을 코로나19 감염에서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긴급대응지원팀은 우즈베키스탄 의료진들에게 방역 수칙와 진료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을 공유했고, 온라인으로도 지속해서 교육했습니다. 그 밖에도 각종 바이러스 보호 물품을 나눠주고, 교육 연수를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을 잊지 않은, 배려 깊은 한국의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국민을 넘어 외국인 그리고 외국에 있는 사람들까지 도우려는 노력을 보면 완벽한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애쓰는 분에게 응원의 말씀을 해주세요.
=코로나19 사태가 어느새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늘 가족처럼 치료에 힘쓰고 계신 의료진 덕분에 이 고비를 이겨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답답해도 마스크를 잘 쓰는 한국 국민의 협조 덕분에 마음 편하게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에 백신이 공급되고 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더 힘내시기 바랍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매우 훌륭하고 존경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밖에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공동체를 위해 하나가 되려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경제성장 시기에도 이런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게 아닐까 감탄했고, 한국을 향한 존경심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인재가 되어 사회에 갚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