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국토교통부 주택공급 확대방안
정부가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지구지정을 하고 민간 자력으로는 주택공급이 안 되는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공공 주도로 개발해 공급하는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시행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 호 등 전국에 83만 600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대책 발표일 이후에 사업구역에서 부동산을 신규 매입한 이는 우선공급권을 가질 수 없는 투기억제책도 동시에 시행된다.
정부는 2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공급 대책이다. 기존 주거복지로드맵과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 127만 호 공급계획을 합하면 200만 호 이상이 공급되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진력해 왔음에도 시장수급 불안, 시중 유동성, 인구구조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로 부동산시장 안정세가 확실하게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송구하고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주택공급에 대한 우려 심리를 완전 불식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확실하게 도모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나서 조기에 대규모 주택 공급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 조기에 대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공공주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을 마련, 추가적인 신규택지 확보를 통해 수도권 및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83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주택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기반시설 확충뿐만 아니라 사업 진행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임차인·영세상인 보호에 활용해 국민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LH·SH 등 공공 주택공급기관이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하도록 법령을 정비해 기존 공급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사업이 추진되고 지자체 통합심의 등 패스트트랙 가동으로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건축 관련 법령을 고쳐 현재 10년 이상 걸리는 기간을 5년 이내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들 사업에는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제한 등을 통해 사업성을 대폭 높이고 특별건축지역으로 지정해 도시·건축 규제완화, 세제혜택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 역세권에서는 700%, 준공업지역에서는 500%까지 용적률이 올라간다.
토지소유자에게 기존 자체 사업 대비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 및 아파트·상가 우선공급을 보장할 계획이다. 보장 추가수익 외 개발 이익은 비용부담 능력 없는 실거주자 거주수단 마련, 세입자·영세상인 이주·생계지원, 지역사회 생활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도시환경 개선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된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 사업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들은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 등 입지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규제혁신 및 개발 컨셉을 적용해 특화 개발될 예정이다.
→총 물량 중 70~8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
이와 함께 역세권(5000㎡ 이상)은 용적률 상향, 상업시설 비율 완화, 지하철 연결통로 설치 등 교통편의 극대화 등을 통해 ‘주거상업고밀지구‘로 복합 고밀개발(주거+업무+상업)한다. 제조·유통 위주로 저밀 개발되어 있는 준공업지역(5000㎡ 이상)은 신생기업 육성 공간과 연구개발(R&D)센터, 청년기숙사 및 주거단지 등이 복합된 ‘주거산업융합지구’로, 낙후된 저층주거지(1만㎡ 이상)는 채광·높이 기준 등 건축·도시규제를 완화하고 생활SOC 복합 등을 통해 우수 정주환경과 육아시설 등을 갖춘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조성한다.
역세권, 준공업지역 중 5000㎡ 미만인 소규모 입지에 대해서는 기존 소규모 정비사업을 개선한 ‘소규모 재개발사업’을 신설,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낙후된 환경도 개선한다.
도시재생을 통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주거재생 혁신지구 제도가 도입된다. 이는 공기업이 쇠퇴한 주거 취약지에서 주거·복지·생활편의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서 제한적으로 토지 수용도 가능하다. 주거재생 특화형 뉴딜사업도 신설돼 도시재생지역 내외에서 재개발·재건축, 소규모 정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연계한 사업이 펼쳐진다.
아울러 주택 공급을 기다려온 3040세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충분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이번 대책에 따른 총 물량 중 70~80%이상은 분양주택(아파트)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서울·수도권 등 주요 도심에는 시세대비 저렴한 공공분양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 이번 대책에 따라 공급되는 물량에는 일반공급 비율을 상향하고 일부는 추첨제로 공급한다. 현재 공공분양은 일반공급분이 15%에 불과해 당초 민간 택지인 점을 감안, 일반공급 비중을 15%에서 50% 올리고 그동안 저축 총액 순으로만 공급한 일반 공급분에 대해서도 추첨제(30%)를 도입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제시한 사업모델이 차질 없이 시행되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속도로 고품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더불어 청약제도를 개선해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자 뿐 아니라 일반 30∼40대 무주택 세대의 내집마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확고한 안정세로 이어질 것”
강력한 투기방지 대책도 시행된다. 이날 이후 사업 구역의 토지 등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우선공급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우선공급권은 1세대1주택 공급 원칙으로 운영하고 우선공급권에 대해서는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대책발표 이후 지분 변동, 다세대 신축 등을 통해서 추가 지분 확보시에도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1채 건축물·1개 필지를 다수가 공유하더라도 우선공급권은 1개만 허용할 계획이다. 사업추진 예정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실거주나 실경영 목적이 아니면 부동산 매입을 제한한다. 사업예정구역 및 인근지역의 이상거래 등 투기수요에 대한 실거래 기획 조사 및 현장점검 등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번 83만 6000호 중 약 57만 3000호는 도심내 신규 사업을 통해, 약 26만 3000호는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 등 수도권에 61만 6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지방 대도시에도 22만 호의 주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32만 호는 분당 신도시 3개, 강남 3구 아파트 수와 비슷한 규모다.
수도권 등 신규 택지의 구체적인 입지는 추후 발표된다. 서울 인근이나 서울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교통여건 등 개발여건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할 예정으로, 대부분 기존 3기 신도시 인접 지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세종시 행복도시 예정지역에도 1만 3000호가 추가 공급된다.
홍 부총리는 “83만 호는 연간 전국 주택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며, 서울시에 공급될 32만 호도 서울시 주택재고의 10%에 달하는 ‘공급 쇼크’ 수준이라 할 수 있다”며 “막대한 수준의 주택공급 확대는 주택시장의 확고한 안정세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원하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믿고 시장상황 판단과 참여에 진중히 해주실 것을 국민께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