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은
에이모 사업기획팀 김휘은 씨
2020년 닻을 올린 한국판 뉴딜 정책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관련 일자리에 진입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청년 김휘은(30) 씨도 디지털 뉴딜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에 취업했다. 그가 다니고 있는 에이모(AIMMO)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를 가공하는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2차)’(이하 데이터 구축사업)을 수행하는 중이다. 디지털 뉴딜 정책 중 하나인 데이터 구축사업은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대규모로 구축·개방하는 사업이다. 데이터 구축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김 씨에게 디지털 뉴딜 일자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경기 판교에 있는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가공 플랫폼 전문 기업 에이모 사업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에이모는 어떤 회사인가요?
=머신러닝용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신생기업입니다. 민간사업, 정부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진행하는 디지털 뉴딜 관련해서는 ‘자율주행’ ‘사람행동 영상 AI 데이터’ ‘드론 영상 AI 데이터’ ‘상품 이미지 및 고객 주문 질의응답 AI 데이터’ 등 데이터 구축사업에 참여 중입니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수행기관으로 활동하고 있고, 다른 분야에선 업체들과 협회를 이뤄 참여 기관으로 선정되어 분야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대규모로 구축하고 개방하고 있습니다.
-사업기획팀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사업기획팀에서는 과제 수행을 전반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등 제반 운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데이터 구축사업과 같은 정부 과제가 시작되면, 과제에 선정되기 위해 보고서나 사업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업무를 비롯해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합니다.
-어떤 계기로 회사에 지원했나요?
=입사 전 한 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새로운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결심했고, 디지털 뉴딜 일자리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이 나오면서 정부 사업 과제가 많아졌고, 예산이 집행되다 보니 인력을 채용하는 등 디지털 관련 일자리가 활성화되는 것 같습니다. 때마침 에이모에서 채용하고 있었고, 제가 함께 해볼 수 있는 일이 있을 거 같아 지원했습니다. 디지털 뉴딜 분야가 성장 가능성이 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터 구축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자율주행을 예로 들면, 협회 내 ‘동적개체’ 분야에서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가 따로 있습니다. 이 업체 측에서 자동차 등으로 교통 장애가 있다거나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을 촬영합니다. 이후 촬영한 사진을 놓고 ‘사람’ ‘자동차’ ‘장애물’ 등 데이터에 표시하는 작업을 하죠. 이런 업무를 하는 분들을 ‘데이터 라벨러’ 또는 ‘크라우드 워커’라고 합니다. 해당 데이터에 대한 검수 과정도 거칩니다.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 사람 얼굴이나 번호판 등이 촬영된 경우 비식별화 작업도 합니다. 실증 관련 업체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실제 활용하는 작업까지 진행합니다. 에이모의 경우, 데이터 라벨링 처리를 한 후 검수 작업을 하는 가공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이 ‘디지털 뉴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라벨링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요. 사실 이미지에 ‘자동차’ ‘사람’ ‘장애물’ 등을 표시하고, 이를 검수한 결과물이 어떻게 활용될지 궁금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자동차를 보면 운행하거나 주차할 때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인지하고 알려주는 기능이 있죠. 이처럼 데이터를 입력해서 인공지능이 ‘학습’을 하면 우리 일상이 훨씬 편리해질 수 있습니다. 에이모에서 데이터 구축사업으로 진행하는 ‘드론 영상 인공지능 데이터’의 경우, 특정 산에서 조난자가 발생했을 때 위치를 파악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전 산업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게 디지털 뉴딜인데, 지금 진행하는 일들은 우리 일상 밀접한 곳에서 디지털 혁신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현장에서 볼 때 데이터 구축사업과 관련해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다양합니다. 정부 과제와 관련해서 관리하는 일을 할 수도 있고, 데이터 라벨러로 일하는 분도 있습니다. 에이모의 경우, 2020년 12월 기준으로 데이터 라벨러 2600여 명이 데이터 구축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여러 과제에 동시 참여한 경우도 포함한 것이지만, 꽤 많은 이가 참여했다고 볼 수 있죠. 데이터 라벨러의 경우 미리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가이드라인을 숙지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니는 청년층이나 주부 등 다양한 계층이 부업 삼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뉴딜과 같은 정책이 실제 일자리 창출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이 정책의 좋은 점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업을 100% 민간 자본으로 진행한다면 자금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국가 예산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이라 전반적으로 일자리 창출 기회를 열어줬다고 봅니다. 저 역시 데이터 구축사업 예산으로 정규직으로 입사한 경우고요. 정부 과제와 관련해 다양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지인들에게 ‘디지털 뉴딜 관련해서 이런 일도 있으니 해보라’고 권해준 적도 있습니다. 디지털 뉴딜 정책과 데이터 구축사업 등이 없었으면 이런 분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없었겠죠. 이런 방식으로 일도 해보고, 산업에 대한 경험을 쌓은 뒤 여러 길을 모색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청연 기자
D.N.A. 경제구조 고도화 등 12.7조 원 투자
데이터 구축사업은 디지털 뉴딜 중 ‘데이터 댐’의 핵심 과제다. 데이터 댐이란, 각종 데이터를 마치 댐처럼 한곳에 모은 것을 뜻한다. 물이 댐에 모여 방류되듯 여러 곳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분류·가공해야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댐은 디지털 뉴딜의 핵심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데이터 구축사업을 구체화하면서 데이터 구축사업의 성과도 축적되었다. 2020년에는 신생기업 등이 시간과 비용 문제로 개별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웠던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대규모로 구축하고, AI허브(www.aihub.or.kr)에서 데이터를 개방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9년에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21종 4650만 건을 구축·개방했고, 2020년 11월 누적 기준 1만 2000여 명이 데이터를 4만 8000여 회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엔 170종(본예산 20종, 추경 150종), 3억 7500만 원 건의 데이터를 구축·개방했다. 과기정통부 측에 따르면 2021년부터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제품·서비스 개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2020년 추가경정예산 사업으로 데이터 구축사업에 국민 참여형 집단 참여(크라우드소싱) 방식을 적용(직접고용 방식 병행)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위기를 극복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이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과제별 온라인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으로 국민 누구나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 단계별(데이터 수집·가공·검수 등)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과기정통부 측은 당초 목표인 약 2만 명보다 크게 상회하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1년에도 디지털 뉴딜 관련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2021년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경제구조 고도화’ ‘비대면 기반 확충’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분야에서 총 12조 7000억 원(국비 7조 6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D.N.A. 경제구조 고도화 분야에선 한국어 인공지능 고도화를 위한 훈민정음 등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150종을 추가 구축(2925억 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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