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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은 “운동할 거예요!”다. 상담 시간에 환자들이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겠어요”라거나 “감사하는 마음을 더 가지려고요”라고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활동적인 생활방식을 길러보겠다는 대답을 더 많이 듣는다. 마음 건강을 잃어본 이들은 안다. 의지나 생각이 아니라, 몸을 써야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몸을 활기차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폐활량이 늘어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우울증에 덜 걸린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폐활량을 측정하고 나서 12년이 지난 후 어떤 사람이 우울증을 앓았는지 추적 조사했다. 처음에 폐활량이 좋았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절반 정도 낮았다. 식상한 말이지만,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라는 구호가 정확했던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라고 구호 외치듯 말하지만, 말로만 될 리 없다. 걷다 보면 고민이 정돈되고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 이 자리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서 문제를 보는 관점도 시나브로 넓어진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면 산책으로 떨쳐내는 게 제일 좋다.
“올해는 술을 끊을 겁니다”라고 말로만 외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금주하겠다는 의지력도 운동을 하다 보면 저절로 길러진다. 호주 매쿼리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규칙적인 운동이 욕구를 조절하는 힘을 키워준다는 걸 알 수 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피트니스센터 이용권을 무료로 나누어 주고 주 3회 운동하도록 지시했다. 두 달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술을 덜 마시는 쪽으로 변했다. 사전에 “음주 습관을 고쳐라”라고 지시한 적이 없는데도 규칙적으로 운동한 피험자들은 음주량을 스스로 줄였다. 절주만 한 게 아니었다. 두 달 동안 행동 변화를 관찰했는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감정 조절도 이전보다 더 잘하게 되었고 충동구매도 덜 했고 시간 약속을 잘 지켰다. 운동을 함으로써 생활습관까지 바뀐 것이다.
“올해는 자존감을 높여서 당당하게 살아보려고요”라고 하는 이도 자주 보는데, 과연 자존감이란 것이 마음만 독하게 먹는다고 키워질까? 비싼 돈 내고 상담 받는다고 바닥에 누웠던 자존감이 벌떡 일어서는 건 아니다. 자존감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어울리는 행동을 꾸준히 해야 커진다. 꼭 거창한 걸 이루어야만 하는 게 아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스트레칭을 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책상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으로도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일상 습관과 소소한 행위가 모여서 ‘나는 내가 생각해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의 근간을 이룬다. 땀 흘려 운동하면 몸에 활기가 생기고, 이런 체성 감각이 모여서 뇌로 들어오면 섬엽이라는 부위에서 ‘나는 활기찬 사람’이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이 형성된다. 이렇게 획득된 긍정적 자기 인식은 자존감 높은 말과 표정과 행동으로 나타난다. 근육 만들듯 몸으로 행동함으로써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김병수 의사_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몇 권의 책을 쓴 저자.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교대역 작은 의원에서 사람들의 상처난 마음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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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