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접수를 하고 있다. | 한겨레
무엇을 담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2021년 경제정책의 핵심 화두는 ‘포용적 회복’과 ‘주거 불안 해소’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하면서 경제활력을 되찾겠다는 게 포용적 회복이다. 서민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주택공급의 획기적 확대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2021년 경제전망에 대해 “거시적으로는 좋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은 2020년에 -1%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비록 역성장이지만, 효과적인 코로나19 방역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으로 경제 위축 규모를 최소화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빠르고 강한 경제 반등’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총력을 쏟아야 한다. 정부도 유례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 투자, 수출 등 전방위에 걸쳐 경제활력을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3.2%다. 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만회하는 수준을 넘어 다시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서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20년과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합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며 “한국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코로나19 상황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용적 회복 위해 피해 계층 더 두텁게 지원
문제는 경제활력 회복의 효과와 속도가 고르지 않다는 데 있다. 생산과 소득, 소비와 투자 등의 총량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늘어나더라도 업종과 계층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은 여행업 등 대면 서비스에 의존하는 업종, 소상공인과 자영업, 임시·일용직과 미취업 실업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단순한 경제회복을 넘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더 벌어지게 되어 있는 양극화, 격차, 불평등을 해소하는 포용적인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거시경제에서 여러 가지 지표가 좋다는 것이 바로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시경제는 성공을 거두더라도 국민의 삶과 고용이 회복되는 데에는 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피해 계층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피해 구제와 경기하강 방어를 위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정책금융까지 포함해 모두 310조 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원 방식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 방식의 보편 지원이냐, 피해 계층만을 겨냥한 선별 지원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상황에 따른 유연한 선택’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재난에 대한 지원은 보편과 선별을 나눌 수 없다.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선을 그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방역단계와 경제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문제”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다.
재정 여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부로서는 당분간 맞춤형 선별 지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도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방식으로 이뤄진 2차와 3차 재난지원금 집행 경험을 통해 선별에 많은 행정적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한정된 재원으로 피해 계층을 맞춤형으로 선별해 두텁게 지원하는 게 지금 단계에서는 더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보편 지원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거의 진정돼 본격적인 소비 진작이나 오랫동안 고생했던 국민에게 사기 진작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하는 상황이 된다고 한다면 그때는 보편 지원도 생각할 수 있다. 또 중앙정부의 재난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지역 차원에서 보완적인 보편 지원은 지자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설 연휴 이전 주택공급 확대 방안 마련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분야의 질문은 부동산 문제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주거 불안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 억제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두 가지 측면에서 주택 가격의 상승 요인을 짚었다.
우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저금리의 장기화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게 된 상황”이 첫 번째 요인이다. 또 “2020년 한 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새로 늘어났다. 이렇게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되고, 결국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는 게 대통령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2021년에는 투기 수요 억제라는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택공급을 기존 계획보다 더 늘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설 연휴 이전에 발표할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준비 중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책에 대해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 참여와 주도를 더욱더 늘리고 인센티브도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재개발, 역세권 개발, 그리고 신규 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주택공급 확대를 추진함으로써 공급 부족에 대한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이번 대책의 목적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봄 이사 철을 맞이하여 전세 매물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할 주택공급 대책에는 전세 물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