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뉴고려병원에 마련된 승차 진료소인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 2020년 한 해를 강타했다. 대유행 초기부터 우리나라는 세계에 방역 모범 국가로 손꼽혔다. 승차 진료(드라이브 스루)를 비롯해 세계 표준이 된 K-방역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나라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였다. 국제사회가 주목한 K-방역 우수 사례를 살펴봤다.
3T·사회적 거리두기 통한 환자 발생 억제
그간 정부는 이른바 ‘3T(검사(Test), 추적(Tracing), 치료(Treat))’ 전략과 ‘사회적 거리두기’ 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봉쇄나 이동 제한을 하지 않고 신속한 검사와 접촉자 추적조사, 초기 단계의 철저한 치료는 K-방역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사회도 호평했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2020년 6월 22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의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감염되는지 잘 지켜보고 있으며 바이러스보다 앞서기 위해 계속해서 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2020년 6월에 펴낸 ‘지속가능개발보고서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OECD 국가 가운데 소득 수준이 중간 정도인 중남미 3개국(멕시코, 칠레, 콜롬비아)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33개국을 비교했다. 비교 기준은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과 재생산지수(감염자 1명이 감염시키는 평균 인원수), 통제 효율성 등 세 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종합지수에서 우리나라는 0.90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라트비아(0.78), 3위는 호주(0.76), 4위 리투아니아(0.75), 5위 에스토니아(0.75) 순이다. 이어 일본(0.73), 슬로베니아(0.72), 슬로바키아(0.72), 뉴질랜드(0.71), 노르웨이(0.71)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방역에 성공한 이유로 “높은 품질의 공중보건체계에 기반을 둔 발 빠른 대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지금까지 효율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남대문시장 방역 작업│ 한겨레
코로나19 사망률 낮아 경제 타격도 작아
코로나19 사망률이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는 경제 타격도 작았다. OECD와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가 8월에 발표한 지표 기준을 보면, OECD 회원국 중 100만 명당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622명)과 스페인(611명)이다. 2020년 4~6월까지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21.7% 떨어졌고, 스페인은 22.1% 폭락했다.
반면 100만 명당 사망자가 6.3명인 우리나라의 GDP는 ‘겨우(merely)’ 2.8% 떨어지는 데 불과했다. 해당 수치는 대만(0.6%)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글로벌 연구통계기관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는 한국과 대만, 리투아니아를 모범 사례로 거론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영향이 작았던 나라들이 사망률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도 우리나라의 방역 모범 사례를 자세히 다뤘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020년 9월 25일 ‘한국이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한국이 대유행 초기에 전 세계 부국 가운데 바이러스 감염을 가장 잘 막아냈다며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영국보다 두 배 더 효율적으로 감염자의 타인 전파를 차단했다고 소개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도 “중요한 정보를 즉각 대중과 공유한다는 점이 다른 국가와 차원이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2020년 12월 3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입장 전 손소독제를 바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철저한 방역 속 수능시험 안정적 실시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3일 49만여 명의 학생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다. 2주 연기 후 시행한 시험은 철저한 방역 조치하에 무사히 치러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 미국 방송 〈CNN〉 등 외신은 ‘놀라운 일(remarkable)’이라고 평가하며,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했다. 2020년에는 많은 나라에서 대입 국가시험을 조정했다. 영국은 2020년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에이 레벨(A-level)’ 시험을 취소했다. 프랑스는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200년 만에 취소하고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했다. 미국도 3월, 5월, 6월 예정된 대입시험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BBC〉는 ‘한국: 인생을 바꾸는 시험은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속 전국 규모 시험이 무사히 실시된 것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CNN〉도 “한국의 방역 당국이 시험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평가하며 학교 방역 조치 사항을 자세히 소개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서울여고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
온·오프라인 교육 병행 학교 내 감염 차단
교육 현장에서도 역시 코로나19 방역과 대응은 빛났다. 특히 일선 학교와 협력해 학교, 학년별 순차적 등교로 학교 밀집도를 최소화하고,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해 학교 내 감염과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OECD는 코로나19 대응 우수 사례로 우리나라의 원격수업을 위한 민관 협력과 학교·교원의 뛰어난 ICT 역량을 제시했다.
국제기구와 해외 각국에서 정보 공유 요청도 쇄도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0년 6월과 9월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교육장관회의에서, 4월 아랍에미리트(UAE)와 11월 아르헨티나 교육부 장관에게 각각 한국의 등교수업과 방역 관련 정책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원격 면담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진단 기법 국제 표준 제정
전 세계 언론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한국의 진단 능력이었다. 외신들은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검진 덕분에 한국이 초동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K-방역 성과에 힘입어 코로나19 진단시약의 신규 수출시장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 총 4억 9679만 명분을 수출해 2조 5000억 원의 성과를 올렸다. 여러 외신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진단시약의 기록적인 수출액은 성공적인 방역의 증거”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제안한 코로나19 감염병 진단기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International Standard)으로 2020년 12월 2일 제정됐다. 국제표준 제정으로 향후 국내 진단시약의 국제 신뢰도가 한층 향상되고 해외시장 확대에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가격리자 관리 위한 안전보호 앱 개발
정부는 2020년 3월부터 자가격리자에게 생활수칙을 안내하고 이탈을 모니터링하는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2020년 12월 7일 기준 총 91만 명(누적)이 설치했고, 자가격리 위반자 413명을 적발했다.
해외에서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 칠레, 아르헨티나 등 24개 국가와 미주개발은행(IDB) 등 국제기구 8곳에서 관련 정보 공유와 협력을 요청했다. 프랑스 주간지 〈Le Point〉와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 독일 방송 〈ProSieben〉 등 외신의 취재 요청도 이어졌다. 미국 〈CNN〉은 2020년 3월 4일 생방송 뉴스에서 우리의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개발과 도입 소식을 보도하며 “매우 창의적 방법”이라고 호평했다. 한편, 정부는 5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IDB와 함께 중남미 지역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보급하기로 했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