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코리아 만들 ‘신의 한 수’ 한번 더!

2021.01.11 최신호 보기
▶1973년 6월 9일 아침 7시 30분 우리나라 최초의 고로(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지자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감격에 겨워 만세를 부르고 있다.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고 박태준 당시 포항제철소 사장이다.│한겨레

일관제철소 건설·반도체 투자와 한국판 뉴딜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한민국 대전환 프로젝트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1929년부터 발생한 경제 대공황으로 미국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지자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경제정책을 뉴딜로 일컫듯, 여기에 빗대어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는 제반 정책을 마련했다고 해서 이 프로젝트를 한국판 뉴딜이라고 부른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는 여러 이유로 나라 안팎에서 큰 혼란과 위기를 맞은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결단과 혁신 정책으로 위기를 위대한 도약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우리만의 글자를 만들고 거북선과 수원화성으로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가깝게는 일관제철소 건설과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로 경제강국 코리아를 일궈냈다. 위기의 순간에 좌절을 극복하고 생각을 뛰어넘는 혁신으로 다시 일어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다시 한번 대한민국 대전환에 도전한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역사적 혁신 사례를 되짚어봄으로써 대한민국 대전환으로서 한국판 뉴딜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긴다. <편집자 주>

2020년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 규모와 사업 기간으로 볼 때, 근래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프로젝트다. 어쩌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한국 경제를 돌이켜보면 많은 고비가 있었고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잘못된 길을 간 적도 있었고 ‘신의 한 수’라 부를 만큼 탁월한 선택을 한 적도 있었다. 그중에서 한국 경제를 크게 도약시킨 사건을 꼽으라면 바로 일관제철소(제선·제강·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의 건설과 반도체 투자를 들 수 있다.

선진국형 철강산업의 시작, 일관제철소 건설
철강과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가장 기초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그래서 선진국이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 했고 개발도상국이 그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선진국형 철강산업은 바로 일관제철소의 건설에서 시작했다.
국내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 기간 3년 만인 1973년 포항 1기 제철 설비를 완성했다. 당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금의 100분의 1 수준인 300달러에 그쳤던 점을 생각하면, 자본의 상당 부분을 외자 도입에 의존한 일관제철소 건설이 실패할 경우 자칫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당시 일화인 ‘우향우 정신’(고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은 민족의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제철소 부지 오른쪽에 있는 영일만에 가 빠져 죽어 속죄해야 한다고 말했다)에서 보듯 불굴의 의지로 기적을 이뤄냈다. 그래서 철강산업은 한국 중화학공업 발전의 핵심이 되었고, 현재 한국은 세계 조강 생산량 5위의 철강 대국이 되었다.
일관제철소 건설이 중화학공업을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다면, 반도체 산업 진출은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또 하나의 ‘신의 한 수’였다. 1994년 8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 디(D)램을 개발했다. 이것의 의미는 그동안 일본에 의존했던 반도체 산업이 기술 자립을 했다는 것이다.
삼성의 반도체 산업 진출은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반도체 개발을 선언했던 1983년부터다. 당시 1970년대부터 반도체를 상용화했기 때문에 후발국이 따라가는 것은 무리라는 국내의 비판도 컸다.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았고 투자 규모가 커 실패하면 기업의 생존이 위협 받는 상황이었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한겨레

IT 강국 발돋움 계기, 반도체 산업 진출
특히 글로벌 선두 기업의 기술 보안이 철저했기에 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인재의 영입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노력으로 1992년, 세계시장에서 D램 생산 1위에 올랐고 1994년에는 기술적으로 자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설 정도로 반도체 산업은 명실상부한 주력산업이 되었다.
당시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무엇인지 꿰뚫은 혜안이 있었기에 1970년대 일관제철소를 건설했고, 1980년대 반도체에 투자할 수 있었다. 또 그런 혜안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나아가 모든 일원이 시작했으면 끝을 보겠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밀고 나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과는 한국의 경제·산업구조 발전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경제강국 대한민국이 있게 한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은 근래 보기 드문 대규모의 중장기 국책사업이다. 배경의 핵심은 잃어버린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오래전부터 급락하고 있다. 불과 2000년대 초만 해도 4%대 후반이었으나 현재는 2%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은 투자의 침체와 기술력 고갈에 있다. IT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의 출현이 늦어지면서 기업의 혁신이 멈춘 것이다. 투자만 보면 2000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국내투자 비율(해외로 나가는 투자가 국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2019년에는 45%에 이를 정도로 국내에서 투자 활동은 정체되고 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2020) 분석에 따르면 한 경제의 기술혁신 수준을 보여주는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도 2000년대 초반 2.5%에서 최근 1.4% 수준으로 급락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자본과 기술 이외 잠재성장률 결정의 한 축인 노동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이 가능한 만 15~64세 인구)는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고 인구 감소도 가속화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노동력 부족으로 성장잠재력 추락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과 미국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보면 10년 후인 2026~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미국과 동일한 수준인 1.9%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성장 동력 확보해 성장률 다시 끌어올려야
지금 우리에게 한국판 뉴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력을 높여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다시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7월에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3대 부문의 총사업비는 2020∼2022년 67조 7000억 원(국비 49조 원), 2020∼2025년까지 누적 160조 원(국비 114조 1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로써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뉴) 변화시키겠다는 약속(딜)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에서 제시하는 데이터 댐, 지능형(AI)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단,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 10대 대표 과제는 미래 성장 동력화가 될 신기술·신시장·신산업에 집중되었다. 정부의 예상대로만 된다면 1970~1980년대와 같은 투자 붐이 일어나고, 많은 고용을 창출하면서 또 한 번 ‘한강의 기적’이 우리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한국판 뉴딜에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뉴딜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의 재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밝혔듯이 민간의 마중물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
둘째, 중장기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의 철강, 반도체 등 주력산업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던 배경은 끊임없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뉴딜 정책의 내용을 보면 수년 내 끝날 성격이 절대 아니다. 아무리 짧게 보아도 강산이 변하는 10년 동안 투자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며, 늘 점검하고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한국판 뉴딜의 또 다른 축인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모든 정부 정책은 시장(수요)보다 산업(공급) 측면에서 접근하는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신산업은 공급도 중요하지만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산업구조를 안착할 수 있다. 초기 시장을 어떻게 형성할지 더욱 체계적인 전략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 넷째, 한국판 뉴딜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시장규제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 공감대 만들어 사회적 지지 기반 마련해야
앞서 언급했듯 국가사업이 성공하려면 민간 기업의 참여가 중요한데 그 핵심은 시장규제의 강도라 할 수 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는 포지티브 규제(법률상 나열한 것만 허용하고 적시되지 않은 모든 것은 금지하는 규제 방식)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법률상 나열한 것만 금지하고 적시되지 않은 모든 것이 허용되는 규제 방식)가 기본이 되어야 기업 활동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국가사업이 더욱 활력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왜 뉴딜을 하는지, 뉴딜을 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하는지, 정책 당국이 인내심을 가지고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국민 공감대를 만들어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국판 뉴딜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성장 동력을 상실해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글로벌 산업 지형은 빠르게 변해가는데 한국 경제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과거 일관제철소 건설과 반도체 산업 진출이 ‘신의 한 수’가 되어 ‘경제강국 코리아’를 만든 것과 같이, 한국판 뉴딜이 경제강국을 넘어 ‘경제대국 코리아’를 만들어낼 또 다른 ‘신의 한 수’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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