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탄소중립 나섰다

2021.01.11 최신호 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 10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IT(정보기술) 등 3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들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하는 가운데 한국도 선제적으로 동참한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상태가 탄소중립이다.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목표 시점으로 2050년을, 중국은 2060년, 일본은 2050년을 제시했다.

제주시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 선언
이런 가운데 제주, 충남, 인천 등의 지방자치단체도 자체적으로 탄소중립에 앞장서고 있다. 제주도는 2015년 11월 파리협정보다 앞선 2012년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Carbon Free Island by 2030, CFI 2030)을 선언하면서 제주형 온실가스(탄소) 저감대책을 제시했다.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차량을 모두 전기자동차로 바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에너지 자립을 이룬다는 목표다.
제주도는 2021년부터 파리협정이 발효되는 것에 대비해 2019년 CFI 2030 계획을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했다. CFI 2030은 2030년까지 도내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4085메가와트(㎿) 규모로 도입하고, 37만 7000대의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보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제주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기준안(420만 3000톤)보다 더 적은 277만 9000톤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제주도의 CFI 2030은 중앙정부의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상당 부분 흐름을 같이 한다.
경기 고양시도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식을 바꿨다. 고양시 덕양구 고양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에는 주민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가 매일 250톤씩 모인다. 음식물쓰레기는 복잡한 처리시스템을 거쳐 친환경 퇴비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스템은 사람의 소화 과정과 비슷한데 음식물을 소화하면서 장에서 가스가 나오는 것처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배출된다. 과거에는 이렇게 생긴 메탄가스를 태워 버렸지만 2019년부터 시가 민간업체와 손잡고 메탄가스를 원료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했다. 2.7㎞ 길이의 배관으로 이송된 바이오가스는 난방에너지 등으로 쓰인다. 고양시는 이를 통해 2020년 4억 3000만 원의 경제 효과를 거두고 온실가스 약 4000톤을 줄인 것으로 추산했다.

▶2020년 9월 8일 충남 예산 스플라스 리솜 리조트에서 열린 ‘2020 탈석탄 기후위기 대응 국제 콘퍼런스’ | 충남도

충남, 2026년까지 화력발전 조기 폐쇄
충청남도는 도 내 화력발전을 조기 폐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룰 계획이다. 보령화력 1·2호기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도 내 30기 중 14기를 조기 폐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충남도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가 있다. 국내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하는 지역이다. 충남도의 계획대로 석탄화력발전을 조기 폐쇄한다면 약 3780만 톤(1기당 27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충남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탈석탄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중·일 지방정부와 함께 국제 세미나(콘퍼런스)를 개최해 세계 각국과 공조를 강화하려 한다”며 “역외로 송출되는 에너지를 줄여가고,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소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처럼 전기도 로컬에너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020년 10월26일 송도 G타워에서 열린 탈석탄 동맹(PPCA) 가입 선언식에서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왼쪽), 마이클 대나허 주한캐나다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천시

인천시, 충남·서울·경기 이어 ‘탈석탄 동맹’ 가입
인천시도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연료를 퇴출하기 위해 ‘탈석탄 금고’를 12월 14일 선언했다. 탈석탄 금고는 지자체가 재정을 운용하는 금고를 선정할 때 평가지표에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항목을 넣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의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시와 8개 구는 지자체의 재정을 운영하는 금고 선정 때 평가지표에 ‘탈석탄’ 투자항목을 포함하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시의 연간 재정 규모는 12조 원에 육박한다. 또 ▲석탄화력발전 신규시설 설치 금지 및 단계적 시설 폐쇄 추진 ▲문재인정부 기조에 맞춘 2050 탄소중립 실현 ▲재생에너지 확대 등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앞서 인천시는 2020년 11월 26일 ‘탈석탄 동맹’에 가입했다. 탈석탄 동맹은 2017년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출범한 뒤 세계 34개 국가와 33개 지방정부 등 111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충남·서울·경기에 이어 인천이 4번째 가입 도시다. 특히 인천은 시민들이 직접 투표로 선정한 인천형 뉴딜 10대 과제 중 5개가 그린 뉴딜 과제다.
앞서 정부는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 2050 탄소중립에 대해 산업계와 다각도로 소통해왔다. 민간의 소통 강화를 위해 산업부는 12월 22일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탄소중립 산업전환위원회’ 실무회의를 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고 그간 경제성장을 주도한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탄소 다배출 업종임에 따라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글로벌 신경제질서로 대두함에 따라 탄소중립은 미래 생존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면 한국의 우수한 저탄소·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 초기 단계인 기후위기 대응 신시장을 선점·선도할 수 있다. 또한 탄소중립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 환경(탄소중립)과 성장(신산업)의 선순환을 실현함으로써 선진 제조강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향동 행복주택아파트 전 세대에 미니태양광을 설치·운영하는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고양시

환경(탄소중립)과 성장(신산업)의 선순환 실현
이 가운데 산업부는 산업부문의 추진 여건 평가 및 산업계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 먼저 기술개발, 설비교체 등 막대한 탄소중립 전환비용이 기업 및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훼손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또한 미래 지향적 기술혁신으로 초기 단계인 기후위기 대응 신시장을 선점해 신성장 동력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혜택(인센티브) 등 지원 기반을 확충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산업부는 먼저 산업계와 충분한 소통 및 의견수렴 등을 통해 2021년 말까지 ‘탄소중립 산업 대전환 추진전략’(제조업 르네상스 2.0)을 마련하고, 산업부문 탄소중립 비전 및 세부 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의 과감한 기술혁신과 투자환경 정비, 민간의 자발적 참여 유인, 산업계의 전환비용 부담완화 등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도 추진한다.
기후변화가 200년 가까이 진행된 반면 인류가 이에 대처하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라는 국제기구가 생겼고, 10년이 지나서야 유엔(UN) 주도로 온실가스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교토협정’(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규약의 교토의정서)을 체결했다. 그러나 참여국 간의 이견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5년 2월부터 교토협정이 발효됐지만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5년 처음 400ppm을 넘어선 이후 계속 짙어지고 있다. 이후 국제사회는 2015년 11월 ‘파리협정’을 맺었다. 2021년부터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2019년 지구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5ppm으로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지구의 기후변화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유리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