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상서로운 기운이 넘친다는 흰 소의 해입니다. 오랫동안 소는 우리 겨레와 무척 가깝게 지내왔던 동물입니다. 가난한 우리네 살림살이의 든든한 밑천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커다란 덩치의 소를 제 식구처럼 귀하게 대접하며 지냈던 시절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제가 본 소의 모습도 그러했습니다. 성실하고 우직하면서도 순박한 모습 때문에 소는 위압적인 체구에도 불구하고 어린 제게 무척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소는 사납지 않으면서 강인하고, 느린 듯 보이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이야기에 의로운 소가 등장하고, 국민화가 이중섭이 나라 잃은 슬픔과 전쟁의 비참을 <황소>와 <흰 소> 같은 그림으로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은 어디쯤일까, 막막한 마음에 조바심마저 듭니다. 하지만 다사다난했던 쥐의 해가 끝나고 흰 소의 해를 맞이하고 보니, 느린 걸음이지만 천릿길을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정신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우리 정부는 국민 안전과 민생 보호가 우선이라는 자세로 흐트러짐 없는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민주성·투명성·개방성을 내세운 성공적인 K-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세계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성장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와 재정적자 최소 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3.2%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화계 전반에서도 기적 같은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석권, 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는 물론 콘텐츠산업 수출액 10조원 돌파, 저작권 무역수지 역대 최고 흑자, K-웹툰 미국·일본 디지털만화 시장 1위 등 튼튼한 문화 기반을 갖춘 신한류가 이제 세계인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뿐 아니라 방역과 보건·의료, 민주주의, 국민의식, 문화 전반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위기 앞에서 더욱 하나 되어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 덕분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정부와 우리 모두 쉼 없이 헌신해온 나날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지난 노력이 저에게 유독 크게 다가온 것은, 소의 해 신축년이 품고 있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더디고 느리지만 우리는 위기를 헤치며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우보천리의 교훈이 비단 성실과 인내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의 방향이 옳다면 단 한 걸음도 헛되지 않다는 믿음, 그 믿음이 신축년 새해가 우리에게 선사해준 가장 큰 희망입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이 길의 끝에 찬란하고 환한 봄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던 우리 모두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우리가 함께 겪었던 어려움이 새해에는 더 큰 성취와 행복으로 이어질 것을 믿습니다. 그날까지 모쪼록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박양우(발행인·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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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