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의 성공에서 한국판 뉴딜의 길을 찾다

2021.01.04 최신호 보기
▶이날치 밴드(오른쪽)가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안무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범 내려온다> 공연을 하고 있다. | 네이버 온스테이지

‘1일 1범(하루에 한 번 ‘범 내려온다’를 듣는다)’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2020년에 가장 성공한 예술가일 것이다. 전통적인 판소리에 현대적인 팝을 접목한 밴드명 ‘이날치’는 조선 후기 팔명창 중 한 명인 이경숙의 예명에서 따온 것에서 보듯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원래 줄광대를 했는데 날치처럼 줄을 잘 탄다고 해서 이런 예명이 붙었다고 한다.
일곱 명으로 구성된 밴드 이날치는 2018년 말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 <드라곤 킹(용왕)>을 작업하면서 처음 만났고, 2019년 5월 <들썩들썩 수궁가> 공연으로 데뷔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젊은 춤꾼들이 모인 그룹이다. 비상업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현대무용의 틀을 깨겠다는 마음으로 자신들을 ‘컴퍼니’라고 정의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범 내려온다>의 독특한 안무가 가능했다. 이 음악의 성공에 이들의 몸짓이 상당 부분 기여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설명하는 시대에서 느끼는 시대로
1990년대 말, 아이돌 그룹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한류’는 2000년에 이르러 드라마 <가을 동화> 열풍으로 본격화했다. 초기의 한류는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비롯된 우연이었다. 내수 시장의 붕괴로 쌓인 재고를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애썼던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 시장에 한국 제품과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뜻밖의 인기를 확인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김대중정부 이후 한국의 대외 전략은 콘텐츠 중심으로 변했다. 2010년대의 2차 한류는 그 결과로 볼 수 있다. 때마침 확산된 새로운 매체를 기반으로 한국방송공사의 위성방송 전략과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전략적 접근이 당시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K-팝의 질적 상승과 맞물리며 유럽과 미국으로까지 조금씩 전파된 게 2차 한류(신한류)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필두로 다수의 K-팝 콘텐츠가 생활양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최근의 현상은 누리소통망(SNS)과 뉴미디어의 결합, 콘텐츠의 스타일뿐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메시지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영미 문화권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은 한국적 감수성이 특징이다. 이날치는 ‘신한류를 이끄는 조선의 힙’이라는 평가에 대해 “지금 세대가 익숙한 리듬에 그냥 귀 기울였을 뿐인데 어느 순간 흥미가 생겨 판소리 가사를 외워보겠다는 분들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의 조합이 해외의 젊은 세대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 내려온다>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은 전 세계 3억 건(2020년 11월 중순 기준)을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을 설명하는 시대를 넘어 한국을 느끼게 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치와 한국판 뉴딜의 공통점은 ‘관점의 전환’
이날치와 앰비규어스가 보여준 성과는 국악과 콘텐츠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선입견과 편견으로 작동해 오히려 국악을 협소한 틀에 가둘 수도 있다고 봤다. 국악을 우리의 것, 지켜야 할 것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소비될 수 있는 것, 동시대의 감수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전환한 게 이들의 성공 요인이다. 이날치는 “갓 쓰고 도포 입고 하는 것도 판소리고, 이날치의 노래도 판소리다. 지금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딜 내려온다 한국판 뉴딜/ 위기에 강한 나라 한국판 뉴딜/ 경제 살리는 뉴딜, 환경 지키는 뉴딜/ 사람 키우고 지역 키우는 한국판 뉴딜/ 차르르르 차르르르~.”
‘범 내려온다’를 개사해 만든 한국판 뉴딜의 라디오 광고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을 통해 선도국가로 전환하려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철학이 담겼다. ‘생각을 뛰어넘는 혁신과 융합’이라는 이날치의 음악 정신과 통한다. 판소리와 팝, 전통과 현대의 ‘화학적 융합’은 생각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융합으로 구현될 한국판 뉴딜 정책의 핵심도 관점의 전환이다. 특히 비대면 시대의 일상화라는 지구적 쟁점에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환경문제, 콘텐츠 쟁점과 만날 수밖에 없다.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을 목표로 한국 경제의 기반을 다지는 일은 기존 관점을 전반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본질을 유지하되,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은 동시대적이어야 한다는 것. 제도와 정책은 바로 그런 생명력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2020년에 문화와 경제에서 한 획을 그은 두 사례는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동력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 순환구조의 한복판에 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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