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려진 부동산 정책 네 가지 바로보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보유세율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새 임대차법 등 부동산 과열 시장을 정상화하는 정책들마저 오해되고 있는 점이다. 건설적인 비판을 넘어 왜곡 보도된 정책 네 가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본다.
새 임대차법이 세입자 힘들게 한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것이다.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뒤 전세 품귀와 전세가격 폭등으로 세입자들이 더 힘들어졌다는 논리다. 정말 그럴까.
최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신규 계약은 8억 원, 갱신 계약은 4억 원대로 2배 차이가 난다며 ‘이중가격’의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가 나왔다. 은마아파트 전세 실거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들어 8억 원 이상에 거래된 것은 17건 가운데 1건이었다. 나머지 16건은 4억 2000만~5억 4600만 원으로 2018~2019년 거래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계약자보다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받는 갱신 계약자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현재 신규 매물의 호가가 최고 9억 원에 이르는 등 신규 계약자가 처한 전세난에 대한 해법은 필요하지만, 임대차법에 의해 보호받는 기존 세입자들을 균형적으로 봐야 한다. 더구나 2020년 상반기 서울 각 구별로 전세 거래가 많은 대표 아파트 25곳 중 15곳의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상승률의 5배 이상이었고, 새 임대차법이 없었다면 더 많은 세입자들이 전세가격 폭등에 노출됐을 것이다. 전세난은 다주택자에 의존해온 한국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문제 탓이지, 임대차법에 의해 초래된 게 아니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증세?
정부가 2030년까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90%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일부에서 ‘증세’ ‘세금폭탄’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말 그럴까?
공시가격은 과세 기준이 되는데, 시세 반영 비율이 70%에도 못 미쳐 자산 가치에 따른 공평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2019년 기준 3억 원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이 68.6%인 데 반해 9억~15억 원대 주택 현실화율은 66%대로 오히려 저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더 높은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한 것은 ‘정상화’이지 ‘증세’가 아니다.
‘부동산공시법’은 공시가격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규정한다. 미국 국제과세평가사협회(IAAO)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90~110%에 있을 때 시장가격을 적절히 반영한 과세가 이뤄진다고 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덴버는 현실화율이 101.3%,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00%, 오스트레일리아는 90~100%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 65.5%,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은 69.0%에 그친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7%(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9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허수아비’ 공시가격이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 원?
한국의 부동산 시세는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이 내는 통계로 가늠되는데, 최근에는 한국부동산원의 시세가 국민은행의 시세보다 낮다며 ‘통계 조작’이라는 일부 언론의 비판이 있었다. 국민은행 가격 통계는 표본 아파트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이 판단한 시세를 입력한다는 점에서 ‘호가’가 반영되는 조사로 간주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가에 기반해 산정한 가격을 바탕으로 하지만, 전문조사원의 판단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미국, 영국 등 외국의 주택가격 통계는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한국도시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0년 1~8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5만 8782건의 중위가격은 6억 7000만 원이었다. 국민은행이 밝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9억 1216만(1월)~9억 2152만 원(8월)에 견줘 2억 4000만~2억 5000만 원 낮은 수치다. 국민은행이 9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힌 1월의 경우, 실거래된 서울 아파트 6472호의 중위가격은 5억 8900만 원에 그쳤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에 대해 일각에서 ‘해외 유사 사례가 없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별종’인 탓에 이 같은 특수 기구가 설치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은 실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주택 부동산 자산 비중이 30.5%로 미국(3.2%), 영국(2.8%)의 10배에 달하고 일본(11.4%), 중국(7.7%)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 거주주택 자산 비중은 한국이 39.3%로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58.8%), 중국(73.9%)보다 오히려 낮았다. 한국에는 수억 원대 전세보증금이 집주인의 투기 자금으로 활용되는 전세제도, 주택이 지어지기도 전에 분양권을 높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전매제도 등 주택에서 자본이득을 발생시키는 제도들이 있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것일까, 주거권은 없고 재산권만 있는 부동산 시장이 잘못된 것일까?
진명선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