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세가 거세다. 과거 세계적인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에서도 1차 유행 뒤 북반구 주요 나라에서 겨울이 오면서 더 큰 감염이 시작된 것과 비슷하다. 그동안 방역과 코로나 환자 치료에서 세계적 모범을 보여줬다는 우리나라 역시 최근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길 정도로 많은 환자가 생기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12월 15일 자정 기준 약 7100만 명이 확진자로 판명돼 그 가운데 161만 명가량이 숨졌다.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은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기고 있으며, 사망자 수도 30만 명에 이른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도 하루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는 등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마침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응책인 예방백신이 출시에 들어갔으나, 그 효과와 부작용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또 미국이나 영국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 이 백신이 공급되기에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당분간은 그리고 예방접종의 효과가 크지 않다면 앞으로도 코로나19 유행은 계속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사람이 많이 모인 곳 가지 않기와 같은 예방 수칙이 강조되고 있다.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환자 늘어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00명대를 넘어 12월 13일 1000명을 기록한 뒤, 12월 중순에도 여전히 800~900명이 생기고 있다. 하루 1000명 진단은 2월 대구에서 집단적으로 확진자 발생이 나타난 것을 넘긴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듯 겨울이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 바이러스의 번식력이 높아지는 데다, 추위를 피하려 실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늘어나 바이러스 질환이 크게 유행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루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방역 당국을 힘들게 하는 것은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는 비율이 10%를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20%에 이른다. 5명 가운데 1명은 누구에게 어떻게 감염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19가 방역의 범위를 벗어나 계속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루 1000명에 이르는 확진자로 인해 벌써 여러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경기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를 수백km를 달려 전남의 한 병원에 이송하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하면 생활치료센터 같은 곳에서 지내는 경우도 많지만, 증상이 심해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해야 하면 자칫 병상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평소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를 다른 병상으로 옮길 수 없는 현실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중환자가 된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해결도 난관을 겪고 있다. 이런 병상 부족 문제는 2020년 초부터 우려됐던 것으로,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공병원은 물론 병상이 비어 있는 민간병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공간 피해야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으로 수도권과 몇몇 지역의 경우 거리두기 2.5단계를 실시하고 있다. 3단계가 가장 높은 수준이므로 거의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다. 3단계가 시행되면 음식점 등 수많은 자영업자의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코로나19 환자 발생은 주로 요양병원이나 교회, 강습소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회의 경우 2월부터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12월에도 서울·부산·울산·충남 등 곳곳에서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래도 기도를 하거나 찬송가를 부르는 등 침방울이 튀는 일이 많으며, 겨울이다 보니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가 잘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예배 뒤 소모임 등을 통해 음식을 먹을 때도 감염이 잘 전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병원도 이미 면역력이 떨어진 질환자나 고령층이 많아 감염이 잘 전파되며, 이 밖에 강습소 등 사람 사이 접촉이 많은 곳에서도 마찬가지의 감염 전파가 일어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 등 예방 수칙은 여전히 유효해
코로나19는 밀폐된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등 밀접한 접촉을 하면 감염이 퍼진다. 호흡 과정에서 밖으로 나온 바이러스가 직접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침 등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가 손으로 접촉이 이뤄져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 금지와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을 강조한다. 식사를 하거나 커피 등 음료를 마시더라도 먹거나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한다.
마스크 사용의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차를 타고 수 시간 이동했어도 마스크를 쓴 경우 감염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미 세계적인 의학 논문집에서는 병원과 같은 공간, 즉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서 마스크를 쓰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감염병에 걸릴 가능성을 85%나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실린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스크 착용률이 매우 높지만, 마스크 쓰기에 거부감을 갖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권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예방접종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국립보건원장이 직접 예방접종을 받은 뒤에도 당분간 계속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손 씻기의 효과는 수두나 백일해, 유행성각결막염 등 흔히 손을 통해 감염이 전파되는 감염병의 발병이 2020년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15~60% 줄었다는 국내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런 감염병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어 다른 감염병 발병도 줄였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에도 손 씻기 실천이 매우 좋아지면서 다른 감염병 발병이 줄었음이 확인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람 사이 물리적 거리두기의 감염 예방 효과도 마찬가지다. 사람 사이 거리를 1m만 유지해도 감염될 가능성은 80% 이상 줄었다. 2m 거리두기를 실천한다면 감염 예방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므로, 실내 공간에 머물더라도 다른 사람과 거리는 멀리 두도록 해야 한다. 이런 예방 수칙은 백신이 나와도 유효하며, 많은 전문가는 예방접종 뒤에도 지킬 수칙이라고 강조한다.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